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취향
<산책과 문장>에 이어 두 번째 공저 책 <매일의 취향>을 실물 영접했다.
2월 14일 예약 구매 후 기다리던 책들이 각각의 가정에 도착되고, 시중의 서점에도 깔렸지만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최종 PDF 파일을 받아보고 '이렇게 책이 찍혀 나오겠구나' 상상했었다.
서점에 깔린 책을 구경하고, 내 손으로 구입도 하고, 인증샷도 찍었으면 실감이 났으려나.
마지막 퇴고 본을 넘기고 나면 모든 이벤트가 끝난 느낌이 들었었다.
남편의 한국 출장 계획이 없었다면 우편으로 책을 받아 봤겠지만, 곧 받을 수 있을 텐데 싶어 수선 피우지 않았다.
<산책과 문장> 출간 북토크는 참석하기 위해 혼자 한국행을 감행했었는데 이번엔 독일에서 조용히 있었다.
최근 이혼 숙려 캠프를 즐겨 보는데, 이호선 상담사는 이혼할 때도 결혼식을 할 때처럼 이혼식을 해야 한다고 했다. 뭔가 이벤트를 만드는 것만으로 스스로 다짐이 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책이 나올 때, 나만의 이벤트가 없어서 뭔가 밍밍한 느낌을 두 번 다 피할 수 없었다. 행여 다음에 또 책이 나온다면 출판 날짜에 맞추어 한국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서점에 책이 깔린 감동도 느껴보고, 인증 사진도 찍어보고 수선을 좀 피워봐야지. 그러고 나면 작가가 되었다는 정체성을 좀 느낄 수 있으려나.^^
<산책과 문장> 책은 내 글에 급급해서 함께 한 작가님들 글을 읽어 보지 못했다. 책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내 글이 염려되어 다른 작가 글을 읽어 볼 여유가 없었다.
이번엔.. 책을 받고 다음 날,
독자의 입장으로 한 챕터씩 아껴가며 읽고 있는 중이다.
아홉 명의 작가님들 글마다 특색이 느껴진다. 특히 재원 작가님. 첫 모임 때 각자 소개를 했었는데 재원 작가는 마이크 문제로 자기소개조차 듣지 못했다. 글을 읽다 보니 더 궁금해진다. 북토크 때 갔으면 재미있었겠다 싶어 더 아쉽다. 안방의 프리마돈나로 변신한 모습도 궁금해지고, 그 끼를 감추고 있었을 모습도 궁금해진다.
북토크는 못 갔어도 작가님들 사인이라도 부탁해 둘걸 그랬다.
초보 작가가 많았는데도 글이 재밌고 완성도도 높아서 이 책에 더 애정이 간다.
울프는 우리의 하루하루는 존재보다 비존재로 이루어지는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P87 <책을 덮고, 삶을 열다. 정혜원>
인생의 크고 작은 이벤트는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별일 아니라고 넘길 수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일이 되기도 한다. 비존재로 남기는 그런 저런 하루가 아니라 존재로 남는 하루로 만들어 내는 일은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무덤덤 넘기는 편이 좋은 일은 작게 만들수록 좋겠지만, 이벤트로 크게 확대할 수 있다면 나름 축제를 스스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오늘을 축제로 만들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존재의 하루로 남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