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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정의,흔들리는 통합:사법 신뢰를 다시 세우는 길

정치가 법을 흔들 때, 국가는 분열된다

2025년,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헌정 질서의 심장부를 들여다봐야 했다. 대통령 탄핵과 계엄 선포라는 사태는 법의 이름으로 내려진 통치가 얼마나 쉽게 신뢰를 잃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국회의 문이 봉쇄되고 시민의 권리가 유린되던 그 순간, 국민은 ‘정치’보다 ‘법’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사법이 중립적 조정자가 아닌 정치의 연장선으로 비춰질 때, 통합은 불가능해진다.

▲김한준 박사【평생교육,Life-Plan전문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2025.5.)에 따르면, 국민의 67.4%는 “검찰은 정권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고 응답했다.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배분의 장으로, 법원이 편향된 기관으로 인식되는 현실은 사법의 신뢰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검찰의 기소 독점, 고위층 무혐의, 국민참여재판 배제 등 구조적 문제는 이번 정치 격변기를 거치며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사법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은 사회적 분열을 고착시키는 결정적 요인이다. 법이 중립의 상징이어야 할 때 ‘편의적 해석의 도구’로 작동한다면, 국민은 제도 위에서 통합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다음의 다섯 가지 전략은 실질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첫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구성 절차를 시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법관 추천 위원회에 시민위원 비율을 확대하고, 헌재 재판관 임명 과정의 투명성을 제도화해 정치적 편향을 차단해야 한다. 이는 엘리트 중심 권위에서 시민 정당성 기반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둘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독립성과 수사 범위를 강화하고, 검찰의 기소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 특히 검찰심의위원회 등 시민 견제장치를 실효화하여 선택적 수사와 권력 유착을 차단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정치로부터 독립된 수사’의 실현이다.


셋째, 모든 판결문에 대한 ‘국민 해설 자료’를 제공하고 시민 법교육 제도화가 필요하다. 법률 언어의 장벽은 국민의 제도 이해를 가로막는다. 해설 자료는 국민이 판결의 근거와 논리를 판단할 수 있게 하며, 법교육은 법정의 권위가 아니라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신뢰를 확산시킨다. 이는 결국 사법 참여와 제도 수용성을 높이는 출발점이 된다.


넷째, 법조계의 폐쇄성을 타파하고 대표성 강화를 위한 로스쿨 개혁 및 채용 다변화가 필요하다. 학벌과 경력 중심의 인사 관행을 넘어, 다양한 계층, 지역, 전공 출신이 법조계에 진입하면, 사법부는 시민사회의 보다 폭넓은 이해를 반영하는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법은 일부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다’라는 인식이 실현된다.


다섯째,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고위 법관·검사에 대한 실질적 징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의 내부 감사체계는 실효성이 낮다. 독립된 시민 감시기구나 국회 기반의 윤리 감사체계 등을 통해 사법 고위직의 책임성을 제도화할 경우, 권력 감시자로서의 사법의 정당성이 재확립된다. 이는 곧 사법 신뢰 회복의 핵심축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실제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시민 위원이 형식적으로 위촉되고, 수사권 분산이 검찰 조직 재편에 그친다면? 판결 해설이 단순 홍보로 변질되고, 법조 다변화가 다시 기득권에 점령된다면? 지금 필요한 건 ‘제도의 윤색’이 아니라, 실질적 작동과 감시 가능한 설계다. 반대급부적 대비책으로 헌재·대법원의 시민 후보 추천제를 법제화하고, 기소 독립성 확보를 위한 국회 산하 검찰감시기구 설립, 판결문 해설자료의 외부 검토 및 시민 위촉, 로스쿨 입시의 지역·계층별 가산점 제도, 사법윤리 감시 전담기구의 독립성 보장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 다섯 가지 전략은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국민과 사법 사이의 단절을 치유하고 신뢰의 다리를 다시 놓는 과정이다. 지금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은 판결보다 믿음이고, 절차보다 정당성이다. 그리고 그 신뢰는 국민의 감시와 참여 속에서만 회복된다.


“정의는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믿어지는 것이다.” 이제 법은 단지 문장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 갈라진 정치를 넘어선 통합의 관문에, 반드시 사법 정의가 서 있어야 한다.


✔법이 믿음을 잃으면, 국가는 균열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이 그 출발점이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메일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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