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로롱도로롱 Aug 15. 2023

후회에 관하여

후회에 관하여, 가족 여행, 칵테일 바

# 후회에 관하여


 삶이 선택의 연속이며, 어제의 나는 불과 오늘의 나보다도 부족한 사람이기에 나는 지난 삶을 후회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후회가 어떻게 잘 정신승리를 하거나 지금 노력하여 바로잡을 수 있을 때가 있는가 하면 어떤 후회는 결코 바로잡을 수 없거나,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에 너무 많은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생경하게 느껴지는 후회를 마주하고, 많이 우울했다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내가 용기를 내어 후회를 바로잡는 상상을 한다. 내일의 내가 아니라면 모레의 내가 이어 죽기 전에 내가 어떻게든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는 상상 말이다. 그러한 희망이 없다면 진즉에 나는 후회만 하는 인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부디 내가 후회를 바로잡을 수 있을 만큼 용기 있는 사람 되었을 때까지 미안한 사람들이 잘 지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가족 여행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은 기억에 군대를 가기 전 제주도에 다녀왔던 것이 마지막이다. 아버지가 마치 수학여행같이 촘촘하게 일정을 짜오셨는데, 지나는 길마다 나름 좋은 풍경과 먹거리가 있어 즐거웠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나를 더 즐겁게 했던 것은 유원지에 있던 다른 가족들이었다. 부부끼리 온사람, 자녀와 온사람, 혹은 손자, 연인들과 온 타인들의 정감 있고 행복한 표정을 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나는 결혼과 자녀를 갖는 것에 비관적이고 인색한 사람이었는데, 어쩐지 행복해 보이는(진짜 그럴지는 모르지만) 다른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 가족을 만드는 것이 인간이라면 응당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며, 결국 추구해야 하는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마치 결혼과 자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조차 인류가 역사적으로 누려온 행복을 부정하며 젊은 날의 치기로 시니컬하게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당장에 저런 구색을 갖춘 가정을 꾸리기가 나에게는 매우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부러운 눈으로 그들을, 나의 부모를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언젠가 그러한 능력을 갖추었을 때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칵테일 바


 몇 달 전에 우연하게 집 근처 칵테일 바에 갔다. 혼자 바 자리에 앉아 바텐더와 대화를 나누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또 바에 들어온 혼자인 누군가와 친해지고 하는 모습들이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 나올 법하며, 내가 일상에서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값싼 허세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용기를 낸 것이었다. 대학가라 칵테일 바도 참 많았는데, 우연을 사랑하는 나는 발길 닿는 대로 가다가 사람들이 가장 가지 않을 법한 바에 들어갔다. 영화였다면 담배를 물고, 익숙하게 독한 위스키를 주문해야겠지만, 술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나는 바텐더 분의 추천을 받았다. 사실 술맛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다행히 내가 일하는 고등학교 출신(?)이셨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번 갈 때마다 새로운 분들과도 알게 되고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면서 일상의 즐거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굳이 이 이야기에 교훈을 찾자면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찾기 위해서도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약간의 용기와 약간의 운이 더해지면 일상은 어제보다 조금 더 빛나고, 그것을 잘 가꾸어 나간다면 매일 조금씩 기대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은 다시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장마, 방학, 질투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