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달래
2주 전, 동네 마트를 다 뒤졌는데 고등어가 없다. 메트로에도 카우프란트에도 심지어 디스카운트 마트의 냉동고까지 다 둘러봐도 찾을 수가 없다. 고등어를 훈제하면 어떤 맛이지? 말라 비틀어진 훈제 고등어는 있는데 냉동도 생물도 없다. 그래서 지인에게 물었다. "고등어를 어디서 살 수 있을까요?" 아시아 마트에 가보라는 말을 듣고는 겨우 고등어를 샀다. 집에 와서 봤더니 냉동 고등어에 깊이 팬 상처가 있었다. 싱싱한 생물을 샀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이것만 해도 감지덕지지.. 형님이 주신 총각김치를 씻어 듬뿍 넣고 잘박하게 지져서 맛있게 먹었다.
고등어는 뒤셀도르프에 한인마트에 가면 언제든 살 수는 있지만 거기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다. 원할 때 인근 마트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그까짓 고등어도 못 사나 싶은 생각에 갑자기 속이 상했었는데 한 마리 혼자서 다 먹고 나니 욕구가 해소되었다. 고등어 한 마리에 마음이 녹었다. 나 이렇게 쉬운 사람이었었나?
봄이 되면 생각나는 채소가 있다. 달래, 냉이, 씀바귀.. 여기서 씀바귀는 빼고 봄동이 생각난다. 몇 해 전에 딱 이맘때 한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남편에게 냉이와 달래를 좀 사 오라고 했었다. 함께 일했던 사람이 참 야무지게도 포장을 해서 보냈었다. 생 채소를 진공 포장해서 보냈다. 뜨거운 물에 대처 놓은 나물처럼 물이 줄줄 나와서 먹을만한 게 거의 없었다.
마트에 냉이는 없고 달래만 있어서 시어머니가 다섯 단 있는 걸 모두 사겠다는데 겨우 말려서 두 단만 샀다고 했다. 신문지나 키친타월에 싸서 비닐에 넣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더니 이번엔 먹을만하다. 색깔은 누리끼리 변하고 꽁다리는 시들어 버렸지만... 다듬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다섯 단을 사 왔다면 몸살 날 뻔했다. 반은 버리고 반은 건졌다.
간장, 물, 고춧가루, 참기름과 깨소금 듬뿍 넣었 달래 양념장을 만들었다. 마른 김을 구워 바로 지은 쌀밥에 밥을 두 그릇이나 뚝딱 비웠다. 하우스 달래라, 그다지 싱싱하지 않은 달래라 향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이걸로도 충분했다.
"그래 봄에는 이런 걸 한 번쯤은 먹어줘야지."
혼자서 나를 위한 새 밥을 지어 봄을 만끽했다. 봄 향기가 내 몸 안으로 훅 하고 들어왔다.
한국에서 살았다면 이렇게 시든 채소 쳐다도 보지 않았겠지만, 사서 보낸 마음과 시들지 않게 신경 써서 싸 왔을 그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세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은 이렇듯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크게 작동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정성 듬뿍 담은 달래 양념장에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으니 올해도 건강하게 잘 보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