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나수스 – 교황의 영감을 그리다

명작을 찾아 이탈리아를 뒤지다

by 다두


Parnaso - Raphael



<파르나수스>는 라파엘로가 1509–1511년경 교황궁의 지성의 방(Stanza della Segnatura - 서명실)에 그린 프레스코 벽화다.


라파엘로는 지성의 방에 신학, 철학, 법학, 시학 등 네 가지의 영역의 지성을 그렸는데, 이 중〈파르나수스>는 시학, 즉 ‘시와 예술의 영감’을 그린 것이다.


작품의 중심에는 음악과 시의 신인 아폴론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그가 연주 중인 악기는 전통적인 리라가 아니라 르네상스풍의 ‘비올라 다 브라치아’다.


아폴론을 중심으로 아홉 명의 뮤즈가 반원형으로 배치되어 조화로운 리듬을 형성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은 예술의 원천을 상징한다.


아홉 명의 뮤즈는 서사시를 담당하는 칼리오페, 역사를 담당하는 클리오, 서정의 연가를 대표하는 에라토, 음악과 플루트를 연주하는 유테르페, 비극의 가면을 들고 있는 멜포메네, 희극을 관장하는 탈리아, 춤과 합창의 영감을 주는 테르프시코네, 종교적 송가를 부르는 폴리힘니아, 우주의 질서를 지키는 우라니아 등이다. 뮤즈는 아폴론의 지휘를 받아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의 영감을 전달하는 매개자이다.


뮤즈의 좌우로는 고대 시학을 대표하는 시인들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라파엘로는 시대를 초월하여 한 자리에 ‘시인의 공동체’를 그려 넣었다.


시인의 공동체에는 눈먼 시인으로 묘사된 호메로스, 월계관을 쓴 모습의 단테, 유일한 여성 시인 사포, 그리고 베르길리우스, 페트라르카, 보카치오 등 르네상스 시대의 시인들이 함께하고 있다. 시인들은 뮤즈가 건네준 영감을 받아 지상의 예술을 창조하는 창작자이다.


호메로스는 칼리오페의 영감으로 서사시의 창시자가 되었다. 사포는 서정시를 대표하여 에라토의 초청을 받은 것이다. 폴리힘니아의 영감으로 <신곡>을 창조한 단테도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화면은 파르나수스 산의 곡선을 따라 반원형의 구도로 구성하여 인물들을 배치했다. 보는 이의 입장에서 시선의 중심은 우선 중앙의 아폴론에 집중되었다 좌우의 뮤즈와 시인들에게로 흘러가는 구성이다.


화면 전반은 블루톤의 부드러운 색조와 균형 잡힌 명암으로 현실의 세계가 아닌 이상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예술이란 신적 영감과 인간의 지성이 만나는 지점이라는 르네상스적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작품의 제목〈파르나수스>는 산 이름에서 온 것이다. 그리스 중부 포키스(Phocis) 지방의 델포이(Delphi) 바로 위쪽에 있는 산이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해발 2,457m의 험준한 산으로, 계곡, 동굴, 절벽이 많으며, 지금은 스키장과 하이킹 코스로도 유명하다.


그리스 시대에 파르나수스는 성스러운 산으로 여겨졌다. 산의 남쪽 기슭에는 델포이의 아폴론 신탁(오라클)이 있었기 때문이다. 델포이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세계의 중심’으로 여겨졌고, 파르나수스는 이를 감싸는 신성한 배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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