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의료보험, 공보험과 사보험
독일에서는 사랑니 4개를 한꺼번에 뺀다. 한국에서는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다. 나도 남편도 어릴 때 사랑니를 일부러 빼지 않았는데 아직까지 사랑니로 문제가 되는 것은 없으니 다행이다. 큰 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기 전에 사랑니 4개를 한꺼번에 뺐다. 스케일링 겸 정기 검진에 갔었는데 사랑니 네 개가 자라고 있다고 했다. 아직 돌출되어 나오지는 않았지만 엑스레이를 통해 미리 보고 빼는 것을 추천해 줬다.
독일은 일반 치과와 사랑니를 뺄 수 있는 외과 치료를 보는 치과가 구분되어 있다. 인근에 연계된 치외과로 가면 예약 날짜도 비교적 빨리 주는 것 같다. 독일은 보통 처음 가는 병원은 예약 일을 받기가 어렵다. 한두 달 후의 날짜로 예약 일을 받는 것은 흔한 일이다. 급한 병은 예약 날짜 기다리다가 뭔 일이 날 지경이다.
이젠 둘째 차례다. 작년 4월에 정기검진을 받았는데 겨울쯤 사랑니를 빼는 게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어제 치외과를 방문했다. 둘째는 사랑니가 3개만 났다. 4월에 찍은 엑스레이에서 하나는 치아의 형태를 갖추지 않고 돌처럼 생겼었는데 어제 찍은 엑스레이를 보니 치아의 형태가 보인다. 자리도 어느 정도는 있어 보여서 그것도 빼야 되냐고 물었다.
지금은 괜찮지만 몇 년 후 발생될 문제가 충분히 예상된다고 한다. 이 치아가 더 자라면 그쪽으로 턱관절의 중요한 신경이 지나가는데 문제가 발생된 후에 조치를 하기에는 위험이 크단다. 평생 문제를 안고 가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다.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상책이다. 4월 어느 날로 예약을 하고 왔다.
독일은 사보험과 공보험의 차이가 많다. 공보험은 비교적 보험료가 싸고 병원에서 받는 혜택도 적다. 그렇다고 한국보다 보험료가 싸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공보험은 직장에 소속되어야만 들 수 있다. 그래서 우리처럼 남편이 사업을 하면 사보험을 들어야 한다. 사보험은 보험료가 부담될 정도로 비싸다. 남편 한 명의 보험료가 월 700유로에 가깝다. 계약 조건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기는 한다. 해마다 보험료가 오르고, 20세, 50세 등 어느 시점이 넘어서면 보험료의 급상승을 경험한다. 대학에 가면 사보험에서 공보험으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가 온다. 대학생 큰 딸은 공보험으로 바꿨는데 월 120유로를 낸다. 그래도 10대의 둘째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사랑니를 빼는 조건만 해도 공보험은 부분마취로 진행이 되고, 사보험은 프로포폴 같은 마취제로 짧은 시간 전신마취를 해준다. 물론 공보험 가입자가 전액 본인 부담으로 선택은 할 수 있다. 큰 아이가 2년 반전에 사랑니 4개 빼는데 800유로 정도 청구가 됐는데 요즘 물가가 오른 것을 감안하면 둘째는 얼마나 나올까 궁금해진다.
요즈음 아이들은 영양 상태가 좋아져서 치아 자체가 크고, 딱딱한 것을 잘 안 먹으니 턱관절은 작다는 말을 둘었었다. 특히 얼굴이 작은 독일 친구들은 이가 자랄 자리가 부족해서 사랑니가 아닌 다른 이를 일부러 빼서 치아교정을 하는 경우도 많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사전에 발견하고 미리 조치를 할 수 있으니 분명 나은 세상이 된 것이다.
간혹 다큐에서 개발 도상국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앞니가 빠진 사람도 종종 보이고, 치아가 몇 개만 남아 있는 사람도 본다. 의료봉사를 간 프로그램을 봤는데 며칠 동안 뺀 이를 양동이 채로 보여 준다. 선진국에 살았다면 염증 치료를 하고 살릴 수 있는 이를 그저 발치로 통증을 줄여주는 거란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나도 우리 아이들도 그런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그런 환경에서 살았을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나'가 개인이 살면서 축적할 수 있는 부의 50%를 결정한다고 했다. 그만큼 어느 사회에 소속되어 있느냐가 중요한데 이젠 부 뿐만 아니라 수명, 생활의 질에서도 그 차이가 확연히 벌어지고 있다.
의료 혜택에서도 세대 차이가 느껴진다. 앞으로 태어나는 세대는 예상 수명을 120살까지도 내다보고 있던데 앞으로 발전할 의료 수준을 생각해 보면 가능할 것 같다. 더 이상 평등하지 않은 세계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