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최선입니까”
드라마 대사에 자주 사용될 법한 말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왠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혼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직상 상사가 기획안을 보고하러 온 직원에게 이런 말을 했다며 그 직원은 하루 종일 찝찝한 시간을 보내야 할 듯하다
물론 맘 속으론 ‘그래, 최선이다. 니가 한번 해 봐라’라며 불만이 가득 찰 수 있겠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자극적인 표현을 하는 상사를 만나는 복(?)을 가진 사람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일반적인 상사라면 ‘이런 생각도 괜찮은 것 같지만 너무 진부한 느낌이 드네, 좀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조금만 더 같이 생각 해 봅시다’라며 부하직원을 배려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찾고자 할 것이다.
어찌 보면 사람들의 생각은 각자가 경험하거나 공부를 통해서 얻은 지식의 범위를 벗어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런 생각은
변화를 먼저 시도하지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
이렇게 변화에 둔감한 태도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것은 쌓여만 간다.
개인뿐 아니라 회사 크게는 이 사회 모든 것이 변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거부감과 기존 것을 지키려는 욕심에 의해 소리 없이 쌓여간다.
상사의 ‘이게 최선입니까’라는 정 없고 메마른 외침은 변하지 않는 태도를 조금이나마 깨트릴 수 있는 외로운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항상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먼지가 퀘퀘히 쌓인 창고와 같이 변한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채 흙덩이가 덕지덕지 묻은 기구들이 어지럽게 쌓이게 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위에 조금 덜 더러운 기구와 또 그 위에 갓 사온 새로운 기구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마치 새것인 냥 뽐내는 것과 같은 쓰레기 창고가 되는 것이다.
결국 어느 누구도 무엇을 쌓아 놓은 지 모르게 되고 그 무게에 고통을 받게 된다.
우리는 이사를 하거나 봄맞이 대청소를 할 때 구석구석 박혀 있는 물건들을 모두 빼내어 정리를 한다.
그럴 때면 철 지난 옷이나 가전제품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
언제 샀는지도 모를 유물 같은 물건들을 보면서, 왜 집이 좁을 수밖에 없었는지, 그런 집에서 여러 식구들이 몸을 부딪히며 불편하게 살아온 이유를 깨닫곤 한다.
하지만, 물건을 버리려고 하면 ‘그런 물건도 쓸데가 있다’는 아내의 강력한 외침과 함께 그 유물은 다시 은밀한 곳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마 다음 이사 때나 대청소때 우연히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사이 집이 좁아 더 큰 곳으로 이사 가야 한다고 말만 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이러한 것은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리들의 평범한 모습이다.
체계적인 기준에 따라 움직일 것 같은 회사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때는 필요했던 제도들이 더 이상 효용을 잃었음에도 수없이 많이 거쳐간 선임자들에 의해 덧대어진 채 보물처럼 소중하게 간직되어 남아있다.
또한, 비슷비슷한 제도들이 새로운 것인 마냥 어깨를 쳐들고 여기저기 자랑하듯 뽐내고 있다.
대부분의 회사 직원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일을 했다고 인정받는 것으로 생각한다
.
그러다 보니 약간의 모양만 바꿔 새로운 것으로 포장하는데 혈안이 된다.
그 결과 회사는 너무나 많은 제도와 상품들로 넘쳐난다.
비슷한 것들이 너무 많아 담당하는 직원조차 무엇이 있는지 완벽히 알지 못할 뿐 아니라 그것들이 왜 만들어졌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다양한 제도나 상품을 상세히 아는 것은 불가능 해졌다.
그 양이 한계를 넘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파악한 회사들은 가끔씩 ‘일몰제’를 시행하기도 한다.
매우 잘한 처사라 생각한다.
수시로 혁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혁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묵은 조직이나 제도ㆍ풍습ㆍ방식 등을 바꾸어 새롭게 하는 일'이란 사전적 의미가 있다.
지금 그럴 듯한 모습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왜 그것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하지? 바꿀 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자
그 결과 비워진 빈자리에 시대와 상황에 맞는 것들로 채워 넣어보자.
다만, 그냥 있는 것들을 둔 채 뭔가를 만들어 끊이 없이 채워 넣는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넝마들로 가득 찬 창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몽골 대제국을 세운 징기즈칸이 그의 책사 야율초재에게 ‘개혁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묻자 야율초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일리불약제일해(如一利不若除一害)
생일사불약멸일사(生一事不若滅一事)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없애는 것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은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란 의미다.
일을 할 때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에만 몰두하지 말고 불필요하거나 효용이 떨어지는 것들을 찾아내어 없애는 노력을 먼저 한다면 더욱 더 좋은 것으로 많이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비워야 채워진다”