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에 나타나는 인간 심리의 부정성

질투와 좌절, 증오, 그리고 인지 불협화

by 배학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사회 비평적 내용 덕택에 널리 찬사를 받았다. 특히 시장 경제에 반대하는 좌파 경향의 관객들은 이 영화를 자본주의적 모순을 고발하는 작품이라고 환호했다. 그러나 영화에는 그런 사회적 관점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심리적 층위가 중심에 놓여있다. 이것을 파헤치지 않는다면 영화의 가치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1. 시기와 증오


영화 기생충의 주요 심리적 요인은 시기 또는 질투(envy)의 정서이다. 김씨 가족(송강호 가족)의 질투는 영화의 플롯을 이끌고 가는 원동력이다. 내가 바라는 어떤 것이 나에게는 결여되어 있는데, 그것을 타인이 소유하고 있을 때, 그를 향한 질투가 나에게 일어난다. 영화 <아마데우스>(1984)는 모차르트의 천재적 재능을 시기한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씨 가족은 상류 계층을 동경하며 살아간다. 현실은 이상과는 정반대로 가장(家長) 기택은 사업에 거듭 실패하여 가족은 단칸 반지하 방에 4식구가 빈곤하게 거주한다. 이들은 무선 통신료를 지불할 돈이 없어 이웃의 와이파이를 빌려 쓰고, 피자 가게의 포장지를 접는 등 아르바이트로 겨우 연명한다. 아들 기우는 4번이나 대학에 낙방했으나 학원에 다닐 형편이 아니고, 미대 지원생인 여동생 기정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연이은 좌절은 동경을 시기로 바꾸고, 시기가 장기간 억압되면 증오나 원한으로 전환한다. 직장에 갇힌 느낌을 받는 철수라는 회사원을 상상해 보라. 열심히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승진에서 탈락하고, 반면 그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동료들은 승진의 사다리를 올라간다. 이런 일이 거듭되면 철수에게 깊은 좌절감이 생겨난다. 철수는 자신의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회사의 승진 절차에 공정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승진의 희망이 좌절되면, 이것은 승진 절차를 관장하는 회사 뿐 아니라, 이 시스템에서 승진한 동료들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게 된다. 동료들이 철수에게 직접적으로 잘못을 범하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철수는 문제의 일부라고 느끼는 것이다. 만약 철수가 문제의 근본원인을 해결하거나, 더 좋은 일자리를 새로 찾을 수 있다면 잘 나가는 동료들을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철수가 무력하여 승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좌절의 원인인 회사 시스템뿐 아니라 그 시스템의 수혜자인 잘 나가는 동료에게도 증오의 화살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박 사장 가족은 김씨 가족의 인생 좌절에 책임이 없다. 오히려 김씨 가족은 박 사장 가족을 속여 재정적 이득을 챙겼다. 김씨 가족의 아들인 기우는 대학 재학 증명서를 위조하여 박 사장의 딸 다혜의 영어 가정교사가 되고, 여동생 기정은 미국 대학 유학생이라고 속여 다혜의 남동생 다송의 미술 과외선생으로 일자리를 얻는다. 김씨 가족의 사기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박 사장의 운전사와 가정부에게 누명을 씌워 해고되게 만들고, 그 자리에 기택과 아내가 취직한다.


김씨 가족의 좌절은 박 사장 집에서 일자리를 얻어 돈을 벌어도 계속된다. 기정과 기우는 과외 선생이고, 기택은 운전사, 그리고 기택의 아내는 가정부이다. 김씨 가족은 여전히 그들이 동경하는 상류 인생을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박 사장은 김씨 가족에게 친절하고 예의바르지만, 두 가족 사이에 선을 그어놓고 넘지 않도록 경고한다. 가정부가 잘리고 나서 얼마 후 기택이 박 사장을 태우고 올 때, 박 사장은 근처에 갈비찜 잘하는 데가 있느냐고 물으면서 가정부에 대해 이런 말은 한다. “상당히 괜찮은 아줌마였거든, 그 양반이. 집안 구석구석 관리도 잘하고, 그리고 매사에 선을 딱 잘 지켜. 내가 원래 선을 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데,..” 박 사장이 이어서 아내가 집안 살림을 잘 못한다고 불평하자, 기택은 운전석에서 뒷자리에 앉은 박 사장을 보며 “그래도 사랑하시죠?”라고 관심을 보였다. 갑자기 박 사장은 표정이 싸늘해진다. 박 사장은 기택이 선을 넘는다고 생각하여 상당히 불쾌한 것이다. 부부 사이의 감정에 관한 대화는 대등한 사람끼리 하는 것인데, 집안일을 돌봐주는 아랫사람이 주인에게 그런 주제를 언급하는 것은 무례하다고 박 사장은 믿고 있는 것이다. 박 사장은 잠시 후 표정을 고르고 “허허허. 아이, 그럼요. 사랑하죠. 사랑이라고 봐야지.”라고 예의바르게 응답하지만, 박 사장의 싸늘한 표정으로부터 기택은 자신이 하류 계층이라는 점을 다시 인식하고 좌절한다. 영화의 종반에 이런 일이 한 번 더 벌어진다. 박 사장이 아들의 생일 행사를 위해 기택에게 인디언 분장과 연기를 부탁하며 아내의 등쌀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양해를 구하자, 기택은 “애 많이 쓰시네요, 대표님도. 하긴 뭐, 어쩝니까? 사랑하시는데.”라고 말한다. 박 사장은 다시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여 “김 기사님. 어차피 오늘 근무인 거죠, 이게? 그냥 뭐, 일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시고, 예?”라고 면박을 준다. 운전기사는 돈 받고 일하면 되는 거지 감히 주인 부부의 관계를 언급해서는 안 된다고 박 사장은 생각하는 것이다.


