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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 Mar 10. 2023

진짜 인종차별주의자

 집을 구하고 일을 곧바로 구했다. 운이 좋게도 두 군데에서나 잡 트라이얼 제안이 왔다. 첫 번째로 제안이 온 카페는 중국인이 사장이었고 알바생들도 다 동양인이었다. 포케 식당에서 두 번째로 제안이 왔다. 역시 모두 동양인이었다. 잡 트라이얼 제안이 왔으니 기분이 좋긴 한데 한편으로는 찝찝했다. ‘나는 동양인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는 건가?’      


 무의식적으로 백인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동양인들과 끼리끼리 뭉치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 진짜 인종적으로 갈라서 생각하는 사람은 호주 사람도 아니었고 바로 나였다. 호주는 세계 곳곳에서 이민을 와서 다양한 인종들이 산다. 특히 내가 살았던 멜버른에는 중국, 베트남, 인도 등의 아시아 사람들이 많았다. 당연히 동양인 인구가 많은 만큼 알바에서 만날 가능성도 큰 것이다. 자기가 살게 될 나라에 대한 배경지식도 하나도 없었던 것뿐만 아니라 백인에게 우월감까지 느꼈던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서 자라면서 세뇌된 백인우월주의를 새삼 느꼈다. 어릴 때부터 보았던 미디어에서는 백인이 더 우월한 듯 묘사되었다. 영어 학원을 가면 백인 원어민 선생님이 나를 가르치기를 기대했다.      


 같이 유니클로에서 트라이얼을 하던 동양인 여자에게 “Where are you from?”이라는 질문을 했다. 그 여자는 당황하면서 “You mean my nationality?”라고 되물었다. 내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임을 시간이 지나고서야 깨달았다. ‘Where are you from?’이라는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어렸을 때부터 호주에서 자랐고 따라서 똑같은 Aussie인 것이다. 단민족 국가, 단인종 국가에서 22년을 살아온 나로서는 호주에 있는 모든 동양인들을 ‘유학생 혹은 워홀러’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의 무지함과 인종차별적 사고방식을 호주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다. 무지함이 무죄는 아니다. 인종차별은 무식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것이 이렇게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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