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해법이 답이다. 내수의 진짜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신뢰다.
“소비가 줄었다는 말은 단순한 경제지표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이 얼어붙었다는 신호다.”
최근 한 중소 상인의 말은 내수경기 침체의 본질을 꿰뚫는다. 실제로 KDI는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민간소비 증가율을 1.1%로 낮게 잡았으며, 국내총생산 성장률도 0.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심각한 건 이런 수치가 단기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저성장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소비 위축은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 부동산 시장 정체, 사회 전반의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 코로나 이후 형성된 소비자 심리의 보수화가 더해지며, 소비가 ‘억제된 일상’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단순히 돈이 없는 문제가 아니라, 소비의 ‘동기’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소비·투자·정부지출로 구성된 내수 중, 민간소비는 움츠러들었고 설비투자 역시 기업심리 악화로 위축되고 있다. 정부는 12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정책의 온도’가 국민 체감과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단순한 경기 부양책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내수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활력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첫째, 금융지원의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대출 중심의 일시적 자금지원이 아닌, ‘조건부 성과보증형 펀드(Performance-Linked Fund)’를 도입해 기술력과 지역고용 효과가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방식을 늘려야 한다. 정책자금 집행도 혁신역량 지표와 연계해 지방 중소기업에 실질적으로 도달해야 한다.
둘째, 규제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규제 혁신 기준 국가 목표제’ 도입과 산업 규제 권한의 지자체 이양을 요구하고 있다. 시제품 단계의 법령 적용 완화, AI·바이오 분야에 대한 3년 시한부 규제유예 제도는 현장에서 절실하다.
셋째, 인력 문제는 단기 처방이 아닌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기술직 종사자에 대해 ‘기술사 기반 평생고용지원제’를 도입하고, 청년 고용과 연계한 R&D 인력 세액공제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의 단기 보조금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성과 기반 채용 유지 보조금’ 제도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더불어, 지역 내수 회복도 간과해선 안 된다. 일본의 ‘스마트시티 실증지구’처럼, 지방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지역 관광·문화·디지털 산업과 결합한 새로운 수요 창출 모델이 필요하다. 수도권 집중 구조에서는 내수 파이는 더 이상 확장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책은 책상 위가 아니라 민생 현장에서 설계돼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75%가 차기 대통령에게 ‘경제성장 이끌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구호가 아닌 실행력을 바란다는 뜻이다.
정부와 국회는 정책의 연속성과 제도화를 위해 ‘내수회복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해관계자 간 협의체를 통한 연차별 점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예산은 배정보다 집행과 성과가 중요하다. 정치는 더 이상 단기 지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소비와 고용의 구조적 회복을 이끌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민심은 이미 말하고 있다. “쓸 돈은 있는데, 쓰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내수의 진짜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신뢰다. 정치가 이 신뢰의 복원을 주도하지 못한다면, 어떤 경기부양책도 공허할 뿐이다.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교육·경영·생애설계 분야 전문가.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강의와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 charly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