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선택권이 돌아왔다.

일주일 커피 끊어 본 후기.

by 저먼해

30년 넘게 매일 커피를 마셨다.

감기에 옴팡지게 걸리거나 몸이 아프면 커피 생각이 하나도 없다가, 좀 살만해지면 커피가 제일 먼저 생각나고는 했다. 간혹 점심 후에 매일 마시던 커피를 바빠서 건너뛰게 되는 오후, '커피 한 잔 마셔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면 뭔가 보물을 발견한 아이처럼 행복했던 날도 있었다.

매일 많게는 3,4잔, 보통은 하루 두 잔을 마셨다.

요즈음 들어 하루 한 잔이 내 몸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줄이고 있던 참이다.


선재 스님 책을 읽으며, 내가 마시는 커피인데 내가 안 마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요즈음엔 문득 드는 생각을 흘려보내지 않고 실행에 옮겨 보려고 한다.

'그래? 그럼 일주일만 커피를 끊어 볼까?'

아무 계획 없이 실행에 옮겼다.

블로그에 써 놓으니 혼자 생각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처럼 느껴졌다.



블로그에서 엄마가 커피를 일주일간 안 마시겠다는 글을 읽은 딸은,

"엄마! 그래서 정말 커피 안 마시고 있어요?"

묻는다.


매일 아침, 커피를 곱게 갈아 직접 내려 먹는 모습을 매일 봐왔으니 내가 아침 커피를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를 안다.

"응. 요즈음 홍차나 캐머마일 티를 마시고 있어."


커피를 안 마시고, 만 하루가 지났는데 원인 모를 두통이 왔다. 커피 마실 시간이 지났는데 커피가 안 들어와서 신호를 보내나? 생각을 딴 곳으로 돌리니 조금 아프다 말았다.

만 이틀째 두통이 다시 찾아왔는데 오래 지속되었다. 한나절 아프다 곧 괜찮아졌다.



주말, 남편이 집에 있다.

"커피 한잔할까?"

잠깐 흔들렸다. 그뿐이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만 하루가 더 지나 아침으로 커피와 빵을 먹었다.

일주일 만에 갈아진 원두로 커피를 내리는데 맨날 마시던 커피가 아니라 더 귀하게 느껴졌다.


다음날 아침, 습관처럼 커피에 손이 가다가 차를 끓였다.

매일 마시던 커피를 일주일 안 마셨더니 아침 식사에서 내 선택권이 생겼다.

오늘 아침도 캐머마일과 통곡물 빵을 먹는데, 맛있는 빵 맛은 여전하다.



홀연히 왔다가 날아가 버리곤 하던 생각을 붙잡으니 새로운 시간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겨우 일주일, 매일 하던 습관을 버렸더니 나에게 선택권이 돌아왔다.

'이번 생에 이게 될까?' 싶은 그 무엇도 그냥 한 번 실행해 본다면 그중에서도 뭔가는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뭔가 모를 자신감이 올라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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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끊은 커피의 단상 치고는 너무 멀리 나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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