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기고 말 꺼야! 기다려라!

by 맨드리김희주

꼭 이기고 말 꺼야! 기다려라!

맨드리 김희주

“다리를 좀 더 빨리 움직여야지!” “이번 공은 오른쪽으로 보낸다!”
“아이고! 정말 굼벵이가?” “바보가? 공이 저리 가는데 와 안 가고 쳐다만 보고 있노?”
집에서 입는 반바지에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다리 하나 움직이지도 않고 치는 그와의 탁구 경기. 미끄럼 방지용 운동화의 신발끈을 질끈 묶고 땀이 빨리 마른다는 운동복을 착용한 나는 새로 산 나름 비싼 탁구라켓을 무기 삼아 도전했다. 하지만 여기저기 움직이는 나의 다리는 탁구공을 막기에는 속도가 꼭 한 발자국씩 느렸다.

내가 저 인간을 꼭 이긴다!!!
탁구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 그는 살살 약을 올리는데 천재다.
“레슨 받는다매? 레슨 받은 게 이기가? 지난번이랑 별 차이 없네? 연습은 한기가? 코치가 알려주면 뭐하노? 연습을 해야지! 운동은 연습 인기라. 운동하기 전에 준비운동 철저히 해라. 제대로 안 하면 다친다. 어드벤티지 줄까? 11점 내기! 5판 3승"
탁구를 치는 상대방에게 최소한의 기본 예의를 갖추라며 운동화라도 신고 경기에 임하라는 나의 잔소리에 자기가 운동화를 신고 경기를 하면 아무도 못 막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게 더 얄미웠다.
탁구 레슨을 3개월을 받은 후 당당히 맞선 그와의 경기는 참패였다.
자기와의 탁구게임에서 이기면 원하는 선물을 해주겠다는 선물은 받지 못했다.

탁구레슨 6개월 차 또 당당히 맞섰다.
레슨과 경기는 정말 달랐다. 레슨 때는 코치님이 나를 위한 공을 만들어 주시지만 대결을 하는 그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 공이 오는 쪽을 봐도 그땐 이미 늦었다. 몸이 미리 움직여서 반대방향으로 가 있어야 하는데 내 몸은 아직 눈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 언제 한번 이겨 볼까나!
단 한 게임만 이기면 되는 정말 유리한 경기다. 배가 뽈록 나온 40대 아저씨의 몸매를 가졌지만 평소 운동을 많이 해 왔던 그는 보기와 다르게 유연하고 재빨라서 승리의 벽은 높았다.
1년 6개월 정도의 탁구 생활은 준비운동 미숙의 이유로 다친 무릎 부상으로 마무리되었다. 무릎이 나아지고 다시 돌아가려는 찰나... 코로나 영향으로 1년 반을 쉬게 되었다. 이젠 탁구채 잡는 법도 모르겠고 스탭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뜨거운 열과 싸워 여름 동안 뺀 8킬로그램도 술이 떡이 되어 기억이 나지 않는 중에도 잊지 않고 집을 찾아오는 들어오는 누군가처럼 다시 제자리를 찾아 돌아온 지 1년이 넘었다.

우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돌아오는 7월부터 다시 탁구장에 다니기로 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몸도 무거워지고 모든 것이 귀찮아질 때 탁구로 스트레스도 날리고 에너지를 얻어야겠다. 다행히 그때 함께 했던 나의 파트너 쑥이 언니가 이번 주부터 시작한다고 연락이 왔다. 탁구레슨은 없어졌지만 우선 움직이는 시간을 늘리고 나의 파트너인 양숙이 언니랑 다시 시작하자!
내 목표는 사실 다이어트는 부수적인 욕심이고 단지 남편이라는 이름으로 날 살살 놀리며 비웃는 그 사람을 이겨보는 것이다. 기다려라 내 곧 다시 부활하여 도전할 것이니.
내가 꼭 이겨서 인정받고 말리라....
그 이후의 도전은 운동화를 신은 그와의 경기에서도 이겨야 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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