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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반 통합: 공정한 분배와 기회의 재설계

〈대한민국 정치 통합 전략〉
- 불균형한 땅 위에서 통합을 말할 수 없다

“통합 없는 경제, 성장 없는 분배는 결국 모두를 위기로 이끈다.”
▲김한준 박사【평생교육,Life-Plan전문가】


2025년,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정치적 변곡점을 지나왔다. 대통령 파면과 계엄 선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국민은 투표로 응답했고 정권은 교체되었다. 그러나 정치가 바뀌어도 삶을 구성하는 경제 구조는 그대로다. 이념보다 더 뿌리 깊은 불균형이 ‘경제 기반의 분열’이다.


이번 대선은 지역경제 격차, 세대 간 자산 박탈감, 고령층 생계 불안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국고용정보원(2025)에 따르면 20대의 78.2%는 “노력해도 계층 이동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 체념은 정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통합의 정치가 작동하려면 경제 신뢰 회복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치는 늘 공정을 외치지만, 분배와 기회의 설계자와 수혜자 사이엔 여전히 벽이 존재한다. 세금 저항을 우려해 보편 복지를 회피하고, 성장을 명분 삼아 수도권 중심 자원 분배가 지속되는 한 통합은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유권자는 표로 변화를 요구했지만 실질적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해외 사례는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보여준다. 노르웨이는 유전 자산을 국부펀드로 전환해 청년 주거·교육에 투자하며 세대 간 형평을 실현했고, 독일은 동서 통일 이후 연대세(Solidaritätszuschlag)를 통해 지역 간 재정 격차를 헌법적으로 보완했다. 대만은 디지털 기반 공공 일자리와 창업 지원을 병행해 청년층 경제의 이중 기반을 마련했다. 이들은 모두 ‘분배와 성장’을 이분법 아닌 통합 과제로 인식했다.


한국도 이제 다섯 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경제 통합을 설계해야 한다.

첫째, 지역 경제 기반 혁신이다. RISE(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를 단순한 대학 지원이 아니라 산업·고용·금융이 결합된 권역별 성장 모델로 확대하고, 지방 스타트업 펀드와 금융 거점 육성으로 수도권 자본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

둘째, 세대 간 자산 불평등 해소가 필수다. 청년 공공주택 지분 공유제, 생애 첫 자산 형성 지원책을 제도화하고, 상속·증여세의 누진적 조정을 통해 부의 대물림을 막는 구조적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노동시장 개편이다.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직을 사회안전망에 편입하고, 지역 수요 기반 직업 전환 교육을 강화해 고용 유연성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조세·재정 구조의 공정성 회복이다. 역진적 간접세 구조에서 벗어나 고소득자 대상 직접세 확대와 함께, 교육·창업·돌봄에 귀속되는 ‘기회세(Opportunity Tax)’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경제 민주주의 실현이다.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지역순환경제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참여예산제를 통해 시민이 예산 결정에 개입하는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은 로드맵 없이 공약에 머문다면 실현되기 어렵다. 1단계는 지역·세대 간 격차 진단 및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 고도화 시기(2025-2026), 2단계는 통합 정책 실행 기반 조성 시기(2026-2027), 3단계는 법제화(2027-2028), 마지막 4단계는 시민참여 기반 지속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기(2028년 이후)다.


그러나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런 전략이 실제 작동할 수 있는가? 예산은 확보됐지만, 분배 원칙 없이 정치 타협에 휘둘린다면? 세대 통합을 외치면서 기성세대 중심 법·제도가 유지된다면? 제도는 생겼지만 혜택이 특정 계층에 집중된다면?


따라서 반대급부적 대비책이 필요하다. 첫째, 정책 설계부터 예산 분배까지 시민감시단과 데이터 기반 피드백 구조를 정례화해야 한다. 둘째, 세대 간 자산 이전에 대한 가시적 조정이 없다면 청년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는다. 증여세 강화와 함께 ‘세대 간 자산평가 백서’ 등 현실적 제안이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노동시장 정책 역시 단기 계약직 중심의 임시 대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안전망과 연계되어야 한다. 통합은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생활의 회복에서 시작된다.


✔ 공정한 분배와 재설계된 기회야말로, 갈라진 대한민국을 다시 연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언어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는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메일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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