소망의 좌절이 거듭되면 소망은 증오로 바뀐다. 다송의 생일 파티가 마당에서 열리고, 기택 가족도 일을 도우러 출근한다. 파티 도중에 지하실에 숨어 살던 남자가 파티가 열리는 마당으로 나와, 화사한 옷을 입은 기정을 칼로 찔러 살해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기택은 박 사장에게 칼을 꽂는다. 기정을 죽인 자는 지하실의 남자인데, 왜 기택은 박 사장을 찔렀을까? 기택의 좌절이 잘 사는 사람에 대한 증오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승진에서 계속 실패한 사람은 승진절차를 운영하는 회사 시스템을 미워할 뿐 아니라, 그 시스템의 수혜자인 승진에 성공한 동료들도 증오한다. 이것과 기택이 박 사장을 증오하는 것은 동일한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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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상의 동경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라캉(J. Lacan)은 인간의 욕망을 3가지로 나눈다. 그 중 소망(desire)은 우리가 흔히 이해하고 개념과 매우 다르다. 소망은 이상(理想)에 대한 동경이다. 라캉에 따르면, 개인에게 이상은 거울 단계(mirror stage)에서 형성된다. 아이는 태어난 지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자기를 발견하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아이가 말을 배우자, 엄마는 아이에게 거울 속에 비친 아이의 영상을 가리키며 “저게 너야!”라고 말한다. 아이는 비로소 거울의 영상이 자신의 반사라는 점을 안다. 그 전에는 거울에 자신의 영상이 반사되어도 그것이 자신인 줄 몰랐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머리와 몸통, 팔 다리가 통합된 전체이므로, 그 이미지는 아이에게 완전한 존재로 보인다. 완전한 자기, 즉 자신의 이상은 처음에는 이렇게 이미지이다. 이상의 형태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변화하고,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살리에르에게는 모차르트의 천재적 음악 재능이 이상인 반면, <기생충>의 김씨 가족에게는 박 사장의 부와 사회적 지위가 이상이다.


라캉이 언급하는 소망은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이상을 향한 동경이다. 누구에게나 이상의 동경은 있다. 다송의 생일을 맞아 박 사장 가족이 캠핑을 떠나자, 김씨 가족은 박 사장의 저택을 제 집인 양 들어앉아 쓰게 된다. 이 장면에서 김씨 가족의 동경이 잘 드러난다. 기우는 집 앞 정원에 누워 책을 읽고, 기정은 고급 수입 생수를 마시며 욕조에서 TV를 보면서 목욕을 하고, 기택의 아내는 옛 선수 시절마냥 해머 던지기를 즐기고, 밤에는 네 사람이 저택에 있던 고급 양주로 술판을 벌이고, 비 오는 잔디밭을 바라보며 저택의 격조 높은 분위기를 경험한다. 더 나아가 기우는 다혜와 결혼하여 이 집에서 살고 싶다는 환상적 소망은 털어놓는다.


소망 즉 이상을 향한 동경은 도달할 수 없다. 아무리 목표를 향해 다가가더라도 현재의 위치와 이상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이것은 라캉이 언급하는 결여(lack)이다. 우리가 이상을 향해 나아갈 때 전진하는 속도와 성취 때문에 감격하여 그 간격을 잘 모른다. 그러나 간격을 발견할 때 좌절은 다시 우리를 타격한다. 캠핑을 떠났던 박 사장 가족이 비가 많이 내려 예정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오자, 기택네 가족들은 황급히 집을 청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박 사장 집에서 미처 탈출하지 못하자 집안 여기 저기 바퀴벌레처럼 숨는다. 김씨 가족은 아무리 박 사장을 속이고 돈을 벌어도 여전히 하급 계층인 것이다. 다음날 새벽 차고를 통해 기택과 기정, 기우가 탈출하여 새벽 비를 맞으며 길을 걸어 내려갈 때, 그들은 현실을 자각하며, 현실과 이상의 간격, 즉 결여를 경험한다.

