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의 결정을 위한 기준들 (배우자 편)

by 나몽

한 번은 ‘10년 뒤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적은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소소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기를.

내가 잘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하고 있기를.

말 한마디 한마디 사이에 온기와 무게감이 깃든 언어를 쓰고 있기를.

가족, 친구, 지인, 그리고 타인에게까지 영감을 주고,

사랑과 호의를 기꺼이 베풀 줄 아는 진짜 ’ 어른‘이 되어 있기를.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기를.


5년 뒤, 10년 뒤, 20년 뒤에 이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기 위해서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 대한 기준들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배우자에 대한 기준을 정리해보려 한다.


사람들은 보통 배우자를 고를 때 이상형이나 조건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상형이라는 개념에는 어딘가 일방적인 시선이 스며 있다.

그 대상만을 바라보기보다, 그 사람과 함께 있는 나의 모습을 먼저 그려봐야 한다.


그 사람과 나의 일상 풍경은 어떤가? 편안한가?

함께 있을 때의 공기, 대화의 결, 언어의 온도는 어떤가?

내가 원하는 관계의 깊이와 안정감은 어느 정도인가?

서로 장난을 치며 어린아이들처럼 웃다가도, 서로의 결핍이나 상처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

그것을 눈치껏 알아보고, 말없이 보듬어줄 수 있는 그런 따뜻한 무게감이 있는 관계인가?

그렇다면 나와 이런 관계성을 맺을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나는 그만큼의 깊이가 있는 사람인가?


소위 ‘좋은 조건‘ 역시 그 사람이 쌓아 온 경험과 성실의 결과이므로 가볍게 무시할 일은 아니다.

사람을 판단할 때는 그가 걸어온 길, 지금의 태도,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보게 되기에 조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하나의 서사가 아니라, 기사제목처럼 단편적인 조건들로만 평가하면

한 사람의 삶은 학벌, 연봉, 집안 같은 몇가지 표식들로만 귀결되어 버릴 위험이 있다.

그런 단편적인 기준들이 조건의 정의가 되고, 그것이 결혼의 이유가 된다면,

조건이라는 것은 하나의 관계를 지탱하기에는 지나치게 연약한 기반이 된다.


이러한 조건들은 절대 우리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한다.

스스로 합리화시켜봐도,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날이 찾아온다.

올바른 조건의 정의가 필요하다.


조건의 새로운 정의를 내려보자.

상대를 안심시키는 반듯함이 있는지,

차가운 논리보단 따뜻한 논리로 사람과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지,

온기가 깃든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인지,

차가운 계절을 견뎌낼 내적 근성이 있는지,

하고자 하는 것을 이뤄낼 끈기와 열정이 있는지,

이런것들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조건들이 아닐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상형과 조건,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이 있다.

진심어린 연결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존재의 울림을 만든다.

한 사람의 삶을 다채롭게,가득하게, 따뜻한 빛으로 채운다.


사랑만으로 살 수는 없지만, 사랑 없이 맞이하는 인생의 끝은 참으로 허무할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내 배우자의 기준은 단순하다.


인생의 모든 계절을, 희로애락을 기꺼이 함께하고 싶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