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이라면
― 공공 HRD의 전략거점화를 위한 혁신 구상
“정책 하나가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
공직자는 단순한 행정 기술자가 아니다. 제도를 설계하고 공동체의 미래를 짓는 사람이다. 규칙 하나가 복지의 기준이 되고, 지침 한 줄이 국민의 안전을 결정짓는다. 공직자의 인식과 감수성은 고스란히 정책의 품질에 반영된다. 이 때문에 인사혁신처 소속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교육은 단순한 연수가 아니라, 대한민국 행정 리더십의 토양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그 정체성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세계 각국은 공공 리더십을 전략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김한준 박사 【평생교육·Life-Plan 전문가】프랑스는 고위공직자를 양성하던 ENA(고위공무원 양성기관)를 폐지하고 새로운 국민통합형 리더십 기관 INSP(국립공공서비스연구소)를 출범시켰고, 영국은 Civil Service Learning 체계를 통해 부처 간 공동 학습을 강화하고 있다. 싱가포르 CSC(Civil Service College)는 ‘국가 전략의 집행력은 사람에서 출발한다’는 철학 아래, 공무원교육을 정부 운영의 중심축으로 올려두었다. 이러한 사례는 모두 교육을 ‘보완 기능’이 아닌 ‘정책 실행의 기초’로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대한민국 역시 공직자 교육을 ‘보완적 기능’이 아닌 ‘국가 전략의 설계자 양성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첫째, 교과를 정책설계 중심으로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
기존의 교과는 정책기획, 법령이해, 예산제도 등 개별 지식 단위로 분절되어 있다. 이제는 이들을 통합하여 ‘기후위기 대응 정책 설계’, ‘청년 주거 정책기획’, ‘디지털 규제 개선안 작성’과 같은 주제형 프로젝트 기반 수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과 설계와 운영을 모두 실행 중심으로 재편하고, 수업 중 생성된 정책안, 보고서, 협업 기획안 등을 성과로 관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교육성과의 환류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
현재까지 교육은 이수 중심, 출석 중심으로 관리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교육성과를 ‘실제 정책에 적용되었는가’, ‘업무개선으로 이어졌는가’의 관점에서 추적해야 한다. 정책기획서 제출, 3개월 후 실행보고서 제출, 타부처 협업결과 공유 등의 성과 추적 모델을 정례화하고, 그 결과를 다음 교과 설계에 반영하는 순환형 교육 설계가 정착되어야 한다.
셋째, 전략적 협의체 운영의 실질화를 도모해야 한다.
국가인재원은 ‘민관 교육발전협의회’, ‘회원 인재개발기관 협의회’, ‘공무원 HRD포럼’ 등을 통해 유관 기관과 협력하고 있으나, 그 회의가 정례화되어 있음에도 실제 교과 개선이나 정책 환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협의회가 기관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상, 임기 1~2년에 불과한 단기 임명직이 지속적 전략을 주도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교육은 공동체적 지식자산인 만큼, 실무 교육기획자 중심의 워킹그룹 체계, 성과기반 교과 설계 컨소시엄, AI·디지털 기반 학습분석 모델의 공동개발 플랫폼 등을 통해 협의체의 실질화를 도모해야 한다.
넷째, 원장은 교육총괄 책임자에서 전략기획 리더로 변모해야 한다.
국가인재원은 단순 교육운영기관이 아니라, 인사혁신처와 함께 대한민국 공직 HRD의 전략거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연수과정 기획에 머무르지 않고, △공직역량 진단 도구 개발 △직무역량 지표와 인사 DB 연계 △교육-성과-보직 선순환 모델 구축 등을 주도해야 한다. 더불어, OECD·ADB·KOICA 등과의 국제협력, 민간 R&D 기관과의 융합형 학습모델 개발, AI 기반의 개별 맞춤형 교육전략 등을 통해 교육을 넘어 정책 설계 플랫폼으로 인재원을 확장해야 한다.
"미래의 공직자는 지식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정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교과 개편이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의 리더십 기준을 다시 정립하는 일이다.
행정의 품격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온다.
교육의 성과는 제도개선이 아니라 사람의 성장으로 증명된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전면 혁신은 한국 행정의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개입이 될 것이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는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기사제보: charlykim@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