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생각을 모으고 활용하자.

by crowbamboo

“세상일 니 혼자 다하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니 잘났다”라고 놀리는 것 같다.


‘세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한 명의 천재일 수 있으나, 하루하루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이러한 변화를 통해 오래오래 지속시켜 나가게 하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비빔밥처럼 섞고 또 섞어 활용하는 것이다.’


회사원이 된다는 것은 그 회사 설립 이념에 맞게 설정된 다양한 목표를 동료 회사원들과 함께 이루어 나간다는 의미이다.

어떤 목표는 전사적으로 매달려야 이룰 수 있고 어떤 목표는 부서나 팀단위로 노력해야 이룰 수 있다.

큰 목표 든 작은 목표 든 동료들과 함께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몇몇 동료들은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많은 시간을 끙끙거리며 보낸다.

이런 사람들은 본인이 맡은 업무에 대해 누가 끼어들어 의견을 제시하기라도 하면 매우 어색해하거나 거부감을 표현한다.


회사에서 다루는 다양한 이슈들은 오랫동안 같은 회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매우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지난번 고민했던 그 방안이 문제를 푸는 열쇠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경험 많은 베테랑 선임들은 잘 안다.

모든 문제의 답은 과거의 그 답이 아니란 것을.

회사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문제의 성격도 상황의 미세한 차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단순하여 해결하기 쉬운 것이라도 다양한 상황을 고민해 봐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수많은 의견을 모아 활용하는 것이다.


내가 깊이 고민한 것에 다른 동료들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함께 엮어 생각할 수 있다면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옛 말도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모든 일이 단순했던 옛날에도 협동의 중요성을 말해 왔는데 하물며 복잡해도 너무 복잡한 지금이야 협동의 중요성을 말해 무엇할까?


그렇다고 모든 일을 무조건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머릿수를 늘려 의견을 듣는 것은 상황에 따라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함께하는 구성원이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어떤 주제에 관심 없는 사람을 포함하여 고민한다면 오히려 일은 늦어지고 결론도 엉뚱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토의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직원들은 하는 일이 다르고 바쁜데 왜 내가 맡지도 않은 일에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말해야 할까?

거기다가 굳이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직급도 아닌데…


어느 직장이든 다양한 직급이 있다.

조직전체 든, 그룹단위, 부서단위 아니면 팀 단위 든 아무리 조직을 쪼개도 여러 직급이 혼재되어 있다.

이와 같은 직급이 혼재된 조직에서 어떤 이슈가 발생하여 여러 직급이 하나의 주제를 고민한다면 그 결과는 대부분 최 고위 직급자의 의견과 비슷하게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편협된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회사원들은 입 다물고 있어도 회사생활에 전혀 문제없는데 왜 말해야 할까?

설령 의견을 말한다 하더라도 조직은 그 의견을 모아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까?


직원들은 회사생활을 하면서 형식적인 의견수집절차를 많이 보아 왔고 용기를 내어 의견을 말하더라도 단순히 의견제시로 끝난다는 것을 여러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면서까지 의견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때, 각 조직을 맡고 있는 장이 앞장서서 이러한 마인드를 없애주는 것이 좋은 생각을 모으는 지름길이다.


지역본부장으로 발령받았을 때이다.

한 지역본부가 담당하는 지점이 약 30개, 직원이 400여 명 이상이 되었다.

지역본부에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관할 지점의 모든 역량이 한 곳에 모아져야 했다.

지역본부의 역량은 지점 역량의 합이고 각 지점의 역량은 결국 직원역량의 합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내기 위해 직원들의 생각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했다.

하지만,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직원들의 생각을 아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미, 과거부터 지역본부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인사상담을 나가고 있었고, 수시로 직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구석구석 숨겨진 분위기를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지역본부 직원들을 만나는 직원들 대부분은 깊은 내용은 숨긴 채 좋은 말만 하였다.

술이라도 한잔 들어가면 가끔씩 맘속에 감춰둔 진심을 말하곤 했지만 그것도 극히 일부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냥 사무실에 있는 것보다 유익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에 지역본부 직원들의 현장 방문을 통한 상담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노력을 해오고 있어서인지 지역본부가 관할하는 지점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평가지표점수와 같은 객관적인 수치가 좋지 않았고,

또한 직원들을 관리하기가 힘들다는 몇몇 지점장들의 하소연이 있는 것을 볼 때 아무래도 지역본부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지점의 어려움이 많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진솔한 생각들을 알아낼 수 있을까?


