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해서 반짝이는 일상

독일에서.. 평온한 일요일

by 저먼해


"내일 아침은 빵 사 와서 먹을까?"

통곡물 빵을 사다 놓으면 양이 많아서 일주일을 먹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일부는 냉동에 넣는다. 신선한 빵은 냉동 후 꺼내 먹어도 그 신선함을 유지한다. 물론 갓 구운 빵만 하겠냐마는 먹을만하다. 행여 미리 내 놓지 않았다면 전자레인지로 1분만 해동을 시키면 먹기 좋은 모양새로 탈바꿈한다.





냉동고에 빵이 있지만 일요일인데 오랜만에 신선한 빵을 먹기로 했다. 7시 일어나 나온 딸과 왕복 2-30분 걸리는 빵집을 걸어간다. 일요일인데 학교 가는 날 보다 더 일찍 나왔다며, 더 잤어야 했는데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는지 억울함을 감출 수 없어 한다. 둘이 팔짱을 끼고 걷는다. 요즈음 동네 앞 소들이 머무는 곳에 송아지가 네 마리나 있다. 자전거로 통학을 하는 딸은 오가며 관찰해 온 소 동향을 이야기했었는데, 오늘 아침엔 길 쪽에 세 마리가 앉아 있다.


장난기 발동한 딸은 이 소가 나를 정말 쳐다보고 있나 싶었는지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본다.


"엄마 소 눈이 나를 따라오고 있어."


"우리는 소를 구경하고 있지만, 소들도 저기 앉아서 지나다니는 사람들 구경하고 있는 거야."


꽤 많은 사람들이 오며 가며 풀도 뜯어 주고, 사진을 찍으며 그 앞에 머물러 있고는 한다.


아침 날씨는 쌀쌀해서 바지 안으로 찬바람이 스며드는데 맑은 햇살이 신선함을 전해 준다. 상쾌하게 느껴지는 바람이 기분 좋게 훑고 지나간다.




아침을 맛있게 먹고 점심으로 오랜만에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는데 누가 벨을 울린다. 일요일인데 누구지?


엊그제 닭강정과 레시피를 전해줬던 옆집 아줌마가 케이크를 가지고 왔다. 며칠 후 손주 생일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게 오늘이었나 보다. 남편과 큰딸이 한국에 가 있는 것을 아는데도 케이크 네 조각을 담아 왔다. 초콜릿 케이크인데 견과류 몬(한국말로 뭘까?)과 오렌지 껍질이 들어가 촉촉하고 건강한 맛의 케이크였다.


딸은 점심 먹고 디저트로 뭘 먹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케이크가 생겼다고 좋아한다. 케이크가 집에서 굽기엔 양이 많고 누군가 한두 조각을 선물로 가져오면 급 반가워진다. 직접 사기엔 굳이 이 단것을 일부러 사 먹어야 하나 싶어 망설여지기에 얻어먹는 케이크는 항상 반갑다.^^




저녁은 오랜만에 피자를 먹기로 했다. 동네에 이태리 레스토랑이 있는데 거기 피자가 짜지도 않고 꽤 괜찮았다. 주말엔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도 어려운 곳이다. 다행히 피자를 주문해서 가져올 수는 있다. 루콜라 피자를 한 판 미리 주문해 놓고 둘이 또 왕복 20분 거리를 걷는다. 팔짱 끼고 두런두런 딸과 발맞추어 가는 길이 평화롭다.




고요한 가운데 함께 식사를 하고, 또 따로 앉아서 책을 읽는다. 딸이 한 권을 다 읽었다고 한다. 어제 산 책인데 1박 2일 만에 다 읽었다.


"이틀 만에 7유로를 또 홀딱 먹은 거야?"


요즈음 킨들로 주문해서 전자책을 읽는다. 예전 같으면 주문해서 기다려야 했지만, 전자책으로 보니 책이 쌓이지도 않고 바로 읽을 수 있고 장점이 많다. 다음 시리즈를 사서 다시 읽기 시작한다.




엊그제 롱블랙에 나온 백경 소방관이 살기 위해 썼다는 책 <당신이 더 귀하다>을 나도 주말 사이에 다 읽었다.


한 번 사는 삶인데 그래도 오늘 한 명은 살렸다고 위안을 갖는 소방관. 글을 쓰며 스스로 위로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삼라망상이 이 책에 다 들어가 있다. 평생에 한 번도 경험하기 힘든 일을 매일 겪고 있으니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결코 쉽지 않겠다.




특별할 일 없는 일요일!


잔잔한 물결 위, 햇빛만으로 빛나는 윤슬. 어쩌면 반짝이는 햇빛보다 잔잔한 평온함이 있어 더 아름다운 것은 아닐까? 평온하고 잔잔하게 채워지는 일상이 쌓여 빛나는 인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잔잔한 일상이 있어 특별한 이벤트가 이 더 빛을 발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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