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서 만난 개 두 마리.

개가 나를 위협했다.

by 저먼해

토요일, 햇살에서 봄빛이 느껴졌다. 겨울로 들어가는 햇살과 겨울을 통과해 가는 햇살은 색깔이 다르다. 곧 봄이 오겠구나. 봄빛이 설레는 내 마음 안으로도 들어왔다.


남편과 2월 들어 두 번째 골프장에 나섰다. 1월엔 겨우 한 번밖에 못 갔는데 2월은 벌써 두 번째다. 내일도 날씨가 좋다고 하니 주말의 좋은 날씨를 놓칠 수 없어 골프 예약을 했다.

"내일은 오랜만에 18홀을 돌아볼까?"


일요일, 날씨가 좋다고 했는데 오전 내내 꾸무리 하다. "1시부터는 좋다고 했어." 두 번 망설일 것도 없이 골프장에 나왔는데 뜬다는 해는 넓게 펼쳐진 구름에 가려서 한 번도 얼굴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게다가 살짝 비도 뿌린다. 올 들어 처음 18홀을 계획했는데 9홀만 겨우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같은 온도라도 해가 뜨는 날과 구름이 잔뜩 낀 날은 체감 온도가 다르다. 으슬으슬, 기대하던 햇빛이 없어서인지 더 추웠다.


날씨는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대응해야 될 대상이다.

애플이 알려주는 일기 예보를 이젠 신뢰하기 어렵다.

바나나로 갈아타야 하나.. (아제 개그ㅠㅠ)


월요일, 오늘은 날씨가 흐리다는 일기 예보를 봤는데 아침부터 해님이 방긋 웃고 있다. 점심을 일찍 챙겨 먹고 숲으로 산책에 나섰다. 숲에는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오는 사람들이 많다.

옆집 할머니는 첫 번째 개 '율리우스"가 죽고, 두 번째 개 입양하고는 1년 넘게 매주 개 학교에 데리고 다녔었다. 같은 시간 우리는 한글학교에 가고, 할머니는 개학교에 가느라 여러 번 마주친 적도 있었다. 이렇듯 독일 개들은 교육이 잘 되어 있어, 날뛰는 개를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다.


처음 독일에 왔을 때 시내까지 이어진 산책로가 있어서 그 길로 시내 나들이를 자주 가고는 했다.

뒤에서 개가 전속력으로 달리는 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봤는데 대형개가 나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근처에 있어야 할 개 주인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피가 거꾸로 솟듯이 소름이 쫙 끼쳤다. 그때만 해도 큰 개들에 적응이 안 되어 주인이 있어도 묶여있지 않은 개를 보면 무서웠었다. 그 개는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나를 지나쳐 계속 뛰어갔었다. 나중에야 같은 길로 들어선 개의 주인이 보였다. 벌써 20년은 된 일인데 그때의 일이 어제 일이었던 양 생생하다.


오늘 산책길에 개 두 마리를 만났다. 우리 동네에 사는 개다. 그 개를 데리고 산책을 다니는 사람은 큰딸 초등학교 같은 반에 다녔던 아이의 엄마인데 어느 날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시작했다. 장애를 얻었지만 좋은 날씨에는 자주 산책을 나온다. 개 두 마리와 함께.. 개종은 잘 모르겠지만 다리는 길고 날렵한 사나워 보이는 개다.


그 자주 보았던 개들을 숲길에서 맞닥뜨렸다. 숲이라고 개들을 풀어놓았는데 두 마리가 돌아가며 나를 위협했다. 일 미터 앞까지 뛰어와 컹컹 짖으며 돌아가길 대여섯 차례. 물지는 않았지만 큰 개가 돌아가며 달려드는데 목덜미가 뻐근할 정도로 공포감을 느꼈다. 통제 능력도 없이 개 두 마리를 풀어놓으면 어쩌겠다는 건지. 평소에는 휠체어를 타고도 산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두 마리 개에게 돌아가며 위협을 하고 나니 이러다 사고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벌써 그 개를 몇 년째 봐왔는데 아직도 이렇게 통제가 안 되면 분명 위험하다.


다른 길로 우회해서 가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옮겼지만, 그 개들은 돌아서면서도 나를 향해 짓는다. 나는 처음이지만 다른 사람들도 위협을 할게 뻔해 보인다. 휴.. 다음에 만나면 이야기를 해야 하나. 도대체 뭔 배짱으로 사나운 개 두 마리를 풀어놓고 산책을 하는 건지.


간혹 유튜브로 아이들 이불을 덮어주고, 계단 앞에서 아이를 못 내려가게 막기도 하고, 산짐승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 주는 개들의 영상을 보기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짓고 달려드는 개는 무섭다. 동네 개가 그렇게 덤비니 산책하다 또 만나지는 않을까 두려운 마음까지 생긴다. 개가 나를 겁주고, 간 보고 간 것 같아 기분도 안 좋다.

햇빛 가득한 산책길에 이게 웬일인지.. 동네 개라 더 신경이 쓰인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는 언제든지 생기게 마련이다. 변수를 줄이기. 변수에 대비하기.

동네 숲길 산책하며 동네 개에 대비해야 되는 상황이 어이없다.


예전에 아는 집 개는 작은 개를 물어서 이 동네에서 산책이 금지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다른 동네에서도 개 데리고 일부러 산책을 오는 이 좋은 산책길을 못 다니고 다른 동네로 다니는 것을 봤었다.

또 한 번 위협을 한다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는지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조화롭게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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