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괴담 /원숭이의 뼈

by 오로롱도로롱


이 일은 제가 서울 모처에 위치한 Y시장에서 겪은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믿지 않아도 좋지만, 어쩌면 거짓이라고 믿고 사는 것이 앞으로 인간이란 것을 대할 때 좋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일을 사실이라고 믿고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은 마치 지금도 우주 어딘가로부터 날아오고 있는 지구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크기의 소행성들의 존재에 대해 깨닫고 하늘을 바라보는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Y시장은 서울에서도 굉장히 큰, 어쩌면 전국에서 가장 큰 약령시장입니다. 약령이란 게 무어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한약에 필요한 재료들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슴뿔이나 당귀, 감초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런 것들을 파는 약재상들이 잔뜩 모여 있고, 약재들을 달여 모이 아픈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굉장히 규모가 큰 한의원들이 또 잔뜩 모여 있는 곳입니다. 길거리에선 약을 쪄내는 냄새가 나고, 골목엔 생기는 찾아볼 수 없이 바싹 마른 식물들과 동물들의 사체, 삶보다 죽음에 가까워 보이는 노인들이 담배를 피며 걸어가는 것들을 보면 어딘가 으스스한 분위기가 도는 것을 어쩔 수가 없지요. 저는 우연하게 그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저 약속에 가기 위해 탄 버스를 잘못 내려서 반대쪽에 있는 정류장으로 길을 건너다 말입니다. 이곳은 제가 사는 집에서 채 30분도 걸리지 않는 곳이었지만, 저는 늘 버스의 왼편에 앉아 왼편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어서 이런 무서운 곳이 있는지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각설하고 그날은 일이 급해 평소에 타던 버스가 아닌 버스를 타고(서울엔 버스가 너무 많아 번호가 전부 비슷합니다.) 익숙한 풍경에서 버스가 다른 길로 들지마자 다급하게 내린다는 버튼을 누르고 뛰어내렸더니 Y시장이 나왔습니다.



저는 약방 냄새가 온 도로에서 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커다란 빌딩 이름이 불로장생 빌딩이라는 것이 신기하여 잠시 길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커다란 사슴 머리들이 숭성숭덩 잘려서, 사냥꾼의 집처럼 걸려있는 가게가 있지 뭡니까. 감히 21세기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골목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는데, 고양이가 어쩐지 비틀비틀 걷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고양이란 동물은 운동신경이 매우 좋아서 사람이 옆에만 갔다하면 날쎄게 도망가거나, 좁은 구멍으로 쏙 들어가는 것이 예삿일인데, 이놈은 마치 제가 옆에서 걷고 있는 줄도 모르게 비틀비틀 걷다가 툭 쓰러지는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깜짝 놀라서 고양이가 죽은 것인지 살펴봤더니 굉장히 기분 좋은 표정으로 침을 흘리며 골골대지 뭡니까. 몇 번 흔드니 다시 일어나 기지개를 한 번 켜더니 또 비틀비틀 골목 끝으로 가 어떤 집 문을 긁어 댔습니다. 몇 십 년 전에 한번 페인트를 칠했을 것 같은 파란 대문을 몇 번 긁으니 바싹 마르고 수염을 명치까지 기른 남자가 고양이의 뒷덜미를 스윽 잡고 들어올렸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인가 싶었습니다. 남자가 문을 닫으며 ‘네 근은 나오겠네’라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저는 꼼짝 못하고 얼어버렸습니다. 고기를 세는 단위를 고양이에게 붙이는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새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마음입니다. 소도 돼지도 먹는데, 개도 고양이도 먹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충격적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윤리를 떠나서 일단 무척이나 생소한 일이니깐 말입니다. 그렇게 멍하니 서있던 차에 문이 다시 벌컥 열렸습니다. 저는 다시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곧 그 수염의 노인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한 쪽 눈은 백내장이 온건지, 수조에 오래 담가 둔 우럭의 눈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습니다. 노인은 ‘뉘슈’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잘못된 일을 하다가 들킨 어린 아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저...저..’이런 말만 하며 도무지 뭐라고 변명을 해야 이런데 오는 것에 맥락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다행히 그 해결책은 이 남자가 먼저 줬습니다.

“탕 사러 왔어?”

“아...네..아무래도...”

