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이재명 대통령은 약 130분간 시민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100여 명과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단순한 현장 방문이나 간담회를 넘어, 질문과 토론이 살아 있는 이 자리는 ‘진짜 민주주의’의 장으로 주목받았다. 대통령은 마이크를 들기보다 귀를 기울였고, 유머와 직설, 경험을 섞어 시민들과 거리 없이 대화했다.
이 타운홀 미팅은 미국식 대면민주주의를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는 더 한국적인 특색을 띤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부터 갈등 현장에서의 ‘즉시 해결형 토론’을 고수해 왔다. 대표 사례가 계곡 불법 영업 정비 때의 공개토론이었고, 이번 광주에서도 그 방식은 반복되었다. 그는 민원을 경청하면서도 “정부가 무엇을 해주면 되느냐”는 반문으로 참석자들에게 정책 설계의 책임을 되묻는 쌍방향 문제해결 접근을 보여주었다.
이번 타운홀의 의제는 광주공항 이전, 지역 불균형, 청년 일자리 등 단순 민원을 넘어 전국적 고민을 반영했다. 대통령은 “보상보다 명분과 설득이 먼저”라는 발언으로 지역 갈등 해소를 위한 협의 구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무적 중재보다 문제를 드러내고 설득하는 방식에 익숙하며, 이는 정치인의 언어보다 생활인의 언어에 가깝다. 참여자들은 질문자이자 공동 설계자로 대우받았고, 다소 거친 의견까지도 존중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모든 현장이 이상적이진 않았다. 일부 발언은 민원 수준에 머물렀고, 어떤 안건은 논리나 수치 없이 제안돼 설득력이 부족했다. 전략 없는 요구는 정책이 아니라 감정의 표출에 머물고, 구조 설계 없는 기대는 정부의 응답을 막연하게 만든다. 타운홀 미팅은 시민 소통의 장인 동시에, 행정 책임성을 검증받는 공간임을 상기시킨다.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제도화다. 들은 이야기가 청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책으로 이어지고 다시 현장에서 그 결과를 검증받는 순환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는 지방정부의 준비다. 단순 요구 나열이 아니라, 정책 방향·예산·역할 분담까지 설계해 정부와 협치 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치는 단순히 만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구조로 설계될 때 지속가능하다. 존 듀이가 말했듯, 민주주의는 투표로 끝나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공개 토론 과정에서 성숙한다. 이번 타운홀은 단지 광주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귀를 열고 몸을 들이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실험이었다.
오늘처럼 정치적 신뢰가 극도로 소진된 시대일수록, 반복 가능한 경청 구조는 신뢰 회복의 열쇠다. 감정적 공감에만 의존해서는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고, 이를 시스템으로 설계하지 못하면 감동은 오래가지 않는다. 타운홀의 가치는 시민의 언어를 들을 줄 아는 정치에서 출발하지만, 제도로 되돌아올 때 완성된다.
이 방식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정치는 아니다. 경청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고, 토론은 결단이 필요한 리더십이다. 질문을 받는다는 것은 책임을 감내하겠다는 정치적 서약이며, 그 순간부터 지도자는 반응의 정직성으로 평가받는다. 마이크를 내려놓고 의자에 앉는다는 것은, 사실상 가장 어려운 선택이다.
정치의 언어는 달라져야 한다. 설득이 아니라 경청, 메시지가 아니라 구조, 이벤트가 아니라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타운홀은 일회성 퍼포먼스가 아니라 행정 거버넌스의 일부로 전환되어야 하며, 국민이 기다리는 것은 그 연속성이다. 현장에 앉은 지도자가 답을 줄 필요는 없다. 다만 계속 앉아 있는 것, 질문이 쏟아질 수 있는 판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리더십이다.
이번 미팅은 그러한 구조를 만들어갈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대통령이 마이크보다 시민을 선택하고, 설득보다 경청에 무게를 둔 장면은 단순한 메시지가 아닌 태도의 전환을 의미한다. 정치는 스튜디오가 아닌 광장에서, 강단이 아닌 의자에 앉는 곳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그 중심에는 말이 아닌 구조, 의전이 아닌 피드백, 선포가 아닌 검증이 자리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건 단순한 안정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겨지는 변화의 구조다. 갈등이 드러나더라도 대화로 넘는 구조가 진짜 소통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은 그 실험의 출발선에 서 있다.
민심은 더 많은 자리에서 대통령을 기다린다. 연설보다 경청에 익숙한 대통령, 질문이 멈추지 않는 민주주의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변화의 완성이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는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메일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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