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인재개발원, ‘교육경연’에서 ‘인재전략’으로 전환할 때
"공직자란 작은 신의 역할을 한다." 2025년 7월, 이재명 대통령은 충북 진천에 위치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찾아 5급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는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신임 공직자 교육 현장을 직접 찾은 일이었다. 이 상징적인 장면은 우리가 공무원 교육의 본질과 방향을 다시 묻게 만든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인사혁신처 소속의 중앙 교육기관으로, 국가 핵심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5급 이상 국가공무원, 고위공무원단, 교육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연수와 직무교육을 제공하며, 공직가치 확립과 정책역량, 디지털 전환 대응, 리더십 함양 등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교육 과정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국가공무원 교육의 중추인 이 기관은 매년 ‘공공HRD콘테스트’를 개최해 왔으며, 1983년 ‘중앙교관연찬경연대회’로 시작된 이 행사는 올해로 43회를 맞이했다. 해당 콘테스트는 교수학습, 연구개발, 교육과정 세 부문에서 공직 교육의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교육 혁신 성과의 확산을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로 발전해 왔다.
최근 몇 년 간 HRD콘테스트는 제도적 개선을 꾀하며 교육과정 부문에도 국무총리상을 신설하는 등 훈격을 균형 있게 조정했다. 이는 과거 교수학습 분야에만 상훈이 집중되었던 구조를 완화하고, 기관 간 참여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긍정적 노력으로 평가된다. 특히 1차 심사 결과가 각 기관의 종합진단 지표에 반영되면서, 교육혁신성과가 실질적 성과로 연결되는 기반이 마련됐다.
그러나 제도 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첫째, 파급성이라는 평가지표는 콘테스트 기본계획에서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다른 기관에 적용된 구체적 사례나 확산 효과는 통계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 교육의 전파성과 실효성을 강조하려면 단순한 발표가 아닌 적용률, 재현율, 수요기관 평가 등의 정량적 피드백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교수학습 분야의 본선 진출 기관이 특정 부처에 집중되어 있다. 농촌진흥청, 중앙경찰학교, 소방청 산하 교육기관들이 반복적으로 진출하면서 제도의 개방성과 대표성이 저해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교수학습 부문은 과거 교수기법의 질적 향상을 위한 붐 조성의 성격이 강했지만, 현재는 중앙부처 다수가 자체 교수진 없이 외부 강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일부 특수기관만 참여 가능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심사위원단 구성에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1차와 본선 심사에 서로 다른 심사위원을 위촉하는 방식이 도입되어 형식적 공정성은 개선되었으나, 특정 위원이 3~4년 연속 참여하거나, 심사단이 대학교수 위주로 구성되는 경향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교육현장 운영 경험이 부족하거나, 이론 중심 평가에 치우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교육과정 설계 및 운영 경험이 풍부한 실무형 전문가, 현장 교수진, 민간 HRD 전문가를 심사단에 포함시키는 것이 긴요하다.
해외 사례에서도 유사한 접근의 성과가 존재한다. 싱가포르의 Civil Service College는 공직자 교육의 중심기관으로, LEARN 플랫폼 운영과 ‘Organisational Learning Conference’ 등을 통해 정책 담당자와 민간 혁신가 간 학습성과를 교차 전파하고 있다. 2023년에는 디지털 학습 혁신으로 OpenGov 리더십 포럼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미국 인사관리처(OPM)가 운영하는 Human Resources Univers-
ity(HRU)는 2011년 출범 이래 5만 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2014년 기준 연방정부 교육비 절감 효과가 1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처럼 공공교육 성과의 체계적 통합, 표준화, 확산이 가능한 구조는 우리의 콘테스트 운영에 참고할 만한 선례다.
이제 공공HRD콘테스트는 단순한 경연의 장을 넘어야 한다. 교수자 개인의 기법 확산에서, 정책 효과와 조직학습의 연결로 확대되어야 하며, 일회성 발표가 아닌 지속 가능한 교육자산의 공유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국가인재 양성이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는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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