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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직신뢰 리포트① 공직자의 자세와 ‘공복'정신

- 국민의 시간을 사는 사람들

▲김한준 박사【평생교육, Life-Plan전문가】
공직자의 한 시간은 5,200만 국민의 한 시간이다.”

2025년 6월 9일,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 TF 회의에서 남긴 이 한마디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이는 공직자의 업무가 ‘국민 전체의 삶’과 얼마나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다. 공직자는 단순한 기술관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시간을 책임지는 ‘공복(公僕)’이다.

공복이란 무엇인가.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공적인 종’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이 단어는 너무 익숙하거나, 때로는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소비되어 왔다. 공무원이라는 직함이 관성과 무사안일에 갇힐 때, ‘공복’이라는 말은 현실에서 멀어지고, 그 자리는 국민 불신이 메우게 된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시작한 ‘국민 추천 공직자’ 제도는 이 같은 인식 전환의 일환이다. 대통령실은 장·차관 및 공공기관장 등 주요 보직 인선을 국민의 직접 추천으로 받겠다고 밝혔다. 시행 첫날에만 1만 1천여 건의 추천이 접수되었다. 이는 단지 이벤트가 아니라, 공직 임명의 정당성을 ‘절차적 민주주의’에서 찾아가려는 실험이다. 공직자가 국민을 대표한다면, 그 과정도 국민의 선택에 기반해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추천된 인물이 진정한 공직자의 덕목을 갖추었는가? 공직자가 되는 순간, 그는 정무적 논리보다 헌법적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 정치와 행정의 경계에서 국민 전체의 이익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이 공복의 본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이후 현장을 즉시 방문하며 "안전관리 책임자는 자리에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늘 깨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메시지는 명확하다. 공직자는 위기 시 국민보다 먼저 반응해야 하며, 무능은 실수로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직자의 태만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

더욱 인상 깊은 발언은 비상경제 TF 회의에서 나왔다. “공직자의 한 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 이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매 순간의 의사결정이 행정 절차를 넘어서 국민의 일상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복지 수당 한 건, 재난 문자 하나, 현장 점검 한 번이 국민의 안전과 생계를 좌우할 수 있다면, 공직자의 마음가짐은 사적 이해나 정치적 유불리에 머물 수 없다.


이러한 공직자의 자세는 단지 감정적 헌신이 아니라 제도적 장치로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째, 공직자 선발과 인사 시스템은 실무능력, 정책 추진력, 윤리의식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추천 제도와 별개로, 이들의 실제 역량과 태도를 검증할 수 있는 제삼자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둘째, 공직자의 현장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근무 일지 공개제', '안전조치 이행률 평가' 등의 제도화가 고려되어야 한다. 말뿐인 보고보다 실질적 실행이 중요한 시대다.


셋째,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는 소통 구조도 중요하다. 분기별 ‘공직자 공감보고회’, ‘정책 체감도 시민 인터뷰’, ‘공직자 행동 백서’ 등 국민 참여 기반의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하면, 공직자의 일상은 점검 대상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퇴임 후에도 ‘공직자의 평판’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공직자는 임기를 마친 순간에도 ‘그 사람은 좋은 공직자였다’는 말 한마디로 평가받는다.

결국, 공복 정신은 단지 직업윤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운영 방식이다.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국민 속에서 호흡하는 공직자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국가의 얼굴’이 될 수 있다. 그 얼굴이 무표정하거나 피로에 젖어 있다면, 국민은 그 표정에서 희망을 찾기 어렵다.


공복은 자리에 앉는 것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국민을 위해 깨어 있는 시간, 행동하는 책임감, 그리고 퇴임 이후에도 남는 평판. 그것이 공직자의 진짜 이름이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는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메일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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