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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기 Oct 25. 2023

따뜻해진 손으로

아침에 눈을 뜨면 곧바로 집을 나선다. 내가 좋아하는 길을 걸으러. 홍해갈라지듯 좌우에 논이 있고,  한가운데로 자를 대고 그린 것처럼 곧게  있는 길이다.


이 길을 한 40분쯤 걷다 보면 추웠던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한다. 어떤 연료 없이도 나 스스로 몸을 움직여 내 몸을 데울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 집에서 나올 땐 추워서 주머니에 넣고 걷던 두 손도 따뜻한 감자처럼 열이 오른다.


이렇게 달궈진 손으로 오늘은 얼 할까?


식기 전에 얼른 가서  새끼 같은 강아지등을 쓰다듬어 줘야지.

 좋은 햇살 버리지 말고 빨래도 널어야지.

601번 버스를 타고 버스 카드를 찍어야지.

도서관에 가서 보고 싶은 책을  잡고 어야지.

당근에서 나눔 하는  받기 위해 알려주신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도 눌러야지.

이사 가시는 곳에서 좋은 일만 가득하시라고

메시지를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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