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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롱도로롱 Jul 30. 2023

장마, 방학, 질투에 대하여

방학 연수 총정리

#0

사람을 죽이는건 때로는 칼이고, 때로는 말이며, 때로는 비이다. 최근엔 이 세가지가 나의 동료를 이웃을 죽였다. 슬픔이  분노가 되는것은 아주 쉽지만 분노가 변화가 되기는 아주 어렵다. 부디 지금의 분노가 변화가 되어 사회가 희생자에게 조금이나마 용서를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



#1

공기에 늘 습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런 날씨에는 차라리 아가미를 달고 바다속에서 살고 싶은 심정이다. 하늘도 참 수상한 것이 저 멀리에 파란 하늘이 언듯언듯 보임에도 장대비가 쏟아진다. 조그마한 가게 천막 아래서 구름의 구멍 사이로 보이는 작은 파란 하늘을 보며, 힘들어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소중한 가르침을 얻는다.



#2

우연하게 신청한 연수에 다녀왔다. 교사가 되어 가는 수련회는 어쩐지 신기한 기분이다. 연수 프로그램을 하다보니 동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학생들이 모두 떠난 굉장히 고전적인 분위기의 교실에 20대, 30대, 40대, 50대 어른들이 둘러 앉는다. 어색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줄넘기 줄을 넘고, 물병을 세우고, 안대를 쓰고 술래잡기를 한다. 피터팬이 사는 원더랜드처럼 말이다. 그렇게 저녁에 두시간을 놀고 나면 다음날엔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학교에 가면 17살 짜리 아이들이 내가 마치 엄청나게 어른인양 바라보고 있다. 교탁 앞에 서니 어제 한 술래잡기가 꿈처럼 느껴진다.



#3

연수에서 다이빙장에 갔다. 초등학생 이후로 수영장에 처음 들어갔다. 겁이 날만도 한데 어쩐지 별로 겁이 나지 않았다. 다이빙 대에 서서 뛰어내릴때 조차도 겁이 나지 않았다. 어른과 아이의 공포가 다름을 생각했다. 어른이 되면 월세라든지 금리, 업무, 결혼, 내집 마련 같은 '확실한 공포'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아이는 놀이기구가 고장나면? 귀신이 나타나면? 물에 빠지면?  같은 '가정적인 공포'를 주로 느끼는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수많은 반례들이 머리속을 스치지만 경향이 그렇다는 거다. 확실한 공포에 절여져 더이상 가정적인 공포 같은것을 느끼지 못하게 된것 같다. 위의 생각은 높은 곳에 설치된 통나무를 걸어다가 보니 든 생각이다.



#4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이 있고, 그들은 역시 다양한 삶을 산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있자니 가끔은 동정하게 되고, 가끔은 부러워도 지는게 어쩔 수 없는 마음이다. 동정은 보통 기분을 망치지 않지만 부러움은 기분을 망친다. 7대 죄악에 질투가 있는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질투를 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삶에만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누구나 저마다의 기쁨과 슬픔이 있다고 생각하고 나는 나의 기쁨과 슬픔에만 집중하는 것 말이다. 부러운 사람들에게도 동정할 여지가 있고, 동정할 사람에게도 부러워할 여지가 있다는 정신승리랄까? 그런 지혜를 얻어야 한다. 오늘 나의 기쁨은 지금이 방학이라는 것이고, 슬픔은 그것이 곧 반절이 지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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