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빵의 마법이 깨지던 날

<구름빵>, 백희나 글/그림

by 올리브나무


구름빵의 마법이 깨지던 날


아이 간식을 사러 빵집에 갔더니 '구름빵'이 있었다.

오홋. 구름빵이다!!

아이도 나도 정말 좋아해서 그림책 문장을 다 외울 지경인 <구름빵>의 캐릭터가 빵봉지에 딱!

봉지에 든 빵도 그림책에 나오는 딱 그 모양이다.
오호, 어떻게 이런 생각을!

뮤지컬이며 인형, 온갖 제품에 구름빵 캐릭터가 한창 유행하던 때였다.

고민 없이 구름빵을 사들고 집에 왔다.


어린이집에 다녀온 아이에게 '짜잔'하며 구름빵을 내밀었다.

그럼 그렇지,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나!

오물오물 빵을 다 먹은 아이가 갑자기 소파 위로 올라갔다.

펄쩍펄쩍 뛰고 또 뛰었다.

그러더니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구름빵을 먹었는데 왜 날지 않지?"


아뿔싸!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당황스러웠고, 어쩌면 충격이었다.

이야기의 힘은 곧 마법 그 자체라는 걸 눈앞에서 마주한 순간이었다.

나는 그날 구름빵의 마법을 완전히 깨뜨리고 말았다.




애착인형 같은 그림책


<구름빵>은 나에게 애착 인형 같은 그림책이다.

다 아는 얘기, 수 백번도 더 본 그림책인데,

마음이 복잡하고 피곤하고 아무것도 읽히지도 써지지도 않을 때 펼치게 된다.


<구름빵>, 백희나 글/그림, 한솔수북.


구름빵을 먹고 구름처럼 떠오른다는 단순한 발상이 좋다.

구름이라서 좋고,

날아오르는 것이 신나고,

무엇보다도 빵이라서 구미가 당긴다.

특별한 사건, 갈등도 없고,

구름빵을 먹고 날아오르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이야기.

그래서 단순해지고 편안해진다.


비 오는 아침,

나무에 걸린 구름을 엄마에게 갖다 드리자

엄마는 우유와 이스트, 설탕 따위를 섞어 반죽을 한다.

오븐에 넣어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빠는 허둥지둥 집을 나선다.

오븐 속에서 익어가던 구름빵들이 두둥실 하늘로 떠오르고,

구름빵을 먹자 모두 함께 떠오른다.

아빠 생각에 버스가 늘어선 도로 위로 날아가 아빠에게도 구름빵을 건넨다.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 창문 밖으로 아빠를 끌어내는 두 아이.

아빠도 구름빵을 먹고 곧장 회사로 날아간다.

돌아오는 길에 지붕 위에 앉아 구름빵을 또 먹는다.


아무리 봐도 언제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나저나 구름빵에 등장하는 나와 동생은 형제일까, 남매일까, 자매일까?

그게 궁금했는데, 백희나 작가는 일부러 성을 모호하게 표현했다고 한다.

독자가 느껴지는 대로 받아들이면 될 일..




이야기의 힘이란


이야기가 일으키는 화학작용이란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마법 그 자체다.

이야기를 아무리 그럴싸하게 구현한들,

상상력을 틀에 가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좋은 독서는 아무런 목적 없이 책을 읽는 것이다.

이야기에 푹 빠진다면 성공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이미 마법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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