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와 외부가 연결되는 경험

춘분, 봄의 한가운데에서.

by 저먼해

오늘이 춘분이라고 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 봄의 한가운데에 있는 날.

<제철 행복>이라는 책을 읽어 보고 싶어졌다.


이른 아침, 춥지만 비가 오지 않은 날. 출근하듯 골프장으로 향했다.

겨울에는 숲으로 산책을 많이 다녔는데 막상 봄이 되면 골프장으로 가게 된다. 연둣빛 싹이 움트는 나무들이 아우성치고 있을 텐데 그 모습도 봄꽃만큼이나 짧은 시기에만 볼 수 있는데.. 골프장에 핀 꽃을 보며 생각했다.


골프장에서는 숲을 머리에 담고, 숲에서는 '언제쯤 날이 좋아 골프장에 가지'를 떠올린다.

명상을 하며 코 끝에, 내 호흡에 집중을 하며 현존하는 삶을 살아야지 매일 다짐을 해도 삶은 항상 여기 있지 않고 저 멀리 가 있을 때가 많다.


춘분에 봄 한가운데를 떠올리니 자연스레 꽃에서 눈길이 갔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나무 사진을 찍으며, 어제 읽었던 책 <모나의 눈>에서 본 잭슨 폴록의 그림이 떠올랐다.

내가 벌이 되어 이 작은 꽃들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닌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책에서는 모나가 파리, 진딧물이 되었다고 상상하며 잭슨 폴록의 그림 위를 날아다니는 상상을 한다. 그림은 수

천 배 수만 배의 크기로 내 앞에 펼쳐진다. 화폭의 그림이 전 우주가 되어 내 앞에 펼쳐지는 상상.


마지막 홀 티샷 하기 전 잠깐 만난 꽃나무, 그 꽃에 폴록의 그림이 겹쳐지면서 잠시 특별한 감정이 느껴졌다.



며칠 전 봤던 유튜브 영상이 하나 생각난다.

사람에게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뇌, 일명 쉴 때 작동하는 뇌 또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뇌가 있다.

또 다른 뇌로는 태스크 포지티브 네트워크, 일할 때 작동하는 뇌가 있는데 이 두 영역은 각각 따로 작동한다.

예술을 감상하고 감동을 받을 때 각각 머무는 두 뇌의 영역이 드물게 동시에 활발하게 연결된다고 했다. 내부와 외부가 연결되는 이런 특별한 경험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왜 그림을 보면 잘 모르겠으면서도 계속 보고 싶은지.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이 영상이 나를 조금은 설득시켰다.


꽃을 보며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순간.

그 순간이 오늘을 빛나게 해주고 있다.

봄은 짧고, 그 특별한 감정도 잠깐 스쳐 지나가지만 우리는 언제라도 그런 순간을 맞이하며 살 수 있다.

감동의 순간에 감사를 담아 올해의 춘분을 보내주기로 한다.

IMG_1990 2.heic


https://youtu.be/PLG07J_VyRc?si=FhjPeTBZimXKjDJZ

작가의 이전글넘어져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