다양한 직급들을 지역본부 회의실에 모아서 지역본부장이 회의

를 주관하는 방법으론 만족할 만한 답을 얻을 수 없다.

그렇다고 지점을 방문하여 지점단위로 의견을 물어보면 지점장

이나 팀장, 말발 있는 책임자 몇 명만 말할 뿐 나머지 직원은 함

구할 것이 뻔했다.

뭐 당연하다.

나도 지점장이나 상사가 있으면 가능하면 말을 하지 않으니 누굴 탓하겠는가?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직급별로 모아 의견을 나누는 것이었다

동일 직급도 여러 차례 나누어 실시했다.

같은 직급이라도 말발 좋은 사람과 어눌한 사람을 섞어 놓으면 말발 좋은 사람만 말하는 것을 많이 보았기에 의도적으로 구분을 해서 몇 차례 나눠 회의를 진행했다.


매 회의는 약 15명 정도로 하고 1차 회의는 각 지점에서 리더 격인 직원으로, 2,3차 회의는 그다음 직원으로 하는 등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아 말 잘하는 직원에게 항상 묻혀버리는 직원이 없도록 회의 인원을 구성해서 의견을 들었다.


이때, 지역본부 직원 중 회의하는 직원 직급과 동일 한 직원을 회의에 참석시켜 회의 목적만을 알려준 후 토의에는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만 회의 내용을 기록만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이 직원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역본부 발전을 위한 좋은 의견도 많았지만 개개인들이 평소에 느껴왔던 사소한 의견들도 많이 제시되었다.

직원들의 진솔한 소리임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이 편해져야 내면의 소리를 드러내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 듯하다.

마음이 편해지려면 동질감을 느껴야 한다.

저 사람은 나와 같은 처지라서 충분히 나를 이해해 줄 거라는 믿음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여러 회의에서 지역본부 발전을 위한 매우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지역본부는 회의에서 나온 모든 의견을 정리하여 실행 가능 여부를 검토한 후 즉시 실행 가능한 것은 실행하고, 당장 실행이 불가능한 것은 단기, 중기, 장기 실행 계획을 세워 전 직원에게 공지를 해 주었다.

직원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재밌었던 내용 중 하나는 ‘실적 우수지점에 가끔씩 피자와 같은 먹을 것을 보내주는데, 먹을 것이 오면 직급이 낮은 직원이 테이블 정리 등 먹을 준비를 해야 하고, 다 먹으면 치워야 하는 등 매우 귀찮을 뿐 아니라, 특히 직장상사와 같은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는 부담감이 있으니 각 개인이 자기 자리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보내 달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꼰대가 되어버린 내가 회사생활 시작할 땐, 먹을 것 주면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만 했지 ‘상사와 한 곳에 모이는 것이 싫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세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지만, 직원들의 마음 깊은 곳에 움츠리고 있는 생각의 일부분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해, 지역본부는 말할 필요도 없이 우수한 실적을 달성했다


회사 생활하다 보면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탁월한 기획력으로 인정받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나도 저런 능력을 가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런 능력자들이 회사를 몇 단계씩 성장시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다양한 지식들이 눈을 깜빡이는 순간에도 쌓이고 있다.

매일매일 수많은 보고서를 읽고 공부한다 해도 다양한 곳에서 소리 없이 생겨나는 새로운 지식을 한 사람이 모두 알기는 불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탁월한 아이디어와 기획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이러한 것을 부러워하는 평범한 동료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맛있는 밥을 짓는 뛰어난 기술을 가진 사람만으로는 진수성찬을 만들 수 없다.

김치나 깍두기를 기막히게 만드는 사람, 된장찌개를 맛깔나게 끓이는 사람, 잡채나 두부요리를 잘하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실력들이 한 군데 모여야 진정한 진수성찬이 된다.


오래 성장하고 유지되어야 하는 회사에 진짜 필요한 것은 평범한 회사원들의 다양한 생각들이다.

그런 다양한 생각들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솟아오르고 흘러넘치게 하며, 그런 생각들을 미처 챙겨보지 못할까 아까워하는 회사의 철학과 실천의지가 지속 성장하는 회사의 힘이다.


또한, 이런 생각들을 거부감 없이,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 듯,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자세로 회사생활을 한다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여러 단계 성장해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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