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호수를 따라 엔테베, 우간다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3개국에 걸쳐 흐르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호수 빅토리아. 그 크기만 해도 한반도 면적의 삼분의 일을 뒤덮을 정도다. 호수지만 늘 파도가 넘실대는 생명의 근원. 덕분에 주변의 비옥한 환경은 경작물을 무럭무럭 자라게한다.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의 진주라 불리는 우간다. 그 속엔 수많은 야생동물, 특히나 조류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간다 엔테베에선 매년 아프리카 새 관찰 박람회를 개최할 정도로 수많은 종의 새들이 머물고 있기 때문. 2박 3일의 일정으로 꽤나 긴 시간 머물게 된 기회가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
떠나기 전 사전조사 때 이 지역의 치안이 나쁘고 우리 나라에서도 여행 자제국으로 설정되어있는 것을 보았다. 그로인해 회사에서 지정해준 리조트에 도착한 뒤 얼마후까지도 어느정도의 긴장감을 놓지않고 있었다. 꽤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완전한 이방인이 된 기분. 이 따가운 시선도 한번 즐겨보자고 다짐한 후 산책로로 이어지는 빅토리아 호수로 향한다. 몇 번 방문해 봤다는 동료의 추천으로 호수를 가로질러 이곳저곳 누빌 수 있는 카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새카만 선글라스도 머리에 얹었다. 워낙에 모아나라는 영화를 사랑하는 터라, 한쪽으로 머리도 길게 땋아 넘겨보기. 느슨하게 걸친 셔츠엔 형형색색의 꽃들이 가득하다. 나, 여기에 좀 어울리는 것 같기도?
정말 드넓은 호수 위엔 한국의 쾌청한 여름날에 볼 수 있는 뭉게구름이 가득 피어있다. 어릴 적부터 살던 집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었고,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하늘의 경계에 포근히 기댄 뭉게구름은 늘 추억이 덮여있다. 이국적이란 말로는 다 담아낼수 없는 아프리카 한복판에서 나 살던 동네가 떠오른다니. 물살을 따라 반짝이는 윤슬이 익숙하다. 환하게 웃고있다. 카누의 앞머리에서 몸을 돌려 가이드를 바라보니 야생 악어가 살고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 한다. 나는 만날 준비가 되어있지만 함께 간 동료는 금방이라도 뛰어내릴 듯 펄쩍이며 싫다는 의사를 확실히 표현한다. 그래, 악어는 내버려두자.
빅토리아 호수 파도타기는 이쯤하고 리조트 주변을 산책하기로 한다. 규모가 워낙 크고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노래해서 그런지 살랑이는 바람에 걷기만 해도 힐링이다. 조그마한 언덕이 있어 올라가 커다란 나무 그늘 잔디밭에 잠깐 앉는다. 혼자가 된 이 시간이 나쁘지 않다. 호수는 어딘가로 흘러가고 새들은 날아올랐다가 땅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멀리서는 몰랐는데 잔디 가까이서 보니 열심히 움직이는 개미들이 많다. 어디서나 그 모습이 같다. 왠지 모를 위로를 준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아프리카의 진주 우간다. 그 안에서 내 깊은 마음 속 뿌리한 진주들을 발견한다. 지긋이 웃으며 이 여유를 마저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