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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공직교육은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육을 넘어 전략의 중심으로

2025년 6월,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한 편의 교육 선언문처럼 다가왔다. 필자는 그 연설에서, 우리 교육이 ‘정답을 가르치는 시대’에서 ‘설계를 배우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시대정신을 읽어냈다. 그 메시지는 메마른 교육 현실 위에 던져진 물음표처럼 사회 전체를 뒤흔들었고, 정권 교체를 넘어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했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오랜 기간 동안 ‘표준화’와 ‘정답 중심’의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자기 삶과 세계를 탐색하기보다는, 문제를 ‘맞히는 법’만 익혀야 했다. 2023년 교육부 학업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54%가 “배우는 내용이 실제 삶과 연결되지 않는다”라고 응답했다. 이는 학습자의 몰입도 저하, 창의성 위축, 그리고 사회·경제적 격차의 재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마주한 교육의 그림자는, 지식은 충분하나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부족한 ‘메타인지 결핍 세대’라는 현실일지도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의 교육 공약은 세 가지 방향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형 인재 양성. 둘째, 사교육비를 줄이고 국가 책임의 공교육을 강화하는 공공성 중심 교육개혁. 셋째, 지역 대학과 산업,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체계를 통해 지식 기반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전략이다. 특히 필자는 이 가운데 ‘학습 설계 역량’에 주목한 흐름이 향후 우리 교육 패러다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핀란드는 국가 차원에서 ‘현실기반 설계 교육’을 도입하고,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도록 이끄는 교육 모델을 운영 중이다. 독일은 이중교육제도(Dual System)를 통해 직업과 교육의 연계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디자인 싱킹 스쿨’도 ‘설계 기반 문제해결 교육’의 대표적 사례다. 플라톤이 말한 “교육은 인간 안에 잠든 능력을 깨우는 일”이라는 고전적 정의는, 오늘날 이들 국가가 실천하고 있는 교육 실험 속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역시 미래형 교육 전환을 위해 다섯 가지 실행 과제를 제시할 수 있다. ①모든 학교에 '학습설계 랩'을 도입하고, ②교사 재교육을 통해 설계 기반 수업 역량을 강화하며, ③지자체–기업–대학 간 협업으로 지역기반 설계교육을 확장하고, ④설계형 성취 평가 체계를 구축하며, ⑤AI 기반 진로–역량 설계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학교와 교사’를 신뢰하고, 현장의 자율성과 실행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교육은 삶의 준비가 아니라 삶 그 자체다.” 존 듀이의 이 말은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철학적 전환을 선명하게 제시한다.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오랫동안 ‘정답을 맞히는 기술’에 집중해 왔다. 이는 산업화 시대에 유효한 전략이었지만,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지금과 미래 사회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정답’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능력’과 ‘삶을 설계하는 힘’이 교육의 본령이 되어야 한다.


설계역량은 자기 주도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문제 재정의’ 능력이며, 다양한 자원과 관계를 연결하여 스스로 의미 있는 해법을 도출하는 통합적 사고 능력이다. 이는 창의력과는 구분되며, 맥락을 읽고 기획하며, 협업과 실행까지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지적 통합력이라 할 수 있다.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는 “점들을 연결하는 능력이 창조의 본질”이라 했는데, 바로 이 연결의 힘이 설계역량의 핵심이다.


이재명 정부의 교육 비전은 기존 정책과의 단절이 아닌, ‘설계역량 중심’이라는 철학적 방향 전환이다. 이를 위해 교사 연수와 학교의 운영방식, 교육과정 설계, 행정 구조까지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OECD의 ‘미래역량 프레임워크(2024)’도 복합문제해결능력, 협업 기반 학습, 사회적 감수성, 윤리적 판단을 중심으로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교육은 더 이상 ‘정답 중심 교육’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모두가 같은 종착점에 도달하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각자 다른 출발선에서 자기만의 항해를 설계하게 하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출발이 바로 ‘설계역량 중심 교육’이다.


http://www.jonghap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6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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