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그 멋진 신세계
어린이책은커녕 어린이에 대한 관심이 1도 없던 내가 어린이책 작가가 된 것은 우연에 우연이 거듭되어 된 일이었다. 어쩌다 되었다는 말이 딱 맞다. 큐레이터로 직장을 다니던 시절 첫 책을 낸 것을 시작으로, 십 수년간 꾸준히 어린이책을 쓰고 가끔 강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어린이책 작가가 되어서 좋은 것은 ‘어린이책’이란 세계를 만난 것이다. ‘책’이라는 세계는 넓고 방대해서 바다나 우주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 이상이라고 믿는다. 그 너머의 무엇이든 책이라면 가능하다. 책만큼 무궁무진하게 상상력을 담아낼 수 있는 도구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책은 멋지다!
그런데 어린이책의 세계는 훨씬 더 멋지다! 그 다양성과 상상력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내가 어린이책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결코 어린이책에 손을 뻗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멋진 신세계를 영영 알지 못하고, 나이가 들면서 나의 책 읽기도 늙어갔을 것이다. 어린이책을 만난 덕분에 내 마음속 어린이를 위로하고 동심을 지킬 수도 있게 되었다. 내가 어린이책 작가가 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어린이책은 어린이 독자를 배려하는 책이다. 하지만 수준이 낮은 책은 아니다. 어린이책에 담긴 지식이나 정서의 수준이 낮거나 얕다고 여긴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어린이책은 모두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아주 넓은 창이다. 그래서 어린이책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같은 책이라도 어린이가 볼 책은 더욱 정성을 쏟아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함부로 말하지 않고, 좋은 것을 주고 싶고,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갈 힘을 길렀으면 하는 보편적인 마음을 담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이해시키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어린이는 아직 몰라도 돼. 나중에 알면 되지, 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가 알고 싶어 한다면, 무엇이든 친절하고 쉬운 언어로 알려주어야 한다. 그러면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다. 어린이는 누구보다 새로운 것을 알고 싶은 욕구가 크고, 그랬을 때 기쁘고, 거기서 호기심이 쑥쑥 자라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린이책 작가의 일이다.
나는 글쓰기를 요리에 비유하곤 한다. 몇 년간 국제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친 적이 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학생들을 만났다. 같은 재료라도 요리사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음식이 나오듯이, 글쓰기도 그렇다고 말해 주면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적절한 어휘를 사용해 문장의 맛을 살리는 것은 음식을 보기 좋게 꾸며 눈도 즐거운 음식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해준다. 재료가 싱싱하고, 조미료를 과하게 쓰지 않는 음식이 좋은 것처럼 글쓰기도 그렇다고. 간단하고 쉬어야 자주 요리를 하게 되듯,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나는 아이들이 글쓰기가 꼭 필요한 도구라는 것을 이해하기를 바랐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뿐만 아니라, 무슨 일을 하든지 글쓰기는 평생 나를 표현하는 아주 중요한 도구라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책 작가는 어린이가 먹는 음식을 요리하는 사람이다. 어린이 음식은 좋은 재료를 쓰고, 자극적이지 않게 조리하며, 영양가가 높고, 맛이 좋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음식은 어른에게도 유익하다. 이미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어른은 어린이 음식을 맛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리는 경우가 많지만, 어린이 음식이 심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린이 음식은 어린이에게 좋은 음식, 그래서 모두에게 좋은 음식이다.
어린이책도 그렇다. 어린이책은 어린이를 배려하여 정성을 가득 담아낸 책, 그래서 어른에게도 유익한 책, 결국 모두를 위한 책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내가 어린이책 작가라서가 아니라, 어린이책 세계에 발을 담그며 만나게 된 많은 어린이책을 보면서 깨닫게 된 것이다. 많은 어른들이 그 멋진 세계를 가까이 두고도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어른들의 책 세계가 방대하듯, 어린이책의 세계도 그렇다. 마음속에 어린이를 간직하고 있는 어른들을 위한 아주 멋진 어린이책이 준비되어 있다. 손을 뻗어 그 안으로 들어가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