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작가 Oct 11. 2022

원고 투고, 그 후  일주일

내 원고 괜찮은가요?

출판사 200곳에 메일 투척


9.26~27일 이틀간 출판사 200여 곳에 출간 기획서와 원고 요약본을 메일로 보냈다.

출판사 메일은 대부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았다. 홈피, 인스타, 페이스북을 모두 뒤졌다.

덕분에 페이스북이라는 매체와 안면을 텄고 내 계정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온라인 검색에 나오지 않는 출판사는 교보문고 매장에 들러 판권 정보를 확인했다.


출판사 선정 기준은 내가 쓴 글과 같은 영역의 책을  출판하는 곳이다.

나는 독서, 글쓰기, 자기계발 분야 위주로 선별했다.

대형 출판사는 자체 홈피에 투고란이 따로 있어 개별 투고를 했다.



결과는...


 2/3 이상은 메일을 확인하지 않았거나 연락이 없고 1/3 은 원고를 채택할 수 없다는 공손한 답변이 왔다.



비록 거절의 내용이지만 이렇게 공손한 메일이 온다. 아마 글 쓰는 사람의 노고를 충분히 인정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 주제가 취지에 맞지 않다거나 출판 계획이 꽉 차 있어 더 이상 출판이 어렵다는 내용이다.


반면 긍정적 답변은 투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전화가 온다. 출판사 3곳에서 긍정적인 연락이 왔다.  연락을 준 출판사는 투고 후 당일과 다음날 연락을 받았다. 다른 분들의 경우를 봐도 계약이 성사될 때에는 이틀 안에 연락이 오는 것 같다. 원고 투고 후 유유히 로봇 청소기를 돌린 후 외출 준비를 하는 중 첫 번째 문자를 확인했다. 투고 후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전화가 울렸나 보다. 


제의해 준 출판사의 계약조건은 거의 비슷했다.

출판사의 입장과 위상을 강조하느냐, 나의 스토리와 내 원고가 중심이 되느냐에 따라

나의 이야기를 물어주고 잘 들어주는 곳으로 선택했다.


출판사 연락을 받은 당일,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다.

오랜 기간 작가를 꿈꾸었던 경우가 아니라서 뛸 듯이 날아갈 것 같은 것도 아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별일도 다 있네~."

내 글이 간결하고 읽기 편하다는 말은 들은 적 있지만 전문출판사에 간택이 될 줄은 몰랐는데....

공식적인 누군가에게 객관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데 대한 어색함, 이상함, 의구심, 자신감, 이런 것이 아닐까.


내가 나를 인정하니 누군가도 나를 인정해 주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뭐가 그리 잘 난 게 있겠냐마는 그게 마음이 편했다.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행동하고 나만의 방법으로 행복을 찾아가고 있어요~ "

라고 공식적으로 말했더니 그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인정해 주는 누군가가 떡 하니 나타났다. 

낯섬과 반가움이 믹스되어 전혀 느껴보지 못한 오묘한 맛이 나는 하루였다.


기분이 좋은 건 맞는데 얄궂게 붕~떠서 뭉게뭉게 날아다니는 마음을 의도적으로 잠재우려 했다. 

일희일비는 좋지 않으니까.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도 아니니까.

결정 난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


그러나 남편은 그날을 만끽하고 기억하자고 한다.

아무것도 변한 것 없고 결정된 것도 없지만 이렇게 평소와 전혀 다른 색다른 기분이 나는 날도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냐고....


그래서 한잔했다.

늦은 시간 동네 횟집에서 오뎅탕이 곁들여진 소주 한잔하는 허접한 술자리였지만,

님의 바람대로 나는 이날을 잊지 못한다.

출판사에서 연락을 받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스스로 억누르려는 나의 작은 감정까지 소중하게 생각하고 챙겨주려는 한없이 깊은 아량에

무한한 고마움을 표한다.


그리고 내일 계약을 위해 상경하기로 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불금을 보내고 돌아올 예정이다. 



3개월 만의 서울행이다.

.


.


.



작가의 이전글 책 쓰기 5개월간의 여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