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랩탑은 2015년생 우리 큰 아들과 동갑이다.
쌈쑹, 쌈썽, 쌤썽 여러 가지 발음으로 그 유명세를 톡톡히 알 수 있는 세계적인 브랜드 SAMSUNG 컴퓨터다.
이 랩탑으로 밴쿠버에서 온라인으로 보육교사를 공부해 자격증을 따, 지금 보육교사로 일하는 중이다.
이 랩탑으로 글을 써 브런치 작가에 응모하였고, 합격했다.
남편이 박사논문을 위해 열심히 애용 중인 남편의 랩탑 역시 2015년생이다.
남편과 나는 큰 아들이 태어날 무렵 거금을 들여 각각의 랩탑을 구입했다.
우리 부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고장이 나도 크게 억울할 일은 없지만, 그래도 유학생활이 끝나는 그때까지는 꼭 잘 작동되어 주면 고마울, 참 사연 많은 랩탑이다.
10년이란 세월이 증명하듯 내 랩탑은 전원을 ON/OFF 할 때마다 느림의 미학을 여실히 드러낸다.
내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자 남편의 특급조치가 내려졌다.
묵은 것은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견고한 작업- 리셋이다.
난 지금 막 리셋된 상태의 랩탑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내 랩탑이 맞나?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다.
자판이 몇 개 고장 났나 싶을 정도로 잘 입력되지 않던 글자들이 있었는데 명백히 고장이 아니었나 보다.
삐걱대던 모든 것들이 다 원상 복구되었다.
힘겨워도 오늘의 한 문장
너와 나를 오랫동안 가로막은 그 벽을 단번에 허물 리셋버튼을 찾아보기로 했다.
잘 작동하지 않더라도 어딘가엔 꼭 있어주면 좋겠다.
먼지 쌓인 그 리셋버튼을 누르는 순간
우린 거짓말처럼 어린 시절의 너와 내가 되어있을 것이다.
재고 따지지 않아도 서로가 마냥 좋기만 하던
순수함의 극치였던 그때의 우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