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가 부족해.
자동차 보조 배터리에 이상이 생겨서 차를 맡겼다. 참 좋은 세상이지. 차에 보조 배터리 이상이라고 떴는데 동시에 남편에게 이메일이 왔다고 했다. 보조배터리 점검일을 잡으라고. 약속된 날, 얼마나 걸릴지 몰라 인근 카페에서 기다렸다.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집에 있었으면 두 시간 동안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기 쉽지 않다. 빨래도 돌리고, 다 되면 널어야 하고.. 중간에 또 할 일이 생각나서 벌떡 일어나 방금 떠오른 해야 할 일을 하기도 하니.
어떤 때는 곤충과의 한 동물이 떠오른다. 이름이 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생각보다 행동이 빨라서 뇌에서 명령을 내리기 전에 몸이 움직인다는 곤충이었다. 그래서 그 곤충은 움직이다가 멈칫멈찍 중간에 멈춘다고 했다. 뇌의 명령과 동작의 시간 불일치로 인해..
가끔 책을 읽다 글을 쓰다 문득 떠오르는 일을 하기 위해 앞뒤 생각하지 않고 벌떡 일어서는 나를 보며 그 곤충이 생각나고는 한다. 글을 쓰려면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겨우 컴퓨터 앞에 앉는데 글을 쓰다가 뭔가 다른 생각이 떠오를 때는 앉기까지의 의지는 온 데 간데 없이 바로 다른 행동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집의 고요함과 상관없이 카페는 사람도 많고 복잡하기도 하고 혼자 있을 때는 화장실을 가기도 쉽지 않다. 내 소지품을 놓고 갈 수도 없고 다 챙겨가자니 어설프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앉으면 멍 때리는 시간은 있지만, 하고자 했던 것을 계속 이어갈 수 있어서 카페에서의 장점을 금세 알아차리고 말았다.
하릴없이 카페에서 책 읽고 글을 좀 써볼까 싶어서 나왔는데.. 이런.. 돋보기를 놓고 왔다. 평소 쓰고 다니던 다초점 안경도 안 쓰고 나왔는데.. 커피를 주문하고 작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면서 알게 되었다. 인상 벅벅 써가며 시간을 보내다가 일찍 일어섰다.
비 오는 날. 평소 같으면 집 밖으로 잘 나서지 않지만.. 딸내미 친구들이 수업 중 비는 시간이 있어서 집으로 밥을 먹으러 오겠다고 했다. 점심을 먹을 수 있게 대략 준비를 해 놓고 집을 나섰다. 그 나이 아이들은 부모 없는 집이 더 편안할 테니 내가 자리를 비켜준다는 핑계로..
나서기가 귀찮아서 그렇지 일단 나서면 나름 기분이 좋다. 비 오는 날 카페, 처마 밑으로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조차 운치가 있다. 카페가 꽤 시끄러운데도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핸드폰을 세워두고 무선 키보드로 글도 한 편 쓰고 책을 보려고 아이패드를 찾는데. 아뿔싸, 충전한다고 코드를 꼽아두고는 그냥 나왔다. 아이패드에 다운로드하여놓은 전자책을 보려고 책 한 권도 없이 나왔는데..
작년 언니부부와 함께 스위스 캠핑 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캠핑카에도 샤워할 수 있는 시설은 갖춰져 있지만 너무 좁아서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 유럽의 캠핑장은 이용에 불편함이 없이 시설이 꽤 잘 갖춰져 있다. 씻고 있는데 언니가 어딨 냐고 나를 찾는다. 나는 씻으러 갔는데 내가 가지고 갔어야 할 수건이 캠핑카에 그대로 있다고 남편이 수건을 보냈다. 흠.. 수건도 없이 씩씩하게 왔으니 언니가 안 왔다면 뒷감당을 어찌했을꼬..
뭔가 빈틈없이 완벽하다고 방심하는 순간 어이없는 실수들이 발견되고는 한다. 완벽이라니 내가 그랬던 적이 있기나 했었나? 완벽하지 않으면 그저 적응을 하면 그뿐이다. 샤워하고 수건이 없었다면 입었던 옷 중 가장 만만한 옷을 하나 골라서 몸을 닦고 나오지 않았을까.
인생에 완벽할 때란 없다.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야 말로 적기의 타이밍이 아닐까? 완벽을 기한다고 준비하고 기다리고 계획하고 재고. 그러다 시작도 못하느니 아이디어가 생기면 일단 시작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다음은 대응의 단계다. 물론 경중에 따라 대응으로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우리나라 속담처럼 시작해 보자. 많이, 자주 시작을 해봐야 실패가 있더라도 성공의 확률이 높아질 테니 말이다.
다음엔 또 어떤 허방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자못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그래도 그 상황마다 잘 대응해 왔고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다. 그럼 됐다. 난 한 순발력 하는 여자니까.^^ 나는 나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