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의 신중년 인생 3 모작] 정년을 둘러싼 불안,

정년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든다. 더 오래 일하게 하자는 주장과 이제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반론이 반복된다. 그러나 이 논쟁의 핵심은 정년 그 자체가 아니다. 왜 우리는 매번 같은 질문으로 되돌아오는가, 그리고 왜 그 과정에서 청년과 중장년은 동시에 불안해지는 가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 정년 논의는 세대 갈등의 언어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정책 설계의 공백을 드러내는 신호에 가깝다.


중장년에게 정년은 특권이 아니다. 연금 수급 이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다. 반면 청년에게 정년 연장은 채용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경고로 읽힌다. 기업은 연공형 임금체계가 유지되는 한 인건비 부담을 우려한다. 이처럼 각자의 불안은 충분히 현실적이지만, 문제는 이 불안이 서로를 향해 충돌하도록 방치돼 왔다는 점이다. 같은 구조 안에서 모두가 불안해지는데, 책임은 개인의 선택처럼 전가돼 왔다.


정년 논의가 번번이 갈등으로 귀결되는 이유는 정책이 작동하는 방식이 제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년만 손대고 임금체계와 직무 구조를 그대로 두면 기업은 채용을 줄이고 조직은 경직된다. 그 결과 청년은 진입 기회를 잃고, 중장년은 불안정한 잔여 노동으로 밀려난다. 갈등의 원인은 세대의 욕심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양보만 요구해 온 정책 방식에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노동의 문제는 더 오래 머무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이동하고 전환할 수 있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는 임금, 직무, 재교육, 채용을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하지 못했다. 평생직장을 전제로 한 정책 틀은 이미 현실과 어긋났지만, 정책은 여전히 그 가정에 묶여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오랫동안 갈등의 조정자가 아니라 사실상 방관자로 머물러 왔다. 정년 연장 논의가 나올 때마다 세대 간 양보를 요구했지만, 이동과 전환의 조건을 제도화하지는 않았다. 전환 교육은 개인의 선택으로 남겨졌고, 직무 이동의 위험은 개인이 감내해야 할 몫이 됐다. 그 결과 중장년은 버티는 노동으로 내몰리고, 청년은 진입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노동시장의 불안은 개인의 적응력 부족이 아니라, 전환을 설계하지 않은 정책의 결과이다.


초고령사회에서 국가는 고용을 연장하라고 말하기 전에, 이동이 가능하도록 길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정년을 늘리면 청년이 막히고, 임금을 누르면 중장년의 삶이 흔들리는 악순환만 반복된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정년을 몇 세로 정할 것인가가 아니라, 노동의 생애주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이다.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비용을 개인에게 맡겨서는 어떤 합의도 지속될 수 없다. 국가는 이동과 전환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그 비용을 사회적으로 분담해야 한다. 그래야 정년 논의는 갈등의 언어가 아니라 조정의 언어가 된다.


정년을 둘러싼 불안의 끝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논쟁은 되풀이되고, 그 비용은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된다. 초고령사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세대 갈등은 방치의 결과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더 버틸 것인가의 경쟁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이동할 수 있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의 답이다. 그 답이 늦어질수록 불안은 더 깊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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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준 칼럼니스트·평생교육학 박사·송곡대학교 객원교수.

김한준 ·평생교육학 박사·송곡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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