결여의 경험을 <기생충>은 아주 자연스럽게도 표현한다. 어느 날 식당에서 다송은 운전기사와 가정부의 냄새가 비슷하다고 지적하며, 기정에게도 같은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신분이 들킬까 두려워 김씨 가족은 비누와 세재를 각자 따로 써야 할지 서로 토론한다. 이때 문제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 반지하 방에서 나는 냄새라고 기정은 지적한다. 김씨 가족은 반지하에 거주할 수 밖에 없어서, 그 냄새를 제거할 수 없는 것이다. 냄새는 김씨 가족에게 결여를 일깨워 준다.


영화의 막 바지, 캠핑장에서 박 사장 가족이 돌아온 날, 미처 그 집에서 탈출하지 못한 기택, 기우, 기정이 거실 탁자 아래 숨어 있고, 박 사장은 아내 연교와 소파에 누워서 그 냄새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박 사장: 가만 있어 봐. (코를 킁킁대다가) 응? 야, 어디서 그 냄새가 나는데?

연교: 뭔 냄새?

박 사장: 김 기사님 스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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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교: 난 잘 모르겠는데...

박 사장: 진짜? 당신도 알 텐데. 은은하게 차 안에 퍼지는 냄샌데... 그 뭐라 그래야 되나, 그거?

연교: 뭔 냄새길래?

박 사장: 몰라. 암튼 뭐 말로 설명하긴 힘들고, 가끔 그 지하철 타면 나는 냄새 있어. 그런 거랑 비슷해.

라캉은 여러 저술에서 결여 개념을 설명한다. 핵심은 언제나 인간은 이상을 지향하는 존재이며, 그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는 점이다. 그 간격을 바라 볼 때 인간은 자신에게 없는 것, 결여를 자각한다. 김씨 가족의 냄새는 박 사장에게 탐지되는데, 그것을 알고 김씨 가족들은 자신들에게 존재하는 결여를 인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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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덕적 신념과 반도덕적 행위 사이의 인지 불협화


김씨 가족은 온갖 사기로 박 사장의 가족을 속인다. 그러면서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기택은 아들 기우가 연세대학교 재학증명서를 들고 다혜의 가정교사 면접을 보러 갈 때, “아들아, 나는 니가 자랑스럽다.”고 아들을 격려한다. 기정은 박 사장의 아내에게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미술과 미술치료를 공부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녀가 완전히 속아 넘어가자 이렇게 말한다. “인터넷에서 미술 치료 한거 썰 좀 풀었더니 갑자기 쳐 울더라니까. 내가 어이가 없어 가지고.”라고 말하며 자기에게 사기당한 사람을 비아냥거린다.


기택 가족은 완전히 비도덕적 인간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도덕성을 갖추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언어를 배우면서 도덕을 함께 배운다. “옳음, 그름, 좋음, 나쁨” 같은 평가적 단어를 배우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디저트”라는 영어 단어를 배우면서 서양의 음식 문화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김씨 가족들은 도덕성이 없는 사악한 인간같지만, 그들은 한국어를 배우면서 도덕성을 함께 배웠다. 김씨 가족의 도덕성은 영화 후반부에 나타난다. 박 사장 집 지하에 묶어 둔 두 남녀를 기우와 기정은 걱정하고 아버지 기택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다. 다송의 생일잔치 날, 가정부로 일하던 기택의 아내는 기정에게 고기 접시를 주면서 지하실에 내려가 보라고 말한다.


김씨 가족은 도덕적 존재이지만 비도덕적 행동을 한다. 그들에게 사고와 행동은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이것을 인지 불협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하는데, 미국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어(Leon Festinger, 1919-1989)가 이 개념을 처음 사용했다.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과 반대로 나쁜 행동을 할 때 행위자는 인지 불협화 상태를 경험한다. 사고와 행동이 모순을 일으킬 때, 개인은 혼란과 불편을 느끼고 이것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결한다. 김씨 가족은 행동의 합리화를 통하여 인지 불협화 문제를 처리한다.


기우는 대학 증명서를 위조한 행동을 이렇게 합리화한다. “아버지. 난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 내년에 이 대학에 꼭 갈거 거든요. 서류만 미리 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합리화한다면 절도 행각도 나쁘지 않은 행동이 된다. “나중에 이자 붙여서 갚아 줄 텐데 지금 좀 훔치면 어떠냐”고 합리화면서 타인의 돈을 강탈할 수 있는 것이다. 기택의 아내는 자신들이 나쁜 일을 하는 것은 가난하기 때문이라고 합리화한다. “부자니까 착한 거지... 부자들이 원래 순진해. 꼬인게 없고. 부잣집 애들이 구김살이 없어. 다리미야 다리미, 돈이 다리미라구. 꾸김살을 쫙 펴 줘.” 그녀는 부자가 되면 저절로 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들의 비도덕성을 합리화한다.


영화 <기생충>(2019)은 사회 비평 영화로 평가받았다. 가난한 김씨 가족과 부유한 박씨 가족의 대비는 사회 불평등과 계급 갈등의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런 측면은 영화의 중심이 아니다. <기생충>은 동경과 좌절, 증오, 도덕성과 같은 깊은 문제를 사회적 비평의 형식으로 엮어낸 작품이다.


{예술부산. 2024.11. Vol.233. 6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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