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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쌤 Jun 12. 2023

평화로운 학급을 만들어간다는 것

「공동체란 내가 가장 함께하고 싶지 않은 그 사람이 있는  그  곳,

하지만 그 사람이 떠나가면, 비슷한 사람이 또 나타나는 곳.」 파커팔머


교실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다보면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존재한다.

성향이 서로 잘 맞지 않는 아이와 크고 작은 갈등으로 인해 감정이 상하는 경우는 비교적 흔한 경우다. 이런 경우 저 아이만 아니면,,,,하는 마음으로 다음 학년을 기다리지만 파커팔머의 말을 빌리자면 다음 학년에서도 비슷한 사람이 또 나타나는 곳이 교실이고 공동체다.


확률적으로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이 교실이기에 교실생활에서 갈등은 필연적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말하는 '평화로운 학급'은 갈등이 없는 학급이 아니다.

갈등을 해결해가는 방법평화로운 학급을 말한다.


출저_Brenda Morrison,2005

사회학자 Brenda Morrison의 연구에서 언급하고 있는 학급 구성원의 비율이다.

학급에서 생활하다보면  15%의 주의가 필요한 학생 집단에 속한 아이들이 서로간에 크고 작은 소소한 갈등을 일으킨다. 이러한 갈등이 평화롭게 해결되어서 80%의 일반학생의 범주에 들어가게 되면 평화로운 학급이 된다.


3월 새로운 학급과 친구들, 선생님에게 적응하느라 비교적 조용했던 우리 학급에서도 서로 다른 성향의 친구들을 불편해하는 소소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바쁜 쉬는시간에 일어난 일이라 시간을 내어 기록해놓은 것만 위와 같고,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수업 준비로 바빠서 기록해놓아야지....하고 깜빡 잊은 것들도 몇 건 있는 것 같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은 푸름이(화살표)빨강이(하트)다.

심지어 둘이 짝이다. 짝은 큰 틀을 주지만 틀 안에서는 추첨을 통해 이루어져서 담임교사라 할지라도 나의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푸름이와 빨강이가 함께 갈등을 일으킨 경우가 많은 이유는 아마도 둘이 짝이어서일 것이다.

둘 다 친구간 갈등이나 말에 예민한 부분을 가지고 있는 성향이니 짝이라서 더 많이 부딪혔다.

부딪히는 일들은 작고 소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가령 빨강이가 수업시간에 작게 불만을 표출했는데 푸름이가 "뭘 그런걸 가지고...", 혹은 "그건 아닌것 같은데..?" 라고 반응하면 공감을 기대했던 빨강이는 존재에 대한 거절의 기분나뿐 느낌과 함께  "너랑은 말이 안통해.."  혹은 더 화가나면 "어쩔티비" 라고 격한말을 쏟아내고 고성이 오가는 말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4월 초반에는 담임교사에게 말하지 않고 말다툼 하다가 결국 감정이 격해져 큰소리 내며 싸우거나 둘이 해결하려 좌충우돌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갈등 당사자가 아이들이라면 이러한 방법은 문제를 더 크게 만들거나 고성만 오갈 뿐, 어른의 중재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고성이 오가는 둘을 교실  맞은편 자료실(어느날 부터 아이들이 진실의 방이라 부른다)로 초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갈등을 해결해주었다.

몇 번의 갈등을 거치며 푸름이와 빨강이는 갈등이 일어날 때 마다 자료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어했다.

5월의 상담일지_ 푸름이와 빨강이가 유난히 많이 보인다.

그렇게 푸름이와 빨강이는 자료실에서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4월 초, 진실의 방이라 부르며 가기를 꺼려하던 자료실이 이제는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공간이 되었다. 일단 방에 들어가면 오해가 풀리고 내가 하고싶은 말을 속 시원히 할 수 있고, 상대 친구와의 남은 감정이 없이 갈등이 원활하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승의 날이 되었다. 스승의 날은 이전에 감사했던 선생님께 전화나 연락을 드리는 날이라 몇몇 학급 아이들이 편지를 주는 정도다. 그런데 놀랍게도 푸름이와 빨강이가 편지를 전해주었다.

특히나 푸름이는 글씨 쓰는것을 싫어해서 편지를 쓸줄 생각도 못했는데 편지를 주었다.

비록 공책을 대충 잘라 준 것이라지만 내가 본 푸름이의 글씨 중 가장 정성들여  쓴 글씨다.

빨강이 편지 (왼쪽)                                               푸름이 편지(오른쪽)

 아이의 편지에서 알게된 공통점이 있다.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대화방식을 경험하며 편안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빨강이는 심지어 친구들과 싸우는 것이 속상하고 화가 났다고 속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었다.

4월과 5월을 거치며 아이들의 갈등이 좌충우돌 늘어가는 것에 지쳐가고 있던 나에게 큰 힘과 에너지를 주는 편지였다. 지금 두 아이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학급에서 유일하게 3개월째 같은 짝이다.

하지만 지금은 둘 다 편해보인다.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다름을 알았고 서로가 불편해하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있기에 서로 조금씩 배려하게 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학급 내에서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해가는 모습을 지켜본 다른 아이들도 달라졌다.


첫째, 불편한 상황을 큰 고민없이 이야기하고 대화를 요청한다.

둘째, 자료실을 '진실의 방'이라 부르며 혼나는 공간으로 치부했지만, 이제는 정말로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공간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셋째, 80%의 일반학생들이 푸름이나 빨강이의 긍정적 변화를 인정하고 긍정적 강화를 주게 되었다.

매달 하는 학급의 설문조사에서 '지난 달 보다 말과 행동이 더 나아진 학생'의 항목에 푸름이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함께 읽으며 푸름이의 노력을 칭찬하고 다독이는 과정에서 푸름이의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지게 되었다. 학년 초에 '왜 저만가지고 그러세요?' 하고 내가 피해를 입었다 생각해서 가시를 잔뜩 세우고 있던 푸름이가 이제는 편해보인다.  


평화로운 학급을 운영하며 아이들의 갈등을 해결하다보면  어느날, 아이들이 갈등의 순간에 편안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이 오면 임계점을 넘긴 것이다.

임계점에 도달해도 갈등은 계속된다. 하지만 임계점 이후 갈등은 서로를 알아가고 다름을 인정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확률이 높다.

아이들도 교사도 평화로운 학급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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