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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준의 신중년 인생3모작 #2】

인생 3모작 시대의 오해와 진실

퇴직은 끝이 아니다. 단지 한 과정이 마무리되고 다음 삶의 국면이 열리는 전환점일 뿐이다. 과거에는 퇴직과 동시에 은퇴를 선언하는 흐름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어선 지금, 60세 전후에 퇴직한 사람에게 남은 인생은 20~30년이 넘는다. 퇴직을 은퇴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시대 변화에 걸맞지 않다. 이제 인생은 교육기, 생산기, 재설계기로 나뉘는 ‘3모작’ 구조로 재정의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퇴직 이후의 삶을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마주한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고 방향을 설정한다면, 오히려 가장 주체적인 삶을 시작할 기회가 된다. 최근에는 직장을 다니면서 부업을 시도하거나 기술을 익히는 ‘투잡스족’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퇴직 전부터 경험을 축적하며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전문가와의 상담이나 컨설팅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준비 과정은 단순한 재취업을 넘어 새로운 삶의 구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중장년층의 전환을 돕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생애경력설계, 재취업 프로그램, 창업 컨설팅 등이 포함된 '신중년 인생3모작 패키지'는 그 대표적 사례다. 특히 50세 이상 퇴직자에게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서 재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법적 기반도 마련되어 있다. 전국의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등에서는 생애 설계에 대한 전문 상담과 다양한 실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경력 전환을 위한 심화 과정도 제공된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 제도들이 존재함에도,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창업에 대한 환상이나 조급함으로 인해 실패하는 사례는 여전히 존재한다. 예컨대 오랜 지인의 권유로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창업을 했지만, 입지나 경쟁력 분석 없이 시작한 결과, 초기에 큰 손실을 입고 문을 닫는 경우가 생긴다. 반면 자신이 쌓아온 경력을 기반으로 철저히 준비하고, 벤치마킹과 시장조사를 병행한 사례에서는 안정적인 수익과 삶의 만족을 동시에 얻는다. 결국 퇴직 이후의 성공 여부는 준비의 성실성과 방향 설정의 정확성에 달려 있다.


신중년 세대는 여전히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들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서 새로운 역할을 시작한다면, 사회적 가치 또한 커진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사회에서 이들의 참여는 노동력 보완뿐 아니라 사회 안정성 확보와도 직결된다. 따라서 퇴직 이후의 삶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국한하기보다,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설계해야 할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책적 지원, 기업의 협력,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질 때 인생 3모작의 가치는 더욱 단단해진다.

퇴직은 멈춤이 아니라 이동이다. 직장이라는 구조에서 벗어난 후, 사람들은 보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선택할 기회를 얻는다. 제2의 직업을 찾거나 소호(SOHO) 창업을 하거나, 혹은 봉사, 교육, 문화 활동을 통해 삶의 가치를 확장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여건과 역량을 바탕으로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 시기는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구성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결정적인 전환점이다.

단절이 아니라 연결의 시간, 퇴직 이후의 삶은 오히려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기회일 수 있다. 인생은 길어졌고, 두 번째 인생도 모자라 이제는 세 번째 무대가 필요해졌다. 퇴직이라는 말에 모든 가능성을 닫지 말고, 그 이후를 상상하고 계획할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인생 3모작 시대는 준비하는 이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열어주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기회를 제공한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인생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지나온 시간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삶을 능동적으로 만들어가자. 우리 모두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혼자가 아니다. 함께 걷는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인생3모작 전문가】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LH인재개발원 미래설계지원센터장, 국토교통인재개발원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개인 메일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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