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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직 신뢰 리포트 ③ 지금이 전면 쇄신의 때다

❙ 공무원인재개발원, ‘HRD 전문가’가 이끌어야


-사람을 키우는 자리에 사람이 없다면


“공무원 인재개발원은 쉬러 가는 자리입니까?”

공직 내부 회의에서 누군가 툭 던진 이 질문은 웃음 속에 흘러갔지만, 뼈아픈 진실을 담고 있었다. 공직사회의 인재 양성을 책임지는 공무원인재개발원이 ‘한직’처럼 간주되고 있는 현실, 그리고 그 자리에 HRD (Human Resource Development: 인적자원개발)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이 반복 배치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김한준 박사【평생교육, Life-Plan전문가】

실제로 여러 중앙부처 산하 교육훈련기관의 관리자급 보직에는 HRD 비전문가, 행정 일반직, 심지어 인사관리 경험조차 없는 순환보직자들이 임명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제 대한민국의 HRD는 단순한 직무훈련을 넘어서 인사 전략과 조직개발을 이끄는 기능으로 전환돼야 한다. 고령화,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같은 거대한 구조 전환 앞에서 공직자 역량도 재설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인재개발원이 공직 내 혁신 플랫폼이 아니라, 순환보직의 종착지처럼 운영되는 구조는 이러한 변화에 역행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지 조직의 효율성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인사정책 방향성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예를 들어, K인재개발원, N공무원교육원이나 W인재개발원 같은 중앙부처 소속 교육기관은 매년 수천 명의 실무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행정혁신과 정책 방향성을 전달하는 핵심 허브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그 수장과 핵심 보직이 교육행정·평생교육·조직개발·성과관리 분야의 전문성 없이 임명될 경우, 과연 질 높은 교육 체계가 가능하겠는가? 실제로 일부 기관에서는 타 부처의 연간 교육을 반복하거나, 현장과 동떨어진 강의로 구성되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해외는 다르다. 프랑스의 DGAFP(공공인사총국)는 인사·교육·조직혁신 기능을 통합하고, 산하의 INSP(구 ENA)를 통해 인사담당자와 교육행정 전문가를 공동 양성한다. 독일 연방행정대학도 각 부처의 HRD 담당자를 일정 기간 파견교육 시켜 정책과 교육의 연계성과 실행력을 제고한다. 이들 기관의 책임자는 모두 HRD 역량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교육성과에 따라 정부 인사정책이 조정되기도 한다.


유럽행정네트워크(EUPAN)에서는 회원국 간 HRD 우수사례를 정기적으로 공유하며, 인재개발원을 ‘국가 경쟁력의 전초기지’로 인식한다. 이러한 체계에서는 교육기관장이 단순한 예산 집행자가 아닌, 인재양성 정책의 설계자이자 전략기획의 주도자로 기능한다. 즉, 사람을 키우는 사람이 곧 정책을 설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도 공무원 인재개발원의 보직 임용 원칙을 전면 재정비할 시점이다. 특히 다음의 다섯 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첫째, HRD 전문가 요건을 명문화하고, 교육행정·조직개발·성과관리 역량이 일정 기준 이상인 자만 임용 대상이 되도록 공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정무직 코드나 순환보직의 관행이 작동해서는 안 된다.

둘째, 경력개방형 직위 또는 개방형 직위에 대해 임기 보장과 성과연계 연장 원칙을 철저히 적용해야 한다. 현재처럼 연장 불가 사유조차 설명되지 않는 구조는 전문성을 훼손하고 제도를 유명무실화시킨다.

셋째, 민간 출신 임용자에 대해 사전 검증과 공직 적응 교육을 강화하고, 성과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여 상호 책임성을 제도화해야 한다.

넷째, 내부 공무원도 일정 요건 충족 시 인재개발원 보직에 지원할 수 있도록 열고, 승진 가점이나 특별승진 등 역량 기반 인센티브와 연계하여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다섯째, 인사운영 전 과정의 투명성과 지속 가능성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인사혁신처는 단지 중앙선발시험위원회 채용 주관기관이 아닌, 인재 정착과 제도 실현을 종합 관리·감독하는 기관으로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공직자들이 변화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역량을 갈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사람을 육성하는 인재개발원의 전문성에서 시작된다. 사람을 키우는 자리에 역량 있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미래를 논할 자격이 없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메일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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