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로 이민 온 사연.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아무 연고도 없는 독일에서 살게 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대기업에 다니며 IMF를 겪었다. 우수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나는 운 좋게 살아남았다.
누가 잘하고 못해서가 아니라 명분이 만들어졌다. 어떤 팀에 있는 사람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명예퇴직을 했다. 입사 예정이던 신입사원은 발령이 보류되었다. 2년 후 발령이 나서 모두 입사를 하긴 했지만 그 당시에는 한 치 앞도 예상이 되지 않는 시기였다. 월급은 30%나 깎였고 회복되는 데 3년이 걸렸다.
퇴사 후,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회사에서 하던 일을 발판 삼아 개인회사를 설립한 사람부터, 대리운전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과정들을 보며, 어중간한 나이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이 얼마나 어설픈 일이지를 알았다. 회사가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혼하고 1년 반이나 되었을까?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해외영업을 하고 있던 남편에게 사업을 시작해 보면 어떻겠냐고 꼬셨다.
사업을 시작한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시기는 우리에게 없다.'라고.
회사를 다니며 외벌이로 네 식구 살아가는 경우도 많은데, 우린 아이도 없고 내가 벌고 있으니 지금이 최상의 조건이라고.
아이러니하게도 다니던 회사 사장님의 지인이 내가 아는 사람이라 소개를 해줘 결혼을 했는데, 그 회사를 그만두라고 내가 바람을 넣고 있었으니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그래도 그때 선택은 옳았다.
남편은 결혼하기 전부터 35살 전에 외국에 나가 살겠다고 했었다. 외국은 놀러만 다녀봤지 살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해봤는데.. 둘 다 역마살이 끼었는지 새로운 생활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여행사에 가본다는 말을 출근 전에 했었다. 미국이나 캐나다 이민을 가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알아나 본다는 거였다. 남편이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녔고, 친척이 캐나다에 있어서 그쪽이 익숙했다.
마침 독일에 살던 사람이 한국에 방문하여 지인을 만나러 여행사에 갔는데 운명처럼 남편을 만나게 됐다.
"자동차 일을 하는데 왜 미국, 캐나다를 생각해요? 자동차면 독일이지."
돈 없이 미국, 캐나다 이민은 복권에 당첨되는 만큼이나 힘들다는 조언과 함께..
그 한마디였다.
사무실에 앉아 일을 하고 있는데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래도 자동차는 독일인데 독일로 가는 것은 어때?"
"그래? 독일도 괜찮겠네."
그 당시 25,000유로만 있으면 법인을 설립할 수 있고, 비자가 나온다고 했다.
이렇게 연고도 없고, 독일어라고는 굿텐 모르겐도 몰랐던 내가 독일로 오게 되었다.
그때가 2002년 여름 즈음이다.
운명의 소용돌이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 사람의 마음을 바꿔 놓기도 하고 움직이게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