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괜찮아.

수선화가 말을 건다.

by 저먼해


봄을 알리는 꽃이 수선화가 아닐까 싶다. 봄이 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꽃이 수선화다. 우리 집 정원에도 수선화가 있다. 몇 년 전 한 번 심었는데 해마다 피어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봄꽃은 언제나 그렇듯 피는 시기가 짧다. 그래서 봄꽃이 더 예뻐 보이는 것은 아닐까 싶다. 무채색이던 세상에 색깔을 주니 인생이 환해지는 느낌까지 선사해 준다.




며칠 전 멋지게 피어 있던 꽃이 몇 송이는 고개를 숙여 땅에 닿을 듯 말 듯하고 몇 송이는 뒤로 넘어가서 몸통 전체가 꺾일 것 같았다. 1년에 한 번 짧게 피는 꽃인데 벌써 생을 마감하는 건가? 마음이 안 좋았다. 저 꽃을 꺾어와 화병에 담으면 낫지 않을까? 혼자 궁리만 하다 이틀을 보냈다. 날씨가 정말이지 비 왔다 해 떴다 우박까지 내렸다. 하루에 몇 번이나 종잡을 수 없는 날씨의 연속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렇게 반듯이 예쁜 모습으로 다시 서 있다.

몇 년 전에도 이리저리 꽃이 방향을 달리해 죽을 것 같아 꺾어와 꽃병에 담았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나의 성급한 판단이었나 보다. 조그만 기다려 주면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잡을 텐데 말이다.



짧은 봄꽃 인생이지만 고개 숙이는 날도 있고, 뒤로 넘어가는 날도 있다. 그게 끝인 줄 알고 쌀뚝 잘라서 안으로 갖고 들어왔으니 봄꽃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겨우내 추운 땅바닥에서 견뎠을 텐데..



짧은 봄꽃 인생에도 앞으로 휘고 뒤로도 휘고 그러다 꺾이기도 할 텐데 하물며 우리가 사는 인생이 좋을 수만 있겠냐.

넘어져도 괜찮다. 벌떡 일어나 다시 시작하면 된다. 힘들어 벌떡 일어날 수 없으면 넘어진 김에 쉬었다 천천히 일어나 다시 시작하면 된다. 넘어졌다고 인생 안 망한다.


봄꽃이 아름다움으로 기쁨만 주는 줄 알았는데 흔들리는 봄꽃이 나에게 인생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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