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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준 신중년 인생3모작】퇴직 전 준비해야할 것

“마지막 근무일은 끝이 아니라, 다음 무대의 시작이다”

“오늘 아침 일찍 나가네요?”

“응, 동네 도서관에 강의 들으러 가.”

“이제 일 안 하는데, 이렇게 부지런할 줄 몰랐네.”

“회사만 안 다니는 거지, 나까지 멈춘 건 아니잖아.”


짧은 대화 속에는 한 세대가 마주한 전환의 순간이 담겨 있다. 우리는 종종 퇴직과 은퇴를 같은 의미로 오해한다. 그러나 퇴직은 직장에서 내려오는 행위이고, 은퇴는 사회적 역할과 삶의 방향에서 한발 물러나는 선택이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퇴직과 동시에 마음까지 내려놓는다는 점이다. 그 결과, 재취업을 꿈꾸던 수많은 신중년이 갑작스레 ‘실직자’라는 무게 앞에서 심리적 충격을 받는다. 준비 없는 퇴직은 단순한 생활의 변화가 아니라, 정체성과 관계, 경제까지 흔드는 사건이 된다.


퇴직 전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자신의 경력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업무 경험과 성과를 세부적으로 기록해 두어야 한다. 직무별, 프로젝트별, 그리고 그 안에서 맡았던 역할까지 구체적으로 나열하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훨씬 유리하다. 이는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앞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설득의 무기가 된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이 과정에서, 잊고 있던 강점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인맥 관리는 또 다른 필수 과제다. 좋은 평판은 경력 못지않은 자산이다. 함께 일했던 동료, 거래처,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연락처를 최신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특히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SNS)나 동문회, 직능단체 활동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준다. 평판조회(reference check)는 재취업 과정에서 당락을 가르는 경우가 많다. 인맥은 ‘필요할 때’가 아니라 ‘평소에’ 쌓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퇴직 후의 생활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제도와 정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신중년 퇴직자를 위한 전직지원 서비스와 고령자 계속고용 장려금 같은 제도가 있다. 예를 들어, 정년 이후 재고용 시 2년간 최대 720만 원을 지원하는 장려금은 사업주뿐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안정적인 고용 기회를 제공한다. 고용노동부, 공무원연금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서 운영하는 재취업·창업·사회공헌 프로그램은 대부분 무료이거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 퇴직 전에 미리 조사하고 참여해야 한다. 준비된 사람에게만 제도는 효과를 발휘한다.


금전적인 준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퇴직금, 연차수당, 실업급여 등은 퇴직 후 첫 6개월의 생활 안정에 직결된다. 퇴직금은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받아야 하며, 필요하다면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넣어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남은 연차를 어떻게 소진하느냐에 따라 마지막 월급이 달라지고, 퇴직 직전 3개월에 2월이 포함되면 퇴직금이 늘어나는 계산 구조도 있다. 퇴직일을 정할 때 이러한 세부 조건을 따져보는 것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는 지혜다.


서류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경력증명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급여명세서, 퇴직금 정산내역서, 사직서 사본은 이직이나 창업, 연말정산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퇴사 후 전 직장에 서류를 요청하는 일은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만든다. 퇴사 직전, 모든 서류를 확보하고 내용을 확인해 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수인계는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향후 평판을 좌우하는 마무리이다. 후임자가 바로 업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매뉴얼과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협력업체나 관계 부서에 담당자 변경을 알리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다. 이는 ‘퇴직 후에도 연락받는 불편’을 막아줄 뿐 아니라, “마지막까지 성실했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남긴다. 직장 세계는 생각보다 좁고, 좋은 평판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시 기회를 만든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장의 첫 페이지이다. 준비 없이 맞이하면 불안과 후회로 채워지지만,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강의를 듣는 부지런한 신중년처럼, 회사를 떠나도 멈추지 않는 삶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퇴직 전 5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오늘 시작하지 않으면, 내일은 더 늦을 수 있다. 당신의 다음 장면을 스스로 써 내려갈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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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인생3모작 전문가】는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로, LH인재개발원 미래설계지원센터장, 국토교통인재개발원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https://newskorea.cn/news/view.php?no=5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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