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가비 Jul 01. 2024

[문화컬럼]뉴진스가 상기시킨 마츠다 세이코

문화예술과 경제의 상관관계

초딩 고학년 여자 아이와 함께 살다 보니 최근의 아이돌 음악동향을 모를 수 없다. 초딩 고학년들이 노는 방법중 랜덤플레이 댄스라던지 포토카드 수집 및 교환 등이 놀이에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기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돌 문화에 관심이 없다 해도 뉴진스가 나와서 슈퍼샤이나 버블 검을 흥얼거리는 아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멜로디를 알 수 밖에 없었고 (춤은 도저히 따라 출 수 없...어려워요..;;) 민희진과 어도어, 그리고 하이브의 불꽃튀는 전쟁에 꽤 많이 관심을 가지게 되기도 했다. 


바로 며칠 전 뉴진스의 하니가 도쿄돔에서 불렀다는 일본의 80년대 최고 인기곡이었다는 <푸른 산호초>. '엄마 노래좀 들을게'하고는 줄창 일본 노래만 듣길래 이게 무슨 일인가 했더니 하니가 불러서 엄청난 화제성과 인기로 뉴스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노래가 꽤 좋기도 하고 얼마나 인기였기에 아이돌이 노래를 부른것이 뉴스에까지 나오나 하다 검색해본 노래에서 나의 눈길을 더 끌었던 것은 그 노래의 원곡자인 마츠다 세이코의 노래하는 모습었다. 


마츠다 세이코는 1962년생인 일본의 가수로 1980년 데뷔를 해 시대를 풍미했던 여가수였다. 풍성하게 부풀린 단발 스타일, 귀엽고도 아련한 눈빛, 그리고 그늘없는 표정에 가녀린 몸매까지. 정말 만화책에서 나왔다고 해도 이질감이 없는 매력. 그리고 백미는 청량한 목소리로 시원하게 뽑아내는 노래가 가창력까지 완벽한 사기캐릭터였다.


세이코 개인의 매력도 뛰어났고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그녀의 화려한 생활부터 최근의 끔찍한 개인사도 알 수 있었지만, 내가 꽂힌 것은 다름아닌 그녀의 노래가 불러왔던 막연한 희망의 느낌이었다. 80년대면 일본의 경제가 그야말로 호황기를 누리던 때이다. 패전으로 인한 상처가 아물고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냈던 일본. 매일매일이 기대로 가득차 있어서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막연한 긍정과 장미빛 기대. 그녀의 노래와 노래를 반주하는 음악에서조차 느껴지는 밝고 맑은 기운은 걱정따위는 너무 쓸모없는 짓이라 느껴지게 만드는 마법같은 힘이 있었다. 탄탄한 경제를 바탕으로 문화예술계에서도 최고급 장비를 아끼지 않고 구비할 수 있었고 다양한 시도를 마음껏 하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고 연주했던 그 시절의 그 향기.  "걱정할 것 없어. 정말 힘든 전쟁의 시기도 이겨낸 우리잖아. 이렇게 우리는 성장했고 성공했다고. 우린 충분히 즐겨도 되고, 그럴 자격도 있고 또 그럴 여유도 있어!"


여유와 자신감이 묻어나는 시대가 만들어냈던 다양한 문화예술. 그렇게 문화예술의 강국이 만들어졌다. 일본의 영화가, 음악이, 만화가, 그리고 수많은 콘텐츠들이 그 사실을 당당히 증명했던 시대. 


그녀의 존재를 아예 모르고 살던 나도 세이코의 노래에서 그 자신감과 긍정의 에너지를 듬뿍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비단 그녀 개인만의 매력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주었던 충만한 여유. 프랑스의 벨 에포크 시대에 비견될 일본의 아름다운 시절.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슷했던 시기는 아마 IMF 이전의 시기일테지. 


세이코는 아직도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고 디너쇼를 하면 티켓이 무섭게 팔린다고 한다. 사람들이 보고 싶고 듣고 싶어하는 것은 70이 다 되어가는 그녀의 지금 그 모습이기보다는(물론 지금 모습도 너무 아름답고 완벽하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그때의 추억과 희망, 그리고 행복의 시간들을 함께 기억하고 싶어서는 아닐까. 프랑스의 1920년대가 지나고야 벨 에포크 시대인 줄 알았던 것처럼. 사람들은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소중했던 것인지, 아름답고 행복했던 것인지 알게 되니 말이다. 인간은 이토록 바로, 지금, 여기를 살기 힘든 종인가보다. 


내가 당장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을 매일 기적적으로 걱정이 없게 만들 수는 없기에.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았던 그녀의 긍정에너지를 나의 오늘에 옮겨담아 보는게 보다 현실적으로 내가 조금더 행복해지는 방법이리라. 



비록 겪어보지 못했던 시대이지만 노래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문화예술을 쏟아냈던 그 시대. 어쩔수 없이 예술은 경제에 영향을 받는다는 반증. 그 반대의 영향도 가능은하지만 그러려면 어마어마한 힘을 가져야한다는 상관관계를 상기해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Rj7N4ThLGQY뉴진스 하니의 <푸른 산호초>





https://www.youtube.com/watch?v=v9nUnoaaEzo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  


https://www.youtube.com/watch?v=FUqjXIqtwMI&t=433s 마츠다 세이코의 고화질 공연 모음



작가의 이전글 [서평]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에세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