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쁨

생각하지 못했던 선물.

by 저먼해

언제부터인가 핸드폰으로 뭔가를 쓰기가 불편해졌다.

돋보기는 당연히 필요했고, 의도치 않게 발송을 하고 나면 오타가 눈에 자주 띈다.


여행을 가면 노트북 대신 아이패드를 들고 다닌다.

핸드폰은 항상 인터넷에 연결이 되어 있으니 편리하지만 타이핑이 어렵고 아이패드는 온라인에 연결하려면 일부러 연결을 해야 하니 불편하기도 하고 무겁다.

아이패드 대신 휴대용 무선 키보드가 있으면 핸드폰으로 다 해결이 되지 않을까? 문득 여행길에 떠올랐다.


그 자리에서 휴대용 무선 키보드를 조회해 보니,

독일 아마존에서는 35유로가 넘는데, 쿠팡은 12천 원짜리도 있다. 자주 쓰는 거도 아니고, 한국에 가면 사 와야지 생각하고 잊고 있었다. 그러고 한 달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아마존에서 생각지도 않은 배송이 왔다.

오잉! 휴대용 무선 키보드?

사무실에 있는 남편에게 톡을 보냈다.

“이건 뭐래??”

“사무실로 배송 신청을 한 줄 알았는데 배송 주소가 집으로 되어 있었네.”

나에게 서프라이즈로 선물을 하려고 했는데 집으로 왔단다. 휴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키보드 케이스와 핸드폰을 세워 놓을 수 있도록 거치대까지 세트로 왔다.

가끔 쓸거니 비싼 것도 필요 없는데.. 적어도 50유로는 넘어 보인다. 물어봐도 가격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래간만에 맑은 날씨..

오랜만에 혼자 골프장을 가볼까? 하다가 어제 선물로 받은 키보드를 챙겨 들고 시내로 나왔다.

은행에서 볼 일도 있고, 필요한 것도 있고.. 온 김에 아시아마트에 가서 마침 떨어진 두부도 사야지.




며칠 전 두 번째 공저 책이 나온다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니..

“뭐 좋은 거 기념으로 하나 사.”

스스로에게 선물을 해주라는 이야기였다.

“그럴까?”

한 5분 생각을 해보니..

필요한 게 없다.

“생각해 보니 난 이미 다 갖고 있는 것 같아.”


언제부턴가..

물질이 주는 기쁨이 크지 않다.

예쁜 옷보다는 건강한 몸매가 더 이뻐 보이고,

멋진 가방보다는 그 안에 들어 있는 가치가 커 보이고,

근사해 보이는 신발보다 편안한 신발이 더 귀해 보인다.


카페에 나와 새로 산 키보드와 주문한 커피를 사진으로 보내주니 남편에게 답장이 왔다.

“내가 원하던 그림이군. 멋져. “

선물로 받은 무선 키보드 보다 스쳐 지나가듯 한 말을 흘려듣지 않고 선물해 주는 그 마음이 고맙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내가 받은 이 마음이 고맙듯, 주변을 눈여겨보고, 귀 기울여 듣는 습관이 필요하다. 내가 받은 것을 돌려주겠다는 마음보다, 좋았던 그 마음을 기억했다가 누군가에게도 그 기쁨을 선물해 줄 수 있다면 그만큼 세상도 따뜻해질 것 같다.


같아 보이는 햇살도 겨울로 넘어갈 때와 봄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색깔이 다르다. 바람은 여전히 차갑지만, 햇살은 더 포근하고 따스함이 가득하다. 2026이라는 숫자가 여전히 낯선데 벌써 한 달을 훌쩍 넘겼다. 금세 꽃이 만개할 테고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맞이하겠지..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아쉽지만, 따스한 햇살을 생각하니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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