“안으로 들어오셔”

하고 문을 열고서 저를 들어오게 하고, 양동이에서 무슨 향 나는 물을 대문 밖으로 뿌렸습니다. 대문 안은 낡은 집이었습니다. 집밖에 파란 고무로 된 수도꼭지가 있고, 시멘트를 쌓아 만든 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이름 모를 약재들이 바싹 말라서, 저런걸 먹고 건강해지는게 도저히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인은 고양이를 들고 창고처럼 보이는 곳에 문을 열었습니다. 거긴 말입니다. 누구라도 기겁할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거꾸로 매달린 육포같은 것들, 그것은 아마 털이 다 깎여 가죽만 남은 고양이를 말려놓은 것일 겁니다. 어느 어느 나라의 기행적인 음식에 나올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밑에는 빼곡하게 마른 풀들이 깔려있어, 상한 냄새가 아니라 한약 냄새가 잔뜩 풍겨오고 있었습니다.

“몇 달치 살거유”

노인은 방금 잡은 고양이를 줄로 묶어 대충 걸어두고, 문을 쾅 닫았습니다. 고양이는 비명도 지르지 않았습니다.

“아...그...저기 전화로 좀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노인은 의심 섞인 눈초리로 절 위아래로 보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이 고즈넉한 가옥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흔한 골목에 있는 시골집 같은 곳 안에, 고양이를 말리는 창고가 있다니. 고양이란 것도 역시 약재로 쓰려는 것일까요. 저는 그대로 도망칠 생각을 하다, 묘한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마치 제가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온 것 같았으니 말입니다. 어차피 노인 정도야 언제든 뿌리치고 도망칠 수 있고, 여기는 도시 한복판이니 그리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발걸음 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집 곳곳을 훔쳐 보았습니다. 골목에 있는 평범한 노인의 집. 고양이가 육포가 되어 마르고 있는 창고를 제외하고는 평범해 보였습니다. 그러다 한쪽 구석에 마대자루가 보였습니다. 그 마대 자루 밖으로 모여드는 아주 작은, 그야말로 까만 먼지처럼 보이는 개미들의 행렬이 눈에 띄어 그리로 가게 되었지요. 보통 낙엽같은 것을 모아서 버리는 주황색 마대자루였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뼈들이 있었습니다. 사슴이나 고양이 같은 동물 뼈겠지요. 우리는 동물의 뼈를 거의 본적이 없어서, 그들의 뼈만 보고 동물을 유추해 내기가 어렵습니다. 당장에 고양이나 사슴의 뼈를 검색해보아도,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다른 인상을 줍니다. 뼈만보고 공룡의 모습을 추측하는 것이 많은 오류를 낸다는 인터넷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뼈를 보고 친근함과 섬뜩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뼈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뼈, 인간의 두개골일 것입니다.



인간의 두개골. 저는 말을 하면서도 털이 쭈뼛쭈뼛 서고, 갑자기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나의 심장소리와 숨소리만이 남았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내가 미술시간, 과학시간에서나 보던 인간의 두개골, 하지만 인간의 것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작은 두개골이 마대 자루 저 밑바닥에, 짐승들의 뼈 사이에 있었습니다. 저는 놀라서 얼어버렸습니다. 그때 미닫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탁’

“뭐하는 거여”

저는 잘못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말을 더듬었습니다. 마당에 이렇게 얼어있는 것에 대해 변명거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아...아닙니다...저는 다음에 올게요...”

“당장 꺼져”

노인의 흰 눈이 번쩍였습니다. 벼락같은 호통에 저는 쏜살같이 도망쳤습니다. 달리고 달려, 한약냄새가 나지 않는, 안락한 회색 도시의 풍경이 나올 때까지 뛰고 또 뛰었습니다. 스타벅스가 보이고, 버스 정류장이 보이고, 당첨자를 자랑하는 자그마한 로또 판매점에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진 것을 보고야 안도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약속에서 만난 친구에게 본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그 친구는 아마 원숭이의 뼈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원숭이라면 분명 인간과 비슷한 모양에 그것보다는 훨씬 더 작은 크기의 두개골을 갖고 있을테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중국의 민속 시장에서 ‘태아’를 이용해 만든 ‘영아탕(嬰兒燙)’것이 암암리에 거래되었다는 찌라시 수준의 기사를 보고 어딘가 간담이 서늘해짐을 느꼈습니다. 분명 아닐테지요. 인간과 원숭이는 DNA가 거의 일치하니까 분명 원숭이의 뼈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세상 어딘가에서 아직도 그런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 말입니다. 그런 것은 차라리 모르는 편이 좋은 것입니다. 우리의 몸속 장기 구석구석에선 지금도 암세포가 자라고 있고, 도시 하나를 멸망시킬 탄저균이 어딘가 연구소에서 배양되고 있는 것을 잊는 것처럼 말입니다.


- 본 이야기는 100% 창작된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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