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 Ryuichi Sakamoto
#마지막_황제_Rain
쏟아지는 빗줄기를 묘사하는 광광한 현소리는 마치 타악기와도 같이 가슴을 두드립니다. 현대사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중국황실의 모습을 예견하는 <마지막 황제,1988>의 비장한 음악이 저를 흔들었던 것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KBS명화극장에서였던가요. 개봉을 언제 했었는지 뒤져보니 1988년이고, 그래도 사람 같은 생각을 하던 고학년 때 봤겠지 싶으나 그렇게 감안하더라도 참으로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조금 더 나이가 먹어서 엔리오 모리코네의 시네마천국 무삭제 판을 보고 3시간을 넘게 울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아니 도대체 내가 왜?'라는 생각이 지금 문득 들만큼 유난스웠네요. 아마도 그 스토리텔링의 매력적임과 음악들의 조화가 기가 막혔고 감수성이 풍부한 여학생 정도는 며칠이고 흔들어댈 수 있는 멋진 음악들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는 한스 짐머나, 힐두르 구르나도티르, 존 윌리암스, 심현정 등 많은 영화음악가들을 알게 되고 빠지게 되었던 계기도 이 두 분 덕이겠죠. 열거했던 이 멋진 작곡가분들 모두 말할 수 없이 존경스러운 음악가들이지만 그럼에도 저에게 Rain이 주는 감성은 특별했습니다. 그 곡이 가지는 매력에 빠져 그분의 악보집을 사서 쉬지 않고 두들겨 대기도 했고 Rain을 쳐대면서 내가 마지막 황제라도 된 냥 비장미에 빠져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내리는 비, 특히 쏟아지는 비를 사랑하게 되어 때때로 세찬 비가 오면 일부러 맞고 다니기도 했으니 그의 음악은 저에게 작곡을 해야 될 이유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감성을 표현할, 공감을 요구하고픈 가장 아름다운 통로인 '음악' 말입니다.
#Merry_Christmas>Mr._Lawrence
<전장의 크리스마스, 1983>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일본문화 개방이전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아마 그때의 내가 봤어도 이해하지 못할 장면들이 많이 있었을 것 같아요. 전쟁, 동성애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을 그 나이의 저를 생각하면요. 하지만 음악만큼은 어떠한 정보가 없이도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는 걸 보면 음악이 가지는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사실 시기상으로 Rain보다 먼저 작곡된 영화음악이기도 한데 Rain에 빠져 그의 음악을 찾아 헤매다 만나게 된 음악이죠.
이 음악의 영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상은 동일본대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인 이와테 현 리쿠젠타카타 중학교에 류이치 사카모토 씨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직접 피아노를 들고 찾아가서 연주한 영상입니다.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많은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애틋했었던 것 같아요.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사람의 마음만큼 사람을 좌우하는 것도 없잖아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이 그를 이끌었겠죠. 그래서 피해를 입은 지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려고 그는 피아노를 싣고 그곳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연주를 하는 그 영상을 보고 있으면 말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그의 진심이 전해진달까요. 저에게 이 음악은 영화음악이기보다 위로의 음악이고 치유의 음악이었나 봐요.
#월간참스2306
엔리오 모리꼬네가 사랑이라면
류이치 사카모토는 비장함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닥 굴곡 없는 어린 시절이었음에도 왜 그렇게 그의 비장한 음악이 좋았을까요?
<마지막 황제>의 Rain을 들으며 어린 황제의 험난한 인생을 예견했고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보지 못했지만 Merry Christmas Mr.Lawrence를 들으며 괜히 한번 울어봤습니다.
서요나 시인의 표현에 따르면 '가사가 없지만 가사가 있는 음악처럼 들리는' 그의 탁월한 음악적 스토리텔링에 늘 감사했습니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자랐으며 그의 음악을 연주하며 나의 감정을 표현해내기도 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왔던 그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보면서 그 아우라를 내 눈으로 직접 본 것 대한 감사함을 가졌던 것이 몇 년 전.
우연히 그가 세상을 떠난 것을 듣고야 이유를 가진 울음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그 울음과 같이 나온 음악.
굿바이 류이치는 류이치 사카모토를 기리는 나만의 방식이며 함께해 준 선생님들께 늘 감사한 참스의 음악입니다.
그의 곡은 대부분 피아노와 현으로 연주되지만 플루트가 들어있는 참스방식으로의 추모입니다.
넉넉하고 너그러운 사카모토 씨는 이 미천한 음악을 듣고도 '좋아요, 수고했어요!'해 줄 것만 같습니다.
<월간참스 2306의 앨범표지>
https://www.youtube.com/watch?v=PY5LQQlvWLE
<rain>
https://www.youtube.com/watch?v=lkN2CKcmoSc
<merry christmas Mr.Lawrence>
https://www.youtube.com/watch?v=igW9nzhCku0
<월간참스 2306>
작곡 김가비(필자)
편곡 추동현
연주 Charms pf진승민 fl김혜정 vc윤주연(gu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