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 연휴에, 나와 나의 짝꿍은 짧게 1박 2일로 다녀올 만한 곳을 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모처럼 연휴인 만큼, 고속도로는 주차장이 되고, 바닷가를 포함한 유명 여행지는 사람들로 북적거릴게 뻔했다.
다소 조용하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들을 선호하는 우리는,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을 것 같다는 이유로 동부의 바닷가와 반대방향인 웨스트버지니아주의 모건타운(Morgantown, WV)을 다녀오기로 한다.
평소 웨스트버지니아주에 대한 이미지는 산이 많고 영화 '옥토버 스카이'의 배경이었던 곳 말고는 없을 정도로 생소한 곳이었다. 특히, 모건타운은 더더욱 생소했지만, 인터넷을 뒤져보니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는 인구 3만 명으로 3번째로 큰 도시이며, 웨스트버지니아 주립대학교의 본교 캠퍼스가 있어,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연휴의 시작인 토요일 오전, 우리는 가벼운 짐만 챙겨 웨스트버지니아의 모건타운으로 향한다. 모건타운까지의 운전길은 푸른 산과 하늘의 조화로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굽이굽이 산 능선을 따라가는 도중, 이전에 방문했었던 컴벌랜드(Cumberland, MD)에 다시 한번 들려서 점심을 해결하였다. 식사하러 들린 Café Mark는 미국식 브런치 음식 및 가벼운 샌드위치 등을 제공하였는데, 나는 브런치 세트를, 짝꿍은 야채 오믈렛을 주문하였다. 식당의 음식은 간도 세지 않고 맛있었으나, 같이 주문한 커피가 너무 시큼하여 아쉬웠다. 밖에서 먹을 수 있는 노상 테이블도 제공하였는데, 날씨가 좋은 날에 다시 한번 오기를 희망하며 다시 모건타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컴벌랜드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여를 더 운전하여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인 쿠퍼스 록 주립 산림공원 (Coopers Rock State Forest)에 도착하였다. 모건타운 근교에 있는 쿠퍼스 록 주립 산림공원은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큰 바위 절벽(쿠퍼스 록)이 가장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산책 코스가 갖춰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시간 보내기 좋은 장소다.
구글로 검색해 봤을 때 쿠퍼스 록에서의 전망이 너무 아름다워 망설임 없이 여행 일정에 추가했는데, 실제로는 어떨지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 발전한 사진 보정 기술에 속아 넘어간 적이 한두 번이던가...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날은 조금 흐렸지만, 아름다운 산과 계곡의 풍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나와 짝꿍은 시원한 풍경을 마주하며 잠깐이지만 사색에 잠겼다.
쿠퍼스 록 주립 산림공원에서 시간을 보낸 후, 저녁을 먹기 위해 모건타운의 도심으로 향했다. 모건타운을 가로지르는 머논가힐라 강(Monongahela River)을 주변으로 많은 식당이 있는데, 오늘 저녁 식사는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수제 맥주 회사(Mountain State Brewing Co.)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이전에 웨스트버지니아주에 방문하였을 때 이 회사의 생맥주를 맛보고는 즉시 사랑에 빠져, 다음에 꼭 다시 한번 이 회사의 맥주를 마시리라 다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우리가 갔을 땐 생맥주 기계가 고장이나 아쉽게도 생맥주는 팔지 않고 있었다. 이럴 수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버섯 피자와 풀드 포크 샌드위치를 짝꿍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버섯 피자는 크러스트가 얇아 바삭거리는 식감이 좋았고, 풀드 포크 샌드위치의 돼지고기는 부드럽게 조리되어 입에서 살살 녹았다. 저녁을 먹은 후엔, 소화할 겸 가볍게 머논가힐라 강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걸으며,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둘째 날은 숙소에서 늦잠을 잔 후,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머논가힐라 강변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머논가힐라 강을 가는 길엔 웨스트버지니아 주립대학교의 본교 캠퍼스를 지나가야 했는데,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작은 언덕들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매일 수업을 들어야 하는 재학생들은 이 언덕들 때문에 고생깨나 하겠지만, 차 안에서 바라보는 관광객의 시선으론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학기가 끝난 캠퍼스의 모습은 고요했고, 가을이 오면 학생들이 가득 찬 캠퍼스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 문득 궁금해졌다.
점심을 먹기 위해 Table 9이란 식당에 방문했다. 후기도 좋고 비싸지 않은 에그 베네딕트의 가격($12)이 눈에 띄어 이곳으로 정했는데, 머논가힐라 강 바로 옆에 있는 분위기 좋은 식당이었다. 일요일 11시경이었는데도, 매장은 손님들로 꽉 차있었다. 우리는 다행히도 예약을 해놓았기 때문에, 따로 대기시간 없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나는 베이컨 체다 버거를, 짝꿍은 아보카도 베네딕트를 주문하였다. 햄버거는 평범했지만, 아보카도 베네딕트는 아보카도와 수란의 부드러운 식감이 잘 조화를 이루어 무척이나 맛있게 먹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1박 2일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인, 모건타운 근교에 있는 스왈로 팔스 주립공원(Swallow Falls State Park)으로 향했다. 이름처럼 공원 안엔 크고 작은 폭포들이 있는데, 나는 크기에 상관없이 폭포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고 있으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그 때문인지 여행을 갔을 때, 근처에 폭포가 있다면 최대한 가보려 노력한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후 굽이진 국도를 30분 정도 운전해서야, 스왈로 팔스 주립공원에 도착했다. 방문했던 당시, 5월 말 날씨치고는 무척이나 후덥지근했는데, 이 때문인지 더위를 식히려는 관광객들로 주차장은 꽉 찬 상태였다. 잠시 기다렸다 차를 세운 후, 짧은 산책길을 따라 폭포로 향했다. 폭포로 향할수록, 거센 물줄기의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아!"하고 절로 탄성이 나온다. 머디 크릭 폭포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한 느낌을 주었고, 폭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보라는, 우리의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주었다. 머디 크릭 폭포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폭포 위 절벽까지 직접 걸어갈 수 있는데, 차마 그럴 용기가 없는 우리는 마저 산책로를 걷기로 했다.
스왈로 팔스 주립공원의 산책로는 울창한 소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산림욕을 즐기기에 제격이었다. 산책로의 반대편엔 공원을 따라 흐르는 야커게이니 강(Youghiogheny River)이 보이는 탁 트인 곳이 나오는데, 급류가 꽤 세서 수영하는 사람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도 바위에 앉아, 소심하게 발만 담가보았다.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산책로를 걸으며 느껴졌던 더위는 한꺼번에 날아갔다.
스왈로 팔스 주립공원에서의 일정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짧았지만 다양한 먹거리와 자연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던 1박 2일의 웨스트버지니아주 모건타운의 여행을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