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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기 Mar 16. 2023

사랑이

<40일간의 글쓰기>

사랑이는 처음부터 이렇게 내 품 가운데로 쏙 들어왔다. 사랑이에게는 시행착오란 게 없는 거 같다. 처음부터 씩씩했고, 처음부터 영리했으며, 처음부터 계단도 잘 올라왔다.


사랑이는 애기 때부터 개구리도 아닌데 개구리 같은 소리가 났다. 엄마도 쟤는 무슨 소리가 난다고 신기해하셨다. 다른 새끼들은 안 나는데 사랑이한테만 소리가 났다. 그리고 지금도 난다. 기분이 좋을 때 나는 소리 같다.


사랑이는 내가 밭에나 산에 일하러 가면 가장 열심히 따라오는 아이다. 항상 예쁜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내 앞에 앞서간다. 그리고 중간중간 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뒤돌아 확인한다. 내가 길을 더 잘 알지만 이 순간만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사랑이 뒤를 졸졸 쫓아간다.


그렇게 밭이나 산에 따라온 사랑이는 내가 늦게까지 일을 해도 혼자 먼저 집으로 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끝까지 남아서 나를 기다렸다가 꼭 같이 내려온다. 우리는 그렇게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함께 내려온다. 집에 오면, 엄마 몰래 소고기나 북어채를 사랑이에게 두둑이 챙겨준다.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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