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 적고 기록하자.
나에게 평화로운 세상을 보여 줄 것이고,
가끔씩은 멋지고 아름다운 미래를 선물해 주기도 할 것이다.”
어느 날,
직장상사에게 불려 갔다.
‘김 과장,
이번에 결재 올린 마케팅계획서를 봤는데 내가 계획안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한 내용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데 이유가 뭔가?
네?
뭐 말입니까?
부장님께서 지시하신 내용은 전부 포함하여 작성했는데요.’
김 과장이 화들짝 놀라며 대답하자,
부장은 무표정하고 짜증 섞인 말투로 말한다.
‘내가 신규고객 유치에만 집중하지 말고 기존고객을 붙잡아 두는 방안을 넣어라고 하지 않았나?’
그제야 부장님께서 그날 강조하며 지시하신 그 내용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아이고, *됐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씩 나는 이런 사고를 친다.
또 후회가 밀려온다.
나는 왜 이럴까?
국민학교에 입학하자 선생님께서 일기 쓰기 숙제를 주셨다.
매일 있었던 일을 일기장에 적어오면 일주일에 한 번씩 선생님께서 일기장 검사를 하셨다.
하루하루가 비슷한 일과인데 매일 일기를 적는다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약간의 정성을 기울여 있는 것 없는 것 다 동원하여 일기장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0000년 00월 00일(0 요일). 날씨 맑음
오늘은 00시에 일어났다.
학교에서 옆 짝 친구와 다투다가 선생님께 혼났다.
책상에 그어 논 선을 옆 짝 여자애가 넘어와서 싸웠는데 나만 혼났다.
선생님이 부모님께 알릴까 봐 무서웠다.
학교 마치고 집에 와서 소 풀 먹이러 들에 갔다.
소를 들판에 풀어 두고 친구들과 놀고 있는 사이에 소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아 울며 찾아다녔다.
그래도 찾을 수가 없어 할매 한데 말씀드리러 집에 왔는데 소가 벌써 집에 와서 마구간에서 여물을 먹고 있었다.
소를 잘 못 봤다고 할매 한데 뒈지게 혼났다.. 끝.’
하지만 그런 정성이 얼마 가랴.
매일 하는 일이라 곤 학교 갔다 와서 소 풀 먹이며 친구 랑 놀고, 집에 와서 밥 먹고 잠자는 것이 전부인데…
하루 종일 밖에서 뛰어놀다 잠들 때쯤이나 다음날 학교 갈 때가 되어서야 일기 쓰기 숙제가 있다는 걸 떠올린다.
갑자기 현타가 오기 시작한다.
일기숙제를 해 가지 않으면 선생님의 불호령은 당연하고 심하면 손바닥을 맞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 어떻 하지’ 엄청난 걱정과 두려움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어제와 같음, 어제와 같음’이었다.
여름 방학 숙제는 이런 문구가 일기장을 가득 채웠다.
그 결과는 뻔하였다.
매일 뭔가를 적는다는 것은 어렵다.
사람의 일상이란 것이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매일 비슷비슷하게 보낸 시간들이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어제와 판박이처럼 같은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시간과 상황이 다르다 보니 약간씩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
회사생활이라 해서 특별하지 않다.
차이나는 듯하지만 비슷비슷한 일들의 연속이다.
매일매일 발생하는 그렇고 그런 변화를 기억에만 의존하여 업무에 적용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비슷한 일들이 계속되다 보니 했는 일인지 해야 할 일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기억의 장점이자 단점인 유한성으로 어느 순간 뒤섞이고 잊혀지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한 회사생활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것이 ‘메모하는 습관’이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오핸 경험을 통해 그러한 것을 알고 있는지, 웬만한 회사는 메모용 수첩을 만들어 직원에게 나누어 준다.
열심히 기록하라는 의도가 아닐까?
