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것들이 점점 편하게 되기까지.
10월 독서모임 선정작은 '불편한 편의점 2'
소설뿐 아니라 드라마도 잘 보지 않는다. 당연히 '불편점 편의점 1' 권도 읽지 않았고 2권을 읽는 내내 '역행자'가 읽고 싶었고 '퍼스널 브랜딩' 책을 들추고 싶었다. 역행자는 내가 진행하는 독서모임 선정작이고 퍼스널 브랜딩 책은 나에게 당장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불편한 편의점은 읽지 않아도 불편한 점이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읽는 것이 더 불편하다.
독서모임에 책을 안 읽고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닐뿐더러 안 그래도 말이 없는 내가 더 할 말이 없게 되는 참사극이 일어날 수 있어 숙제처럼 읽어 나갔다. 모임에 참석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참석하기로 했다.
모임원 한 분이 옥수수수염차를 여러 병 사가지고 오셨다. 불편한 편의점 책을 읽은 만큼 편의점에 들러 자갈치와 옥수수수염차를 찾았는데 자갈치는 없어서 이곳도 참 불편한 편의점이었다고 운을 뗐다. 소설 속 이야기를 실생활에 바로 적용하다니.... 소설은 생활에 직접 적용이 안 되어 읽는 재미가 없다고 했던 내 생각을 180도 뒤집어 버렸다.
감명 깊은 장면이나 문구가 있나요?
모임장이 항상 묻는 질문이다. 나는 뇌리에 꽂힌 어떤 장면이나 특정 인물이 없다고 했다. 편의점 사장 민식의 사업이 줄줄이 실패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편의점 사업이 어떻게든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살짝 감정이입.). 이번엔 듣는데 집중했다. 매번 느끼지만 사람들과 책 속 얘기를 나누다 보면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자기계발 책이 소설보다 더 도움이 되고 남는 게 있어서 자칫 소설을 등한시하게 된다는 다른 분들의 말에 안도했다. 나만 메마르고 성장이 고픈 것이 아니었다. 난 아직 정서적 여유가 없어서 그렇다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한편, 각자의 환경에서 꽂히는 부분이 모두 다른 것 또한 신기한 일이다. 혼자 하는 독서도 중요하지만 같이 읽는 독서의 또 다른 재미가 바로 이런 것이다.
불편한 것들이 점점 편하게 되기까지.
청파동 always 편의점은 손님이 원하는 물건이 없는 경우가 많아 불편하다고 한다. 편의점에 거의 가지 않는 나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사람들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듣다 보니 편의점이 왜 불편했는지 진짜 이유를 알 것 같다. 물건이 부족해 불편한 표면적 이유도 있지만, 편의점에 오가는 사람들의 내면의 불편함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노숙인 독고와 딸, 염 여사와 아들 민식 사이의 가족 간의 불편함.
새로 온 야간 알바 황근배(홍금보)와 취준생 소진의 미래의 불안함에 대한 불편함.
소고기집 최 사장을 비롯한 각각의 먹고사는 문제들.
이곳에 오가는 사람들의 여러모로 진짜 불편함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단순한 제목이 아니었어.
저자 김호연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편하고 쉬운 언어로 그렸다.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는 말이 꼭 맞다. 한 장면을 두고 다양한 시선에서 다른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장면이 넘겨질 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연극 한편을 본 것 같은 세심한 전개는 너무 자연스러워 마지막 장면에는 마치 내가 객석에서 일어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름을 봐도 그렇고 부드럽게 묘사되는 표현도 그렇고 작가가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작가는 남성).
김호연 작가는 20년간 생계형 작가로 꾸준히 글만 썼다고 한다. 글로 먹고 살아온 자신의 생존기를 다룬 책이 있다. 쓰고 반려된 '실패의 날들'에 대한 기록을 유머스럽게 표현한다. '쓰기'에 대한 책이라 작가의 입장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20년간의 노고가 이번 '불편한 편의점'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보상이 되지 않았을까 유추해 본다. (브런치에 등록된 작가라는 사실도 알았다).
모임이 끝날 즈음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할 말이 많아지고 생각도 깊어졌다. 글로 옮길 수 있을 만큼 생각의 양이 쌓여 후기를 작성할 수 있으니 이번 모임도 알찬 시간이었다. 독서모임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내 손으로 절대 고르지 않을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뭔가 조금 아쉽다. 이 아쉬움은 내가 운영하는 '꼬꼬무 독서모임'에서 채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