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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밧드 Sep 05. 2023

홍범도 장군과 이순신 장군

공정과 상식으로 평가하자

내가 출강하는 초등학교 교실 건물 앞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 있다.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장검을 차고 있다. 초등학교 아동들에게 저런 모습을? 다른 초등학교에도 저것이 있나? 중학교나 고등학교에도 있을까?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무관심해졌다. 


그런데 요즈음 국방부에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철거/이전한다고 공표했다. 홍범도 장군이 소련 공산당에 가입한 적이 있다는 게 주요 이유다. 항일 독립 투쟁을 한 영웅이지만, 북한 공산주의에 대항하여 싸울 육사 생도들이 모범으로 삼을 만한 인물은 아니라는 거다.  


그러나 많은 수의 국민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 논란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나 말고도 엄청난 분량의 찬반론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충무공 이순신 동상을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이전에 대한 논란 때문에 초등학교에 설치된 이순신 장군 동상을 다시 보게 됐다. 아늑한 초등학교 교정 한가운데서 장검을 차고 눈을 부릅뜬 모습이라니! 초등학교 아동들이 그 모습을 보고 무엇을 생각할까? 


칼부림, 즉 폭력이 떠오을 수밖에 없다. 큰 칼을 찬 자세에서 폭력을 떠올리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등교하는 첫날부터 졸업하는 날까지, 아동들의 마음에 큰 칼을 찬 동상이 무려 6년 동안 깊숙이 새겨지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의 침공을 막아낸 위대한 장군이라고? 그거야 성인의 시각이다. 아동들은 장검을 보고 무엇을 생각할까? 그 무엇이라는 것은 폭력일 테고, 그것이 학교폭력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학교폭력 때문에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까지 고통을 받고 있다. 학교폭력에서 상처를 입은 학생들은 평생 그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폭력을 당하거나, 학부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며, 교육당국의 제재를 받기도 한다.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들까지 자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런데도 초등학교 교정에, 아동들의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큰 칼을 찬 동상을 세워 놓고 있다. 


사실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에 존치하든 철거/이전하든, 그것은 별 의미가 없다. 육사 생도들이 누군가? 초중고 12년 동안 모범생이었고, 공부도 잘했기에 육사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아동이 아니라 성인이다. 거기에다 아직은 더럽혀지지 않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당연히 불편부당한 공정함을 지니고 있으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주적이 누구인지, 공산주의가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졌는지, 홍범도 장군이 진짜 공산주의자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능력은 그들이 국방부 장관이나 육사 교장보다 나을 수도 있다. 


내가 육사 생도들의 수준을 너무 높이 보았나? 그건 아닐 것이다. 그들을 믿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을 문제 삼아야 한다. 12년의 학교교육을 받고 육사에 합격한 학생이 그런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공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홍범도 장군 흉상을 문제 삼을 게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존치하든, 철거/이전하든 육사 생도들에겐 아무 영향도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갑옷 입고 투구 쓰고 큰 칼을 찬 동상을 초등학교 교정에 계속 세워 놓을 것인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국무총리와 국방부가 '홍범도함' 명칭 변경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장관과 교육감들도 큰 칼을 찬 이순신 동상을 초등학교에서 철거/이전할 것인지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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