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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기 Mar 04. 2023

어떤 논은, 어떤 논은

<40일간의 글쓰기>

밤새 강한 비가 내렸다.  밤중, 하늘이 쪼개질 것 같은 천둥소리에 놀라 잠이 깨기도 했다. 그때마다 무서워 이불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내겐 여름 장마보다  요란했던 가을비였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떤 논은 태풍이 지나간 듯 벼가 다 쓰러져 있었고, 어떤 논은 밤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 고요히 서 있었다. 같은 바람, 같은 빗줄기, 같은 천둥소리에도 어떤 논은 쓰러졌고 어떤 논은 멀쩡했다. 같은 밤을 지내고도 다음날 아침, 어떤 주인은 가슴을 쓸어내렸고, 어떤 주인은 가슴을 치고 주저앉았다.


그 차이가 무엇일까? 나는 늘 궁금했다. 올해도 마찬가지. 그 원인이 벼의 차이인가, 농사짓는 사람의 차이인가, 지형의 차이인가 싶었는데, 올해는 이것도 그냥 랜덤인가? 바람 마음인가? 하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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