먼저 바라봐야 할 건 아이의 마음입니다.
교사다움, 아이 곁에 선다는 것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작은 설렘과 함께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지,
내가 교사로 보일지,
아이들이 나를 좋아해 줄지가 중요했습니다.
이름표에 ‘이슬반 선생님’이라는 글자가 붙은 순간,
나는 내가 교사라는 사실이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매일 마주하는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잘 가르쳐 주세요”가 아니라
“선생님, 제 이야기도 좀 들어주세요”라고 말이죠.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교사다움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능력이 아니라,
아이 곁에서 함께 ‘느끼는’ 태도라는 것을.
그 사실을 알기까지는 수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했습니다.
교사다움 편은 교사였던 제가
때로는 서툴고, 때로는 벅찼던 순간들,
그리고 최근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의 고군분투,
아이들과 함께 자라며 교사다움을 배워간 기록을 담았습니다.
이 글이,
지금도 교실 어딘가에서
아이들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당신에게
따뜻한 동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저귀를 가는 장소
컨설팅을 위해
한 어린이집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한 교사가 저에게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컨설턴트님, 기저귀 갈이는
CCTV 앞에서 하면 안 되나요?
어디서 해야 할까요? 평가를 앞두고 걱정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예전에 노인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요양보호사 한 분이 어르신을 돌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르신, 기저귀 갈아드릴게요. 준비되셨죠? 바지 내릴게요.”
그리고는 물티슈를 손등에 대며 말했어요.
“좀 차가워요. 살짝 닿을게요.”
그 모습을 보고 저는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존중이란, 거창한 게 아니구나.
그저 ‘알리고’, ‘기다리고’, ‘배려하는 것’이구나.
그래서 저는 그날 어린이집 교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저귀를 어디서 갈면 좋은지, 저에게 묻지 마세요.
아이에게 물어보세요.”
“넌 어디서 갈면 덜 부끄러울까?”
“선생님이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
아이는 아직 말이 서툴 수도 있지만,
그 마음은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어요.
아이도 창피할 수 있고,
부끄러울 수 있고,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존엄한 존재이니까요.
CCTV보다, 컨설턴트보다,
먼저 바라봐야 할 건 아이의 마음입니다.
정답을 묻기보다,
진정한 존중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교사다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