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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교육의 진화, 전략형 HRD를 묻다

- 싱가포르, 프랑스, 영국의 미래 설계의 조건

공직자 교육을 단기적 평가 기준이 아닌, ‘전 생애 설계형 경력개발 구조’로 재정립하는 장기 비전이 병행되어야


변화의 속도가 정책의 속도를 앞서는 시대, 공직사회는 더 이상 ‘기존 질서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새 질서를 기획할 수 있는 사람’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세계 주요 국가는 공직자 교육을 단순 연수가 아닌 전략 설계의 플랫폼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프랑스, 영국은 각기 다른 행정체계에도 불구하고, 정책 연계형 교육과 디지털 기반 리더십 양성이라는 공통된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 CSC(Civil Service College: 공무원교육원)는 전 부처 공무원의 ‘전 생애 경력 개발’을 체계화한 교육기관이다. 특히 CSC는 전략적 정책과제와 리더십 교육을 통합한 공공부문 리더십 프로그램(Public Sector Leadership Programme)을 운영하며, 부처 간 협업을 위한 공공가치 기반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모든 과정은 정책 실현 가능성을 전제로 구성되며, 정부 전체의 비전과 부처별 KPI가 교육과정에 명시적으로 통합되어 있다. CSC는 AI 분석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교육 콘텐츠 개발도 선도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직원의 70% 이상이 디지털 기초과정을 수료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전환이 실질적으로 조직 문화에 내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교육이 단기적 기량 강화가 아닌, 전략적 기획 능력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프랑스의 INSP(Institut national du service public; 국립공공행정대학)는 2022년 폐지된 엘리트 양성 기관 ENA(고위공무원 양성기관)의 후속 기관으로, ‘국민과 가까운 공직자’라는 새로운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출범했다. INSP는 행정 엘리트 중심의 교육을 폐기하고, 정책 현장 중심의 실습형 교육을 강조하며, 법령·행정이론보다 “정책 설계와 설득 역량”을 우선하는 교과 구조로 개편했다. 특히 민간 부문과의 교차 연수, 지역정부와의 프로젝트 수행 등을 통해 교육과 실무의 간극을 줄이고 있으며, 교수진에도 현직 공무원과 시민단체 활동가를 포함해 ‘다원적 공공성’과 사회적 감수성을 반영하려는 구조적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교육이 단지 ‘공무원이 되는 절차’가 아닌, ‘공공성과 윤리를 재구성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의 CSL(Civil Service Learning: 공무원교육원)은 공무원 교육을 ‘디지털 기반 지식 플랫폼’으로 재구성한 대표 사례다. CSL은 모든 공직자가 연 5일 이상 온라인 교육을 의무 수강하도록 하는 디지털 학습 의무제(Digital Learning Mandate)를 운영하며, 정부 내 디지털 전환 전략과 연동된 교육을 제공한다. 특히 CSL의 강점은 정책 설계 실습, 리더십 시뮬레이션, 위기관리 대응 등의 모듈형 콘텐츠가 부처별 정책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와 연동되어 자동 평가된다는 점이다. 즉, 공무원 교육 수료가 단순 이수가 아니라 ‘정책 목표 달성 수준’을 기반으로 점검된다는 구조를 갖춘 것이다. 성과와 직결된 실시간 학습 환류 시스템은 디지털 시대의 행정 교육이 추구해야 할 핵심 조건 중 하나로, 우리나라 공직교육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 국가의 사례는 공통적으로 공직 교육을 ‘국가 전략수립의 일부’로 인식하며, 디지털 전환, 성과 연계, 부처 간 협업, 시민 참여 기반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향성이 일치한다. 교육은 더 이상 정보전달이 아닌 문제해결 도구이며, HRD는 행정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공무원의 전문성은 더 이상 ‘지식의 양’이 아니라, ‘변화를 기획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단순한 교육 실행기관이 아니라, 정책설계와 행정실천의 교차점으로 진화시켜야 할 시점이다.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단계별 시범 사업 운영, 디지털 설계 교육 확대, 민관 협력 강화를 우선 추진전략으로 설정할 수 있다. 또한 공직자 교육을 단기적 평가 기준이 아닌, ‘전 생애 설계형 경력개발 구조’로 재정립하는 장기 비전이 병행되어야 한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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