설령 기록하지 않더라도 각종 회의나 상사 또는 고객을 만나러 갈 때, 빈손으로 가는 것보다 이런 수첩이라도 들고 가면 손이 허전하지도 않고 뭔가 준비된 회사원이란 느낌을 줄 수 있다.
어느 날 중요회의에 깜빡하고 수첩을 가지고 가지 않은 적이 있었다.
‘에, 지금 처한 회사의 상황은 비상입니다. 비상. 비상사태란 말입니다…’
회사의 현황과 관련하여 대장님께서 심각한 얼굴을 하며 말씀을 하셨다.
회의에 참석한 분들은 눈치 빠른 고단수 분들이라 모두들 대장님의 말씀을 하나라도 놓일 새라 열심히 수첩에 받아 적고 있었다.
하지만 수첩뿐 만 아니라 펜조차 깜빡 잊고 가져가지 않은 나는 멍하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옆 직원에게 펜을 빌려 볼까 했지만 불행히도 여분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펜이라도 있었으면 옆 직원에게 수첩 한 장을 찢어 달라고 하여 긁적거리는 시늉이라도 했을 텐데…
그 민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회사생활 조금만 해도 알겠지만 상사가 지루하게 일장 훈시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메모지에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이나 낙서를 열심히 긁적이는 모습이라도 보여주는 것이다.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필수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라 한다.
다른 동물을 개무시하는 매우 이기적인 문장 같지만, 끊임없이 생각하는 동물이 사람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냥 가만히 있질 못한다.
어제 가족과 나누었던 얘기, 회사 꼰대들의 말과 표정, 동료들과 함께 보낸 아름다웠던 밤의 추억 등등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런 생각을 너무 진지하게 시도 때도 없이 하다가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
그러한 생각들의 많은 부분은 평범한 일상과 관련 있다.
평범한 일상과 관련 있다 하여 항상 무시하고 넘겨버리는 것은 어리석다.
일상적인 생각 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우리의 미래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것도 있다.
이때 절실히 필요한 것이 메모다.
아무리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도 기록하지 않고 머릿속에 만 남겨두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는 봄바람과 다를 게 없다.
거창하게 세상을 바꾸지는 못할지라도, 지금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생각들은 언제든 떠 오를 수 있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항시 적는 버릇을 가지면 어떨까?
요즘은 펜으로 글을 쓰지 않더라도 메모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특히 핸드폰의 메모기능은 매우 유용하다.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기록수단이다.
나의 경험으로는 가장 번뜩이는 멋진 생각은 화장실에서 깊은 시름을 순간적인 외침과 함께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보낼 때나 잠이 들기 전 깊고 깊은 생각의 바다에 빠져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허우적 댈 때 많이 난다.
이 순간을 놓이면 잠깐 스쳐 지나가고 있는 멋진 생각은 다시는 햇빛을 볼 수 없는 심연에 영원히 갇혀 버리고 만다.
이때 귀찮음을 떨쳐내고 기록해야 한다.
잠 깰까 봐 걱정하지 말고 과감히 눈을 뜨고 기록해야 한다.
멋진 생각은 눈을 뜨고 펜과 노트를 찾는 순간에도 날아갈 수 있다.
성공을 이룬 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이 잠깐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메모한 자신의 영웅담을 들려주곤 한다.
그런 영웅담을 들을 때면 ‘나도 이제부터 적는 것을 생활화해야지’라고 각오를 한다.
물론 그때뿐이지만…
‘어제와 같음’을 수만 번 반복해 온 인생을 살아왔어도 좋다.
지금부터라도 적는 버릇을 기르자.
상사나 동료가 말하는 필요한 사항을 기록하여 실수를 줄이는 것은 물론,
불쑥불쑥 우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멋진 생각의 강물을 그냥 흘러 보내지 말자.
일단 적고 나서 다시 보다 보면 더 좋은 생각들이 쌓일 수 있다.
그 생각들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다 보면 정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적자생존이다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특히, 인정받는 회사원이 되려면 반드시 기억하자.
“적. 자. 생.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