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곧바로 집을 나선다. 내가 좋아하는 길을 걸으러. 홍해가 갈라지듯 좌우에 논이 있고, 그 한가운데로 자를 대고 그린 것처럼 곧게 나 있는 길이다.
이 길을 한 40분쯤 걷다 보면 추웠던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한다. 어떤 연료 없이도 나 스스로 몸을 움직여 내 몸을 데울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 집에서 나올 땐 추워서 주머니에 넣고 걷던 두 손도 따뜻한 감자처럼 열이 오른다.
이렇게 달궈진 손으로 오늘은 무얼 할까?
식기 전에 얼른 가서 내 새끼 같은 강아지들 등을 쓰다듬어 줘야지.
이 좋은 햇살 버리지 말고 빨래도 널어야지.
601번 버스를 타고 버스 카드를 찍어야지.
도서관에 가서 보고 싶은 책을 꼭 잡고 읽어야지.
당근에서 나눔 하는 책 받기 위해 알려주신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도 눌러야지.
이사 가시는 곳에서 좋은 일만 가득하시라고
